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안 통하니 ‘격노’…트럼프 “너희 도움 필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관련해 대다수 동맹이 자신의 파병 요구를 거절했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한국·일본·호주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미 해군이 독자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맹국도 미국의 지원 요청을 외면하자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미국은 대부분의 나토 ‘동맹’으로부터 테러리스트 정권인 이란에 대한 우리의 군사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매년 수천억달러를 들여 나토를 보호하고 있지만 그 관계는 일방통행이었다”면서 “그들은 우리가 도움이 필요한 때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분노를 표했다. 그는 “다행히도 우리가 이란의 군사 능력을 초토화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호주,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세계 최강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말하건대 우리는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나토와 다른 두어 국가에 대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오랫동안 나토가 과연 우릴 위해 나설지 의문이라고 말해왔고 이번 일은 훌륭한 시험대였다”면서 “매우 중요한 것은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나설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는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방공망 등을 성공적으로 파괴하고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에 발목이 잡힌 미국의 난처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맹국들에 공격 사전 통보조차 안 해…트럼프에 불만 고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란의 반격 강도도 전쟁 초기보다 약해졌지만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종전을 선언하고 철수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좌절감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공화)은 엑스에 쓴 글에서 “방금 대통령과 유럽 동맹국이 군사 자산 제공을 꺼리는 문제에 관해 대화했다”며 “살면서 그가 이렇게 화가 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동맹들이 미국의 파병 요구를 거절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발이 그만큼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여름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5%로 증액하고 관세 협정에 합의할 것을 요구했을 때만 해도 유럽 국가들은 그의 뜻에 따라 움직였다”면서 “하지만 최근 몇달 사이 그러한 순응적 태도는 옅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1년 전보다 무게감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전 전에 동맹국들에 먼저 전쟁의 불가피함을 설명하기는커녕 공격 계획을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도 미국이 외면당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사전에 동맹국에 전화를 걸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공개 토론을 벌이는 등 지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나토 주재 미 대사였던 니컬러스 번스는 “독일·프랑스가 이라크전 협조를 거부했을 때 우리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토 동맹국을 여전히 지지했다”면서 “그것이 부시와 트럼프의 차이점”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의 제임스 린지 석좌선임연구원은 지난 2월 쓴 글에서 “수십년에 걸쳐 형성된 미국과의 안보·경제 관계가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는 없다”면서 “그럼에도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시간이 지나면서 큰 변화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국들의 이러한 행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동안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미국의 이익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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