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준의 과거에서 보내는 엽서] [58] 옴진리교의 광기

1995년 3월 19일 일요일, 나는 도쿄 지하철역 안에 있다. 내일 오전 8시쯤 여기서 무슨 사건이 벌어질지는 그 끔찍한 일을 저지를 당사자들 말고는 모르고 있다. 세상의 안전과 평화라는 게 거의 다 이런 처지다. 언제든 망치가 때리는 테라코타처럼 박살이 날 것인데, 사람들은 그것이 반석 위에 고정돼 불변하리라 착각한다.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은 교주 아사하라 쇼코의 명령을 따르는 옴진리교 교인(조직원)들이 1995년 3월 20일 도쿄 지하철 3개 노선 5개 차량에 사린(신경 독가스)을 살포해 14명이 사망하고(2020년 3월 사망한 한 여성이 피해자로 인정돼 추가됨) 6300여 명이 부상당한 참사를 이른다. 사린(sarin)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500배에 달한다.
옴진리교는 여러 강력 범죄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었다. 이에 궁지에 몰린 아사하라 쇼코는 테러를 감행해 세상의 시선과 경찰 수사망에 혼란을 주기로 결심한다. 그는 사람을 ‘영적 인간’과 ‘동물 인간’으로 나눴다. 옴진리교의 최종 목표는 동물 인간들을 절멸시켜 인간 종(種)을 재설정하는 거였다. 정부를 전복한 뒤 진리국(眞理國)이라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려 했다.
지하철에 사린을 살포한 교인들은 심장외과 전문의, 전기공학 전공자, 와세다대학 응용물리학과 수석 졸업 대학원생, 도쿄대학 응용물리학과 출신, 일본 상위권 연구실 박사과정자, 공학원(코우가쿠인)대학 인공지능 연구자 등이었다. 가장 안 그럴 것 같은 사람들이 미신에 빠진 셈이고, 그게 또한 인간이다.
물론 이 사건에도 9·11 테러 때처럼, 몇 가지 예측 경고가 있었다. 예컨대 소설과 영화에서는 모두의 비웃음을 견디고 끈질기게 위험을 알리며 악과 싸우는 주인공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 서사를 거부했다. 정작 우리가 가장 궁금해해야 할 것은, 왜 그 잘난 인간들이 저렇게 혐오스러운 작자에게 빠져들까 하는 점이다. 누구도 이런 사이비 교단적인 일과 자신은 아무런 상관이 없으리라 장담 못하는 것은, 이런 미친 짓이 주로 ‘정치’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