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테이블코인, '금융 고속도로' 될까"

전시현 기자 2026. 3. 1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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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세미나서 정산 지연·해외 수수료 해법 논의
한강 플랫폼·PBM 청사진도 공개
오종욱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장(웨이브릿지 대표)이 18일 'K-스테이블코인 전략 세미나'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전시현 기자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21세기 AI 시대에도 우리 돈의 흐름은 여전히 90년대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소 앞에 멈춰 있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매경미디어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이 주관한 '중소기업 디지털금융 혁신을 위한 K-스테이블코인 전략 세미나'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 자리에는 금융·핀테크·학계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중소기업 금융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집중 논의했다.

▲ "정산 45일, 수수료 7%···중소기업 구조적 함정"

기조연설에 나선 오종욱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장(웨이브릿지 대표)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투기 자산이 아니라 도로통신망 같은 디지털 자산 시대의 고속도로"로 규정했다. 그는 "수수료 제로화, 글로벌 실시간 결제,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신용 보호로 중소기업의 주머니에서 새어나가는 돈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반월공단 소재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우 납품 후 대금을 받기까지 45일이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고금리·고환율·인력난의 3중고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결제 지연이 겹치면 유동성 위기는 일상이 된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금융 비효율의 뿌리를 세 가지로 압축했다. B2B 거래 대금 정산에 평균 30~90일이 걸려 공급망 내 운전자본 부담이 쌓이고, 해외 송금 수수료는 거래액의 3~7%에 달하는 데다 결제 완료까지 2~5일이 소요된다. 여기에 다수의 은행 계좌와 이기종 결제 플랫폼을 병행 운영해야 하는 복잡한 자금 관리 구조가 중소기업의 경영 체력을 잠식한다는 것이다. 이종섭 교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금융·결제 인프라 접근성이 현저히 낮아 구조적 비효율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 "P2P 직접 결제·매출채권 유동화···코인이 해법"

스테이블코인이 제시하는 해법은 명확하다. 24시간 365일 즉시 정산되는 실시간 결제, 중개 은행을 제거해 송금 비용을 90% 이상 낮추는 저비용 국제 송금, 스마트 계약으로 자동 집행되는 프로그래머블 금융이다. 이종섭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하면 중소기업이 거래처와 블록체인을 통해 직접 P2P로 대금을 즉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채권 유동화 국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지급 결제 수단으로 도입되면 기업이 과도한 할인 없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됐다. 이종섭 교수는 결제·공급망 금융·무역 금융·자금 관리 전 영역에 걸친 구조적 혁신 가능성을 수치와 함께 제시하며 은행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CBDC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최적 해법으로 권고했다.

▲ 한국은행 "스테이블코인 명칭만큼 안정적이지 않다"

반면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연구실장은 스테이블코인의 태생적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그가 꼽은 4대 리스크는 준비자산 가치 변동에 따른 신용리스크, 즉각 상환 불가에서 오는 환금 제약,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연동 장벽인 상호운용성 제약, 퍼블릭 블록체인의 중앙화·보안 취약성에서 비롯된 시스템 의존성이다.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명칭만큼 가치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경고다.

윤성관 실장이 내놓은 대안은 '한강 플랫폼'이다. 그는 "매장이 A 스테이블코인도 받고 B 스테이블코인도 받으면 자금 관리가 복잡해지는데, 한강 플랫폼은 백엔드에서 발행자들의 자금 교환을 처리해 매장주에게는 원화만 꽂히는 형태로 바꿔준다"고 설명했다. 

한강 플랫폼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청산소 역할을 맡고 중앙은행이 최종 방어막을 담당하는 구조다. 여기에 스마트 계약으로 사용처·용도·유효기간을 제어하는 조건부 디지털 화폐 PBM(목적 기반 화폐)을 국고보조금 집행·건설 선급금 관리·바우처 사업에 적용하면 투명성과 집행 효율이 동시에 높아진다고 한국은행은 밝혔다.

▲ "디지털 지갑부터 만들어라"···제도화 시계는 '지연 중'

종합토론에서는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가 좌장을 맡고 조성우 LG CNS 상무, 변미경 광주은행 부행장, 조태흠 웨이브릿지 유럽 법인장, 정진국 핀테크산업협회 사무국장, 강련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등이 IT·금융·법률 관점에서 인프라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오종욱 이사장도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도입되더라도 토큰 증권이나 CBDC와 연결되는 형태로 나올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매출채권을 풀링해 유동화를 빨리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그는 "결제에 도입되려면 중소기업들도 사전에 디지털 지갑을 구축하고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그는 국가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를 통한 시장 메시지 발신이 가장 긴요하다고 짚으면서 "2026년 중동 전쟁 등 다른 이슈들로 미루어지고 있는 게 아쉽다"고 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종섭 교수가 제시한 3단계 로드맵(파일럿·샌드박스→공급망 금융·표준 정립→글로벌 SME 네트워크 통합)이 실현되려면 준비금 규제·AML/KYC·결제 라이선스·기업 결제 규정의 4대 제도 정비가 먼저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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