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몰던 사람이 살인마로…‘조종사 정신건강 검증’ 도마에
“공사출신 기득권에 내 인생 파멸
3년전부터 4명 살해 계획 세웠다”
경찰, 사이코패스 진단검사 검토
항공사 검증은 문진·인터뷰에 그쳐

● ”3년 준비, 4명 살해 계획”
18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살인 등의 혐의를 받는 전직 부기장 김모 씨는 전날 부산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경남 창원으로 이동해 또 다른 기장을 찾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이동한 점 등을 근거로 추가 범행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기장은 경찰의 신변 보호 조치로 피해를 면했다. 경찰은 이날 김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전날 오전 5시 반경 부산 부산진구에서 전 직장 동료인 50대 기장을 기다렸다가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전 16일 경기 고양시에서도 또 다른 기장을 상대로 목을 조르는 방식의 살해를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뒤 부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 이후 창원으로 이동한 김 씨는 세 번째 범행 대상을 만나지 못하자 울산으로 이동해 모텔에 은신했다가 17일 오후 8시 3분경 검거됐다.
경찰은 고양과 부산, 창원을 옮기며 벌인 범행을 장기간 준비한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압송 과정에서 “3년 전부터 계획했고 4명을 살해하려 했다”고 했다. 경찰은 “김 씨가 수 개월전부터 피해자들의 동선을 추적해 주거지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60여명의 수사팀을 동원해 김 씨를 검거한 경찰은 범행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공군사관학교 출신 기득권에 밀려 내 인생이 파멸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역시 공사 출신이지만, 조종이 아닌 정보 분야 장교로 임관했다. 김 씨는 공사 졸업 이후 미국에서 조종사 면허를 땄고, 2018년부터 2024년까지 한 민간 항공사에서 조종사로 일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공사에서 조종 특기로 졸업한 조종사들이 많은 구조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인찬 신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소외감에 더해 정기적인 평가에서 특정 평가자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24년 퇴직 이후 조종사 협회 산하 공제회에 공제금을 신청했으나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가 고양에서 살해를 시도했던 기장도 공제회 관계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 경찰, 사이코패스 검사 검토
경찰은 김 씨의 정신 질환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검토하고 있다. 연쇄 범죄를 장기간 준비했던 점 등으로 볼 때 단순히 개인적인 원한으로 범행을 준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장거리 운항을 하는 항공기 조종사의 정신건강 관리 체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항공사들은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평가를 포함한 연 1회 이상의 신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한항공 등 일부 항공사는 자체 의료센터를 통해 보다 강화된 검사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과 유럽항공안전청 역시 조종사의 정신건강 상태와 약물 사용 여부를 점검해 필요할 경우 비행에서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제도는 2015년 독일 저먼윙스 항공사의 여객기 추락 사건 이후 강화됐다. 당시 부기장이 조종실 문을 잠그고 고의로 항공기를 추락시켜 비행기에 탑승했던 150명이 숨졌다.
다만 현행 정신건강 검증 제도는 문진과 인터뷰 중심으로 이뤄저 실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조종사를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조종사가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를 숨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신 질환이 확인되면 직업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조종사라도 문진에서 상태를 축소해 답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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