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판결문 ‘위험하다’는 한동훈 “내란죄 너무 좁혀놔…李 계엄 가이드라인같다”

한기호 2026. 3. 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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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조갑제 前편집장 만나 尹 1심 평가
“절차없는 尹 친위쿠데타만 내란이라 좁혀”
“李 계엄한다면? ‘내란 안되는 법’ 설시같아”
“戰時 준해야할 계엄요건 심사 회피도 위험”
“탄핵, 尹이 선택…퇴진 뒤집고 軍權 잡으려”
“尹 공적관계였다…김건희 전횡 다 알던 일”
“‘金라인 정리’ 말한 부산선거 22%p차 역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2·3 위헌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죄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귀연 재판부에 대해 “친위쿠데타를 할 경우의 내란죄 인정 범위를 좁혀놨다”고 비판했다. 1234쪽에 이르는 1심 판결문이 오히려 똑같은 비상계엄 권한 남용을 하고도 내란죄 처벌을 피해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어 위험하단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18일 월간조선이 공개한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현 조갑제닷컴 대표)과의 대담에서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법조인으로서 내란 재판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질문에 “판결문을 보고 위험한다고 생각했다. (지귀연)판사가 말한 내용들을 보면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계엄을 했을 때 ‘내란죄가 인정되는 범위’를 지극히 좁게 인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죄 판단 자체를 비판하진 않지만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식으로 해야만 내란이다’, 이렇게 친위쿠데타를 할 경우 내란죄 인정범위를 좁혀놨다”며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자기 형사처벌 피하기 등 다른 이유를 갖고 계엄을 할 때 ‘이렇게 하면 내란이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 같은 판결 설시(說示)로 오해받기 쉽다. 1심에서 그렇게까지 얘기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가 지난 2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12·3 비상계엄 내란수괴 혐의 1심 선고 주문을 낭독할 당시의 모습(왼쪽),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1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윤민우 윤리위의 당적 제명 의결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할 당시의 모습(오른쪽).[연합뉴스 사진]


그는 “(재판부는) ‘계엄을 하게 된 동기’ 등에 대해 ‘사법판단의 대상이 안 되는 것처럼’ 판시했다”며 “계엄이 불법이었던 이유가 ‘국회에 군을 보내고 포고령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건데 (본질은) 그런 ‘절차적 이유’ 때문에 중대범죄가 되는 게 아니다. 계엄권한 자체는 그렇게 쓰면 안 되는,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 아닐 경우 이건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귀연 재판부는 마치 ‘계엄 발동 요건에 실제로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법심사 대상이 아닌 것처럼’ 얘기했다. 그건 매우 위험하다”며 “예를 들어 이 대통령이 본인 재판이 재개돼서 ‘사법부가 쿠데타를 하는 거다’고 규정한 다음 계엄을 하면, 윤 전 대통령이 안 지킨 절차만 지키면 사법심사 대상이 아닌 것처럼 돼 내란이 아니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전 대표는 재임 당시 비상계엄을 저지하고, 윤 전 대통령이 조기퇴진 약속을 뒤집은 담화에 탄핵찬성으로 선회한 바 있다. 그는 ‘현실과 타협할수도 있었을텐데’라는 물음에 “유혈사태를 막고 보수를 보전하는 대의 앞에선 내가 정치적으로 죽거나 끝나도 그건 운명이라 생각했다”며 “제가 제대로 결단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나라 흥망이 좌우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윤 전 대통령·김건희씨 부부와 가깝다고 알려졌는데 사태를 예상 못했느냐’는 질문엔 “저는 공적인 관계였다. 제가 술을 안하다 보니 술자리에 가는 사람도 아니고, 김건희씨와 겸상해서 밥 한번 먹은 적도 없다”고 답했다. ‘한동훈이 윤석열과 싸워 보수가 무너졌다’는 비판논리엔 “오히려 잘못을 알면서도 대통령 눈밖에 나서 피해볼까봐 가만히 있었던 사람들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금 의과대학 (2000명)증원이나 여러 이슈에 대해 당시 황당했던 일화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대통령 부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얘기했던 사람이 저밖에 없었던 게 문제지, 그런 노력을 한 게 문제가 아니다”며 “그때 대통령 부부에게 아첨하고 뭔가 받아내기 바빴던 사람들이 제가 대통령 부부 잘못을 지적한 게 잘못이란 건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또 “윤석열 정부 초반엔 대통령실 등에서 바른말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좀 있었는데, 하나하나 사라지기 시작했다. 제가 당대표 됐을 땐 이미 주변에서 대통령 부부에게 거슬리는 말은 하나도 못했다”며 “김건희 여사가 전횡하고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단 걸 다들 알고 있었잖나”, “그때 대통령의 문제를 바로잡는 게 대한민국 공동선과 보수를 위해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자괴감이 들었느냐는 물음에 한 전 대표는 “‘왜 다른 사람들은 다 윤 대통령 문제를 알고 얘기하면서 막상 공론화되면 나를 공격하고 대통령에게 아부하는 건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대통령이) 말씀드렸는데도 안 들은 거다. 결국 명태균 문제, 의료사태, 김건희 리스크 등 제가 틀린 방향으로 얘기한 게 있나. 이제 와서 ‘싸웠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정말 적반하장”이라고 답변했다.

탄핵 찬반에 관해선 “(제가) 탄핵에 앞장선 게 아니냐고 공격하는데 제가 그때 여당 대표로 당에 정국안정TF를 만들고 대통령한테 2선후퇴와 조기퇴진을 요청했다”며 “대통령이 약속한단 취지의 발언을 했고 국민의힘은 탄핵을 한번 부결시켰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조기퇴진 거부하고 탄핵심판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군통수권까지 그대로 자기가 행사하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불법계엄을 한 대통령이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나. 불가능하다. 유혈사태 난다. 탄핵은 조기퇴진 약속을 어기고 윤 대통령 본인이 선택했다”며 “얼마 전 (경북지사 출마한) 김재원 최고위원 유튜브를 보니 경북 어르신들께 ‘한동훈이 대통령이 조기퇴진을 추진하는 것을 못하게 하고 탄핵했다’는 취지로 새빨간 거짓말을 하더라. 적극적으로 바로잡을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씨.[연합뉴스 사진]


선거에 관해서도 논했다. 비대위원장 재임 당시 2024년 총선 부산 18석 중 17석 확보, 당대표로서 10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 압승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22대 총선은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고 부산에서 어느 한곳도 확정적인 곳이 없었는데 제가 한동안 부산에 머물며 ‘개헌선만은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전재수 민주당 의원 지역(북갑) 한곳 빼고 석권했다”고 밝혔다.

또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여론조사에선) 우리 후보가 3~4%포인트(p) 차이로 지는 걸로 나왔는데 제가 ‘김건희 라인 정리하고, 김건희 사건 제대로 처리하겠다’고 공개 호소하면서 (민주당·조국혁신당 단일후보에게) 22%p차 대역전승을 거뒀다”며 “부산시민들은 원하는 것이 분명하고, ‘기다, 아니다’ 선명하게 결정하고 판단을 정확하게 하는 분들”이라고 구애했다.

조갑제 대표가 ‘유능보수 재건’을 주문한 데 대해 한 전 대표는 공감하며 “유능함은 결과와 성과로 말하는 거다. 스펙보단 위기에서 판단력과 실행력과 배짱”이라며 “전통적으로 좌파와 진보는 정의로움에 치중하고 우파는 유능함을 매력과 장점으로 어필해왔는데 지금 보수는 유능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은데 왜 누가 지지하겠나. 이런 본질적이고 아픈 문제를 마주한 것”이라고 했다.

한기호 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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