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간판 떼나"…행정통합 앞 광주·전남연구원 재결합 운명
선거철마다 정치풍향계로 전락한 연구원
싱크탱크 두고 통합시장 후보들 정치 공방
"진정한 통합 이끌 '독립적 의제 설정' 보장"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를 하나로 묶는 '통합특별시'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지역 정책의 싱크탱크인 광주연구원과 전남연구원이 또다시 운명의 기로에 섰다. 거대 단일 지자체가 탄생하는 상황에서 두 연구원의 통합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분리와 통합을 반복해 온 탓에, 정작 가장 중요한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만 훼손돼 왔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8일 지역 관가에 따르면, 행정통합에 따른 기능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현재 분리 운영 중인 두 연구원의 재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하나의 거대한 통합특별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두 연구원이 힘을 합쳐 단일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연구원의 처지가 너무나 기구하다는 데 있다. 두 기관은 불과 3년 전인 2023년 "광주와 전남의 산업·지리적 특성이 달라 맞춤형 정책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분리됐다. 이후 채 몇 년 지나지도 않아 짐을 제대로 풀기도 전에, 이번엔 '행정통합' 변수로 다시 간판을 바꿔 달고 살림을 합쳐야 할 판이다.
이들의 얄궂은 역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91년 전남발전연구원 출범 이후 1995년 광주시 참여로 통합, 2007년 다시 분리, 2015년 재통합, 2023년 재분리까지. 무려 30여 년간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혹은 정치적 셈법이 달라질 때마다 연구원은 저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찢어지고 붙기를 강요당했다.
최근 벌어진 정치권의 공방은 이러한 연구원의 서글픈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통합특별시장 경선에 나선 신정훈 후보 측이 "과거 연구원을 강제로 분리했던 김영록 지사가 이제 와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며 날을 세우자, 김 지사 측은 "당시엔 맞춤형 연구가 필요했고, 이제는 통합특별시에 맞춰 다시 설계하면 된다"고 맞받아쳤다. 지역의 백년대계를 고민해야 할 싱크탱크가 선거때마다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반증이다.
결국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조직의 명운이 좌우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정체성은 심각하게 훼손돼 왔다. 지역 사회 일각에서 "연구원이 시·도가 시키는 과제만 처리하는 하청업체나 다름없어졌다"는 뼈아픈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시민사회는 이번만큼은 과거의 불운한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행정통합이 현실화되면 연구 기능 재편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단순히 조직을 다시 합치고 나누는 논쟁을 넘어, 독립적인 의제 설정과 연구가 가능하도록 인력과 재원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현재로서는 연구원 통합 논의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광주시 행정통합추진단은 "특별시 출범 이전까지는 조직·제도 정비에 집중한 뒤, 출범 이후 광주와 전남으로 나뉜 산하 기관들의 통합 여부와 운영 방안을 단계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