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남 돕고 책 읽는' 신문 배달 할아버지…40년 만에 은퇴
[앵커]
'신문 배달 날다람쥐', 자신을 이런 별명으로 소개한 오광봉 할아버지는 올해로 94세입니다. 땀 흘려서 번 돈, 반은 남을 위해서, 또 반은 책을 사서 읽는다고 하는데요.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할아버지의 하루를 함께했습니다.
[기자]
[오광봉/94세 : 제 이름은 오광봉입니다. 신문 배달을 한 40년 가까이 했습니다.]
신문을 접고 휙 날리자 이웃집 마당에 쏙 들어갑니다.
옆구리에 신문을 끼고 경사 급한 계단도 단숨에 올라갑니다.
신발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신었습니다.
올해 94살입니다.
[오광봉/94세 : 신문 배달 날다람쥐라고 이름이 나있어요. 일을 해야 해요. 보약이 따로 없어.]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가난이 싫었지만 쉽게 포기하는 건 더 싫었습니다.
[오광봉/94세 : 한 60년 전에 집에서 가내공업을 했어요. 손가락이 잘렸는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팔다리 없는 거 비하면 난 아주 뭐 행복하지.]
23살 때 신문 배달원을 시작했습니다.
한 손으로도 잘할 수 있었던 건 튼튼한 두 다리 덕이었습니다.
매일 밤 11시 신문 보급소로 출근해 새벽 6시까지 달렸습니다.
하루 350부를 배달했습니다.
[오광봉/94세 : 처음 인사할 때는 '아주머니 안녕하십니까' '오늘 하루 행복한 의미를 찾으세요' 이렇게…]
신문 배달원으로 살아온 40년.
신문으로 세상을 읽고, 그 세상을 이웃에게 전하는 일이 좋았습니다.
이웃들 덕에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월급 60만원의 절반은 남을 위해 썼습니다.
나보다 더 힘든 노인들 집에 쌀과 고기를 건네고 배고픈 아이들 있는 곳에 기부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절반, 책을 샀습니다.
좁은 방과 침실에 쌓인 5천권의 책.
서재의 세월이 할아버지 인생입니다.
[오광봉/94세 : 톨스토이 인생독본이 삶의 방식을 알려주고 있어요. 머리맡에 항상 놔두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었어.]
귀는 안 들리지만 눈은 돋보기 없이도 잘 보입니다.
[오광봉/94세 : {할아버지는 지금 행복하신가요?} 나는 이만큼만 해도 행복해요.]
오래 좋아했던 신문 배달, 결국 최근 그만둬야 했습니다.
40년 만에 은퇴, 아무래도 쓸쓸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행복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했습니다.
[오광봉/94세 : 모두 정말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영상편집 김동준 VJ 김동규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권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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