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의 대가[금주의 B컷]

전쟁은 멀리서 시작됐다. 지도로 보면 멀고, 일상에서는 더 멀게 느껴진다. 오른 기름값은 운전자들만의 문제처럼 보이고, 오른 환율은 여행이나 유학 계획이 없다면 당장과는 무관한 숫자처럼 보인다. 그래서 먼 곳에서 벌어진 전쟁은 한동안 개인의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다.
유튜브를 켜면 몇개의 국가가 자주 보인다. 미국, 이스라엘, 이란. 뉴스 생산자들은 그중 하나가 무너지거나, 아니면 모두가 무너질 것처럼 구성된 섬네일을 연이어 올린다. 자극을 강요하는 듯한 불편함에 뉴스 보기가 싫어진다. 뉴스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가뜩이나 먼 곳에서 벌어진 국제 뉴스는 가까운 국내 뉴스보다 더 뒤에 놓인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관심은 국내 정치에 크게 쏠려 있고, 국제 뉴스는 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문다. 해외 전쟁에 국민이 큰 관심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몇몇 국가에 해군 파병을 요청했다. 명분은 해상 안전과 항로 보호지만 그 결정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설 수 있다. 전함과 총포 뒤에는 우리 청년들이 있다. 전투가 벌어지면 반드시 인명 피해도 발생한다. 그때의 일은 환율이나 기름값처럼 남의 뉴스로만 남지 않게 된다. 멀리서 시작된 일은 한동안 멀리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거리는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그 거리는 더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
사진·글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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