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고가 아파트 주춤, 강남권 '급냉'
중저가·외곽 아파트로 실수요 이동 본격화
규제 강화 우려에 다주택자 중심 매물 증가
강남 둔화·강북 확산…서울 부동산 판도 변화
[지데일리] 서울 아파트 시장의 ‘심장부’로 불리는 강남3구의 열기가 눈에 띄게 식고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규 신청 건수는 4521건으로, 1월 대비 29.8% 줄었다. 한 달 전 6400건에 육박하던 신청량이 2월 들어 급감한 것이다. 같은 달 허가 처리 건수는 5765건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향후 계약 체결을 거쳐 실제 매매 신고 건수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감소세의 중심에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한강벨트 7개구(광진·성동·마포·동작·양천·영등포·강동)가 있다. 서울 핵심지역이라 불리는 이들 권역은 지난해 말까지 거래열기가 집중됐던 곳이지만, 올해 2월 들어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강남3구와 용산구의 신청 비중은 1월 12.3%에서 2월 11.2%로 낮아졌고, 한강벨트 7개구도 같은 기간 24.1%에서 21.5%로 감소했다.
반대로 강북지역(종로·중구·강북·노원·도봉·동대문·성북·중랑·서대문·은평) 10개구와 강남 외곽 4개구(강서·관악·구로·금천)의 비중은 오히려 확대됐다.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의 거래가 둔화하고,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가 및 외곽권의 매수세가 살아난 결과로 보인다.
2월 신청가격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는 1월 대비 0.57% 상승했다. 강남의 거래는 줄었지만, 실수요 중심 지역의 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다. 특히 강북 10개구의 신청가격은 전달보다 1.05% 상승했고, 강서·관악·구로·금천 등 강남 외곽 4개구는 1.55% 올라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0.57%)을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흐름에는 금융 여건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가 15억 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접근성이 높은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몰렸다. 금융 규제 속에서도 구매 여력이 남아 있는 실수요층이 외곽권 및 중저가 주택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거래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는 가격 상승률이 주춤했다. 2월 강남3구 및 용산구는 전월 대비 1.27% 상승하는 데 그쳤고, 한강벨트 7개구는 오히려 0.09% 하락하며 매수세가 꺾이는 분위기를 드러냈다. 그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하던 핵심 지역들이 일제히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정책 변수’를 언급했다. 올해 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서,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스며들었다. 그 결과 다주택자 중심으로 매물이 늘고, 급매 거래가 확대되면서 토지거래허가 신청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규제 강화 가능성이 예고되자,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미리 매도에 나서거나 신규 취득을 꺼리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격지수 분석 결과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은 전월(2025년 12월) 대비 1.59%, 전년 동월 대비로는 무려 15.12% 상승해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의 토지거래허가 신청가격이 실제 거래로 이어진 결과로, 규제 강화 예고 이전의 매수세가 시간이 걸려 반영된 것이다.
생활권역별로는 모든 권역에서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도심권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1월 도심권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3.32% 상승해 서울 전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규모별로는 대형(135㎡ 초과) 아파트가 4.07% 상승하며 가장 뚜렷한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 고가 시장의 관망세 속에서도, 여전히 대형 평형에 대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월 들어 나타난 토지거래허가 감소세는 시장 분위기의 전환점임을 보여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강남 회복' 기대감이 짙었지만, 실제 거래 지표는 점차 냉각되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매수세보다 매물이 많아지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몇 달간의 흐름이 서울시장 회복세 지속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대출 규제 속에서 거래 위축이 지속된다면 가격이 다시 조정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다주택자 보유세 및 양도세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강남권 시장 심리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올해 초까지 이어졌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강남권의 둔화와 더불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핵심 지역 냉각, 외곽 확산’이라는 흐름이 올해 서울 부동산 시장의 주요 특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