도쿄 대신 인천 경유… 日 환승객 33% 늘었다
일본 오사카의 한 중학교 학생 40명이 다음 달 이탈리아 밀라노로 단기 해외 탐방을 떠난다. 이들은 경유지로 일본 내 다른 공항 대신 인천국제공항을 선택했다. 다음 달 1일 새벽 4시 인천공항에 도착해 오후 1시 밀라노 말펜사 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환승 대기 시간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환승 투어에 참여해 한복 체험을 하고, 인스파이어 리조트 등 영종도 일대 관광 시설도 둘러볼 계획이다. 최근 외국인들이 인천공항을 ‘환승 거점’으로 활용해 해외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천공항이 아시아 최고 허브 공항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환승 명소 된 인천공항
환승객 증가는 면세점·식음료 매출 확대와 항공 노선 확충으로 이어지며 공항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러한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인천공항은 서비스·수익·네트워크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허브 공항 지위에 오를 수 있다. 다행히도 최근 인천공항의 환승객은 빠르게 늘고 있다. 18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2023년 720만4738명이던 인천공항 환승객 수는 지난해 804만6572명으로 늘었다. 특히 일본 환승객은 같은 기간 58만3958명에서 77만5982명으로 33% 증가했다. 이는 인천공항의 국제선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촘촘하기 때문이다. 일본 노선만 해도 인천공항은 31개로 도쿄 나리타 공항(17개)보다 많고, 전체 국제선 취항 도시 역시 인천이 158개로 나리타(86개)를 크게 웃돈다. 일본 공항들이 장거리 노선 경쟁력을 잃는 사이 인천공항이 그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허브 공항’ 경쟁 치열한데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공항 등 주요 글로벌 공항들은 ‘허브 공항’ 지위를 놓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엔 중국 공항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를 중심으로 허브 공항의 새로운 기준으로 통하는 ‘여객 1억명 수용 능력’을 위한 공항 확장과 중·장거리 노선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상하이 푸둥 공항은 수용 능력을 1억3000만명까지 늘리고, 광저우 역시 1억2000만명 규모 확장을 추진 중이다. 홍콩 첵랍콕공항, 대만 타오위안공항도 1억명 이상 체제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인천공항은 2024년 마친 4단계 확장 공사를 통해 1억600만명까지 수용 능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2033년 여객 수요가 1억6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항 측은 추가 확장에 최소 8~10년이 걸리는 만큼 조기 착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지방 공항 활성화’ 정책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10조~20조원이 투입될 가덕도 신공항 등 신규 공항 건설을 위해 인천공항 확장을 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항공 분야 최상위 정책 계획인 ‘제4차 항공정책기본계획’에 인천공항 확장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정부가 최근 추진 의사를 밝힌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통합안 역시 인천공항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공항 수익 일부를 가덕도 신공항 등의 건설 비용으로 사용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2만명 규모의 거대 노조가 출현할 경우 파업 국면에서 혼란이 커져 이용객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인천공항도 면세점 수익 감소, 시설 투자 부담 등으로 2030년 이후엔 적자 전환 가능성이 있다”며 “현 정책은 글로벌 무한 경쟁 체제와는 맞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