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억으론 역부족”…통합돌봄 실효성 논란

홍성민 2026. 3. 1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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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통합돌봄 ‘무늬만 제도’ 우려 고조
국가 재정책임 명확화·공공인프라 확충 시급
시민사회 “돌봄은 사회의 의무, 정부 책임 커”
“분산된 재정 구조부터 개편해야” 목소리

[지데일리] 통합돌봄제도의 본격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재정 기반은 여전히 마련되지 못한 채 출발선에 섰다. 

통합돌봄제도의 본격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재정 기반이 부실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6년 예산 914억 원 중 실제 서비스 예산은 620억 원에 불과해 전국 시행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토론회에서는 국가가 재정 책임을 명확히 하고 공공 돌봄기금 신설 등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제공


오는 27일 ‘돌봄통합지원법(통합돌봄)’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정부의 관련 예산은 올해 914억 원에 불과하며, 그중 서비스 제공에 직접 투입될 예산은 620억 원 수준이다. 전국 229개 시·군·구에 차등 지원되는 이 규모로는 통합돌봄의 실질적 운영이 어렵다는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돌봄의 필요성이 절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행의 기반이 될 재정과 인력, 시설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돌봄 재원 마련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남인순·이수진·백혜련·김윤·서미화 의원과 법제사법위원회 최혁진 의원,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건강돌봄시민행동이 공동 주최해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참석자들은 “예산의 불안정성이 통합돌봄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며 국가 차원의 재정 책임과 제도 보완의 시급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토론회의 출발점은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이 감당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는 인식이었다. 

서영석 의원은 “통합돌봄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재정과 전달체계, 기관 간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예산이 형식적인 지원에 그칠 경우, 통합돌봄이 ‘무늬만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창보 건강돌봄시민행동 운영위원은 통합돌봄 재원이 여러 부처와 사업 단위로 분산된 현 구조를 문제로 꼽았다. 

김 운영위원은 “법에 별도의 재원 규정이 없고, 예산이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서비스 간 연계와 통합적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공공 돌봄기금 형태의 독립적 재원을 신설해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기적 예산 조정이 아니라, 통합적 관리체계를 기반으로 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들은 현재의 예산 수준과 구조가 통합돌봄의 본래 취지와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았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620억 원의 서비스 예산으로는 기존 돌봄사업과 비교해도 확장성이 전혀 없다”며 “시범사업 단계를 벗어나 전국 단위 실사업으로 안착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유창훈 서울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실장 역시 “재정 규모뿐 아니라 구조적 문제 역시 크다”며 “통합돌봄의 대상자와 서비스,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수 있도록 재정 집행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 체계의 근본적인 방향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현 제도를 “정부의 책임 회피”로 규정하며 “돌봄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사회서비스로, 시장 논리에 맡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공공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은 사회적 퇴행”이라며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공공성이 강화되는 지속 가능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주현 한국노총 선임차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역할을 나누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중앙정부는 전국 단위로 돌봄재정을 확대하고 교부제도를 개편해야 하며, 지자체는 지역 특화형 돌봄 기금을 통해 현장성이 강화된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돌봄 인력과 시설 확충의 필요성도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장미옥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현장연구위원은 “시범사업을 통해 이미 지자체의 역량 차이, 인력 부족, 재정 격차 등이 충분히 드러났다”며 “통합돌봄 재정을 장기요양보험 재정으로 간접적으로 충당하는 현 구조는 두 제도를 모두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돌봄 인력의 노동환경 개선과 공공시설 확충이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덧붙였다.

토론회에서는 재정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구체적 방안들도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돌봄기금 또는 특별회계 신설 ▲기존 관련 기금의 재편 및 통합 활용 ▲지방재정 확충 등을 주요 대안으로 꼽았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예산을 조정해 사업을 운영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독립적 재원 기반을 제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여러 부처에 분산된 현행 재정 구조로는 돌봄서비스의 연계성과 통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통합적 관리 체계, 즉 ‘하나의 재정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점이 공통된 결론으로 제시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재정 구조 개편 없이는 통합돌봄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현재의 하향식 재정 운영과 불명확한 책임 체계가 유지된다면, 지역 간 돌봄 격차는 심화되고 서비스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초고령사회로 진입 중인 한국의 현실에서 돌봄제도의 불균형은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번 국회토론회는 통합돌봄을 국민 중심의 실질적 복지제도로 안착시키기 위해 국가가 명확한 재정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동시에 통합돌봄을 선언적 구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서비스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재정, 전달체계, 인력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부가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통합돌봄의 ‘진짜 출발’은 이제부터라는 인식이 국회와 시민사회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