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부발전 '한전 카르텔' 은폐 정황…청와대 '복지기금 독식' 조사 / 풀버전

정해성 기자 2026. 3. 1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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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기업 대표가 규정까지 바꿔가며 복지기금 6억원을 끌어다 쓴 사건, JTBC 보도 이후 청와대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공기업 대표가 왜 이런 무리수를 뒀는지 그 이유를 추정할 수 있는 녹취도 확보됐습니다. 30억원대 강남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가지고도 대출 이자와 양도세가 부담된다고 했습니다. 내 돈을 아끼려 편법을 쓰다가 일이 커진 것입니다.

정해성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정해성 기자]

한국남부발전의 자회사인 코스포(KOSPO·한국남부발전)영남파워의 권도경 전 대표.

직원들 복지기금을 대표도 쓸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친 후 전체 기금의 70%인 6억원을 혼자서 대출받았습니다.

지난해 12월 2억원을 추가로 대출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담당 임원은 먼저 빌려 간 돈부터 상환하라고 했습니다.

[김모 씨/당시 코스포영남파워 경영관리실장 (2025년 12월) : (6억원) 상환을 해 주셔야 될 것 같고]

[권도경/당시 코스포영남파워 대표 (2025년 12월) : 상환은 어렵다니까. 지금 하기가.]

30억원대 강남 개포동 아파트로 담보 대출을 받으라고 하자 이자가 부담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김모 씨/당시 코스포영남파워 경영관리실장 (2025년 12월) : 대표님 일단 집을 담보로 해서 3금융권이라도 하셔가지고…]

[권도경/당시 코스포영남파워 대표 (2025년 12월) : 3금융권은 대부업이야. 대부업 10%~15% 이자야. 그걸 내가 어떻게 감당하냐고.]

권씨는 1년 안에 대출금 전액을 갚을 수 있다며 보유한 부동산을 줄줄이 언급합니다.

[권도경/당시 코스포영남파워 대표 (2025년 12월) : 정선 땅 4억 들어오고. 그다음에 (서울 강남 개포동 아파트) 전세금 더 올라가는 거 최소 2억 정도.]

오피스텔도 있는데 양도세 때문에 처분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권도경/당시 코스포영남파워 대표 (2025년 12월) : 오피스텔 처분하고. 단지 양도세 때문에 저걸 내가 지금 팔지 못할 뿐인데. 하루하루 버티면 양도세가 떨어지는데. 이게 몇 천만 원씩 떨어지거든.]

남부발전 감사 결과, 권씨가 대출을 압박하며 직원들을 괴롭힌 정황도 나왔습니다.

한 직원은 "대표가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일 뿐 꼭 지켜야 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대표의 우월적 지위에 반론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고 했습니다.

권씨의 부당 대출에 대한 JTBC 첫 보도 이후 청와대는 남부발전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경위 파악에 나섰습니다.

[앵커]

공기업 사장이 복지기금을 독식할 수 있었던 그 배경에는 '한전 공채 카르텔'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권 전 대표는 대출을 해달라 요구하면서 모회사인 남부발전 경영진과 '형 동생' 사이라며,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감사가 시작된 뒤에는 실제로 특혜성 인사 발령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양정진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양정진 기자]

지난해 12월 권도경 전 영남파워 대표의 추가 대출 요구를 받은 경영관리실장은 "다음 사장이 오면 문제가 드러난다"며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권씨는 모회사인 남부발전 경영진과 친분을 내세우며 자신이 연임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권도경/당시 코스포영남파워 대표 (2025년 12월) : 김준동(남부발전) 사장을 찾아가려고 그랬었어. 내가 찾아가서 여차여차해서 1년 더 하게 해 달라.]

박영철 남부발전 부사장을 가리켜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미리 얘기를 해 놨다고 설명합니다.

[권도경/당시 코스포영남파워 대표 (2025년 12월) : 박영철(남부발전) 부사장한테 그 얘기를 했어. 내가 만약에 형님 선에서 안 되면 김준동 사장 찾아가서 얘기를 하겠다.]

참다못한 직원들은 투서를 냈고, 남부발전은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감사 도중 권씨는 돌연 부경대학교로 '임원 교육연수' 발령이 났습니다.

월급은 그대로 받으면서 학비 2400만원까지 지원받게 된 겁니다.

취재진이 부경대 학과 사무실을 찾아가 보니, 권씨가 형님이라고 했던 박영철 부사장이 보낸 개강 축하 화환이 놓여 있었습니다.

[부경대 관계자 : {남부발전 분도 계세요?} 네. {권도경 씨도 지금 수업 듣고 계세요?} 학생 분들 (개인정보)라서…]

남부발전 감사실은 지난달 13일 권씨에 대해 해임과 형사 고발이 필요하다고 결론 냈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은 해임은커녕 고발장 대신 수사 의무가 없는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감사실이 거듭 문제제기한 끝에야 최근 고발장을 냈습니다.

내부에선 권씨와 부사장 등 고위 간부들이 한전 공채 출신이어서 감싸주려 한단 의혹도 나옵니다.

[남부발전 직원 : (남부발전) 대부분 부서의 처·실장 그리고 본부장님들, 외부에 있는 본부장님들 이런 분들하고 다 동기고 후배인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취재진은 박영철 부사장을 만나 입장을 물었지만,

[박영철/남부발전 부사장 : {경영평가랑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요?} … {이거 책임자로서 한마디 해주셔야 되는 거 아닐까요?} …]

이후 거듭된 질의에도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영상취재 김진광 영상편집 김지훈 영상디자인 김관후 신재훈 허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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