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미디어, 이란 침공 정당화하는 '신화' 키워왔다"
[인터뷰] 시아바시 사파리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
"이란을 '중동 안정 위협'으로, 최근엔 '붕괴 직전'으로 허구 쌓아와"
이란 국민 단일한 존재로 타자화, '외부 군사개입 원한다'는 신화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시아바시 사파리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는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과 친척이 테헤란에 있다. 그는 매일 전쟁 뉴스를 살피며 소식이 끊긴 가족의 연락을 기다리며 지낸다. 지난주, 간신히 2분 간 연결된 통화에서 그의 어머니는 이스라엘의 석유시설 폭격으로 숨쉬기 힘들어지고, 종일 드론과 폭격 소리가 들리는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뒤 언론은 이란인 가운데서도 팔레비 왕조 지지자들의 전쟁 지지 목소리를 주로 비춘다. 한국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영방송 인터뷰 속에서도 특정 정견이 이란 국민 전체의 목소리처럼 대변된다. 언론은 침공의 불법성이나 허위 주장을 검증하기보다 전쟁을 합리화하는 의제와 단순 인용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CBS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는 허위 전제 아래 이란 핵무기를 언급했다. 반면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전쟁 보도의 아주 작은 일부”로만 언급된다.
“언론은 이란이 세계 평화의 위협이라고 주장하고, 이란이 매우 취약해졌다는 신화를 유포해왔다. 이란 시민사회가 '인도주의적 개입'을 원한다는 신화도 있다. 주류 언론, 즉 기업 언론(corporate media·거대 자본에 의해 통제되는 언론)은 오늘날 이러한 전쟁을 합리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 만난 사파리 교수는 이란 전쟁을 다루는 주류 언론의 태도에 뿌리 깊은 허구적 서사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마다 “폭탄으로 민주주의를 가져올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이란 시민사회의 요청으로 전쟁에 반대하는 국제시민 공동성명을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이란 내부의 노동조합, 여성 단체, 교사 협회 등이 현 정권과 전쟁 모두에 반대한다. 그러나 언론에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이는 “이슬람 공화국에도 반대하지만, 동시에 미국과 이스라엘 침공에도 반대하는 수많은 이란인의 목소리를 지우는 행위”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사파리 교수에게 언론이 고착화해온 이란에 대한 허구 서사에 대해 물었다.

“폭탄은 평화 가져올 수 없어…이슬람공화국-전쟁 반대 목소리 지워져”
- 가족들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이 테헤란 도심에 살고 있다. 전쟁 이후 통신이 거의 끊겨 전화 연결이 매우 어렵고, 지금까지 세 차례, 한 번에 2분 남짓 통화한 게 전부다. 이란은 인터넷이 끊겼다. 가끔 일부 사람들이 가진 스타링크(Starlink) 위성으로 영상이 전송된다. 어머니는 위성이 없어 매일 전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 이스라엘이 테헤란의 석유저장시설을 폭격한 날 통화가 됐다. 밤새 폭발음이 들렸고, 아침엔 하늘이 검은 연기로 뒤덮여 밤하늘처럼 까맸다고 한다. 이후 폭발물을 머금은 독성 비가 내렸고, 연기가 너무 심해 나간 지 2분 만에 다시 들어와야 했다고 한다. 밤에는 폭발음이 계속되고, 낮에는 드론이 아주 낮게 비행한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테헤란 상공을 장악하고 있는 것 같다.”
- 무차별 폭격이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테헤란은 인구 천만 도시인데, 많은 사람이 떠났다고 한다. 남은 이들은 대부분 집에 머물러 거리에 사람이 없다고 한다. 원래는 카페와 공원이 많고 젊은이로 넘쳐나는 활기차고 바쁜 도시였다. 지금은 상점들이 거의 문을 닫고, 식료품점 두 곳이 열려 있단다. 의료 문제가 가장 걱정이다. 어머니와 의붓아버지 모두 70대이고 아버지는 심장 질환 때문에 여러 약을 복용해야 한다. 현재 병원들이 폭격 당했고 전쟁이 길어지면 약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미국이 침공해도 이란의 정권 교체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언론은 이런 경고를 어떻게 대했나.
“최근 몇 달간 주류 언론은 '이란이 붕괴 직전이며 가장 취약한 상태'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특히 작년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이 12일 간 이란을 타격했을 때 '이란이 가장 취약하다'고 했다. 이는 '신화'였다. 물론 약해진 부분은 있지만, 이란은 여전히 많은 미사일을 보유했고 2주째 항전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은 이란이 금방 무너질 것처럼 묘사했다. 또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비이성적이라고만 여겨 이들의 장기 전략과 합리적 계산을 보지 못했다. 이스라엘군(IDF)이나 미국 정부의 보도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한다.”

이란 내 왕정 지지 20%대뿐, 과반이 세속 민주주의 지지
- 현재 전쟁 국면에서 가장 우려되고 지배적인 신화는.
“서구 언론엔 이란뿐 아니라 중동 전반에 대한 수많은 허구 서사와 왜곡된 재현이 있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지식인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이나 <이슬람 보도(Covering Islam)> 등에서 왜 서구 매체가 중동을 왜곡해 왔는지 저술한 바 있다.
주류 언론이나 기업 언론은 첫째로 이란을 세계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이자 '중동 안정의 파괴자'로 묘사해왔다. 이란을 그저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비이성적 행위자처럼 그리는데, 이는 엄청난 왜곡이다. 둘째는 이란 사람들을 매우 단일한 집단으로 묘사한다는 것이다. 이란 내 다양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오직 한 가지 목소리에만 집중한다. 특히 최근 이슬람 공화국에 반대하며 왕정 복고를 지지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공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대변한다. 한국 언론을 포함한 많은 매체가 이들만을 대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나처럼 이슬람 공화국에도 반대하지만, 동시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에도 반대하는 수많은 이란인의 목소리를 지우는 행위다.”
- 이란 내 실제 여론 비율은 어떤가.
“인터넷 차단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렵지만, 지난해 네덜란드 소재 독립 조사기관(GAMAA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왕정 복고 지지는 약 20~25%, 이슬람 공화국 지지는 약 20%였다. 나머지 50~60%는 세속적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즉 대다수는 현 정권도, 과거의 왕정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란 내부의 노조, 여성단체, 교사협회, 작가협회 등도 성명을 통해 '외부의 개입 없이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를 쟁취하겠다'고 밝혀왔다. 다만 해외 거주 이란인들 사이엔 왕정 복고 지지율이 국내보단 높지만 이들 사이 의견도 갈린다.”

- 주류 기업 언론이 이란을 세계 평화의 위협으로 묘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 언론은 대개 지배 계급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 언론은 경제를 지배하는 기업들, 정치를 주도하는 엘리트들, 그리고 군사-산업 복합체의 연장선이다. 엘리트들이 내린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학자들은 이를 '제조된 동의(manufacturing consent)'라고 부른다.
이는 이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뉴욕타임스(NYT) 같은 자유주의 매체도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거짓 정보를 퍼뜨렸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NYT 사설 제목은 “이 전쟁이 아프간 여성을 해방할 것”이었다. 이번 전쟁 몇주 전에도 NYT엔 '이란과 전쟁은 정당하지만, 이런 방식(트럼프 방식)은 아니다'라는 칼럼이 실렸다. 트럼프의 전략전술에 반대할지언정 전쟁 자체는 지지하는 것이다. 3년간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대량학살에도 기업 언론은 이스라엘의 범죄를 정당화해왔다.
중동 대중에 위협국 1위 미국·이스라엘, 언론은 반대로 묘사
- 이란을 위협으로 묘사해온 이중잣대를 더 설명해 달라. 이란계 미국인 연구자 아쌀 라드는 이란이 NPT(핵확산금지조약) 가입국으로 사찰을 수용해온 반면, 이스라엘은 가입하지도 않고 핵무기를 보유했음에도 언론이 이를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류 언론이 외면하는 것 중 하나는 중동 내 일반인들의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인식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 서방 정치인들은 이란이 모든 규칙을 어기는 지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묘사한다. 뉴스를 보면 마치 현지인들이 이란의 핵이나 미사일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 같다. 한국 학계에서도 그런 말을 들었다. 그러나 이는 군사·정치·미디어 엘리트의 시각이다. 실제 중동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20년 내내 '아랍 지역에 가장 큰 위협을 끼치는 국가'로 압도적인 1·2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다(아랍 여론 지수·Arab Opinion Index 등). 이란은 크게 낮다.”
- 이란 국민이 단일한 집단이며 외부의 개입을 원한다는 주장도 신화라고 지적했다.
“작년 12월 28일부터 시작된 시위에서 이슬람 공화국은 수천 명을 학살하며 잔인하게 진압했다. 정부 발표는 3000명 이상, 인권 단체는 7000~1만 명으로 추산한다. 이후 언론은 이란 국민이 미국이 와서 구해 주기를 바란다고 보도해왔다. 물론 일부 그런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 미국이 폭격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임을 알고 있다.”

- 미디어는 왜 이런 보도를 반복해왔나.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인가,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건가, 의도적 선택인가.
“미국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대대로 이란을 적으로 규정해왔다. 이런 초당적 적대감을 이해하려면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20세기 초 이란은 러시아·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당시 이란인들은 미국을 우호적으로 봤다. 하지만 1953년 반전이 일어난다. 1951년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사데크 이란 총리가 영국이 장악하던 이란의 석유를 국유화하자, 미·영 정보당국이 쿠데타를 사주해 정부를 무너뜨리고 군사독재 체제를 세웠다. 이 시기 미·영 언론은 모사데크를 '공산주의자가 되려는 미친 독재자'로 묘사하며 비난했다. 실상은 귀족 출신에 스위스에서 박사를 받은 변호사로 자유주의 민주주의자였는데 말이다.
그 후 이란 정부는 미국의 통제를 받았다. 미국은 이란 국왕(샤)을 지원했다. 50~70년대 이란인들이 미국에 부정적 인식이 생긴 이유다. 1979년 혁명 당시의 '미국에 죽음을' 구호나 성조기를 태우는 시위는 쿠데타와 독재라는 미 제국주의 유산에 대한 거부였다. 하지만 서구 언론은 맥락을 제거하고 이들을 광신도로 묘사해왔다.
혁명 직후 전직 국왕이 미국으로 가자 많은 이란인들은 미국이 또다른 쿠데타를 계획할까 우려했다. 이에 1979년 혁명 성향 학생들이 테헤란의 미 대사관을 점거해 백인 남성 직원들을 잡아두는 소위 '인질 사태'가 일어났다. 이는 400일 이상 지속되며 미국에서 엄청난 미디어 파급력을 가졌다. 매일 저녁 뉴스가 인질 사태로 시작됐다. 1979년부터 이란은 미국 국내 정치의 화두가 됐고, 한 세대의 미국인들이 이란인을 인질범으로 인식하게 됐다. 양당 모두 이란에 적대 정책을 내세워야 했다. 물론 이런 적대감은 미국이 중동을 장악하려는 가운데 이란이 굴복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공 정당화로 이어지는 허구 서사의 예는.
“여러 신화 중 하나가 '크링크(CRINK)' 서사다. 중국(China), 러시아(Russia), 이란(Iran), 북한(North Korea)의 앞 글자를 따 이들 나라가 동맹을 맺고 세계를 파괴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 사이에 공식적 동맹은 없다. 이란이 전쟁 중인데 북한은 관련이 없고, 러시아와 중국도 이란을 적극 지원하지 않고 있지 않나. 이란의 미사일이 세계를 위협한다는 것도 허구다. 이란의 미사일은 방어용이며 사거리가 2000km 정도로 매우 제한적이다. 미국은 이란에서 1만1000km 떨어져 있어 이란 미사일로는 미국에 닿을 수도 없다.”
- 최근 언론 인터뷰 요청을 자주 받는다고 들었다. 한국의 기자들이 주로 묻는 질문은.
“기자들 개개인은 예의 바르지만, 기업 언론은 지배계급의 연장선이기에 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질문을 던진다. 한 번은 모 신문사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해 4쪽 분량의 상세한 답변을 보냈다. '인터넷 차단으로 정확한 사망자 숫자를 알 수 없으니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고, '이슬람 공화국에도 반대하지만 전쟁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했다. 그런데 기사엔 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이 빠지고 '이슬람 공화국에 반대한다'고만 실렸다. 내가 '최대 3만 명이 죽었다'고 말했다고 거짓 인용도 했다. 항의해 온라인 기사에 한해 고쳐졌지만, 비극을 조작해 전쟁을 정당화하는 언론 행태의 한 예다.
한 기자는 내게 '전문가들과 서울의 이란인들은 전쟁을 지지하는데 당신의 소수의견을 알려달라'고 했다. 또다른 편견은 이것이 '종교 간 충돌'이라는 것이다. '기독교·유대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충돌에서 당신은 어느 편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전제부터 완전히 틀렸다. 이 전쟁은 종교가 아닌 지정학적 갈등이고, 정치가들이 자기 결정을 정당화하려 종교를 끌어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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