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정산 국립공원, 녹색문명을 이끄는 거대한 힘
부산은 단순히 한반도 남단의 대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거친 바다와 험준한 산세 사이에서 꿋꿋이 삶을 지켜온 사람들의 강인한 의지와 정신이 응축된 공간이다. 이러한 부산의 정체성은 오랜 역사와 자연환경이 빚어낸 결과이며, 그 중심에는 금정산이 자리한다.
부산의 유구한 서사와 뿌리 깊은 정신은 금정산 고당봉 바위 위, 금빛 물고기가 유영하던 마르지 않는 금샘(金井) 설화에서 기원한다. 이 설화는 단순한 전설을 넘어 부산이 하늘과 연결된 생명력을 지닌 신성한 공간임을 상징한다.
동시에 금정산의 물줄기가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명을 키워온 근원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생명력은 역사 속에서 부산 정신의 구심점인 천년고찰 범어사와 국내 최대 규모의 금정산성을 통해 외침을 극복하고 이 땅을 지켜낸 호국과 수호의 정신으로 이어졌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공동체의 삶을 지켜온 부산의 혼은 시민과 삶의 터전에 깃들어, 금정산과 함께 지금까지 면면히 흐르고 있다.
이러한 깊은 역사적 정체성과 정신적 가치를 간직한 금정산이 올해 3월3일, 우리나라 24번째 국립공원으로 공식 지정됐다. 낙동정맥의 끝자락에서 바다와 장엄하게 만나는 부산이 지닌 생태·경관적 우수성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적·문화적 가치까지 국가적 자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는 그동안 도시 개발 속에 놓여 있던 금정산이 본연의 가치를 되찾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도심 속 살아 있는 생태 박물관인 금정산은 수달, 고리도롱뇽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일 뿐만 아니라, 대도시 부산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거대한 냉각기 역할을 한다. 울창한 숲과 계곡은 도심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고 맑은 공기를 끊임없이 공급해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이는 시민들에게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든든한 지반(地盤)이 된다. 특히 탄소 흡수원으로서 산림의 가치가 날로 중요해지는 지금, 금정산 국립공원은 부산의 탄소중립 실현을 뒷받침할 핵심 자연 자산이다.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자연을 보호하며, 무분별한 훼손을 막고, 생태계의 복원력을 높이는 일은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위기로부터 부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지혜로운 대비책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이는 미래 세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금정산 국립공원의 관리체계를 고도화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시민들이 생태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보전을 넘어 ‘녹색 대전환’을 실현하는 구체적 방안이 될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 중심의 관성에서 벗어나, 국립공원을 생태계 복원과 환경 교육의 장으로 적극 활용함으로써 지역사회와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시대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지금, 금정산 국립공원이 대한민국 녹색 문명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되어야 한다.
금샘에서 비롯된 신화적 생명력은 이제 국립공원이라는 틀 위에서 더욱 단단히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금정산이 간직한 하늘의 뜻과 역사의 숨결을 지키며, 부산의 자연을 세계적인 생태문화유산으로 가꾸어야 한다. 금정산의 푸른 숨결이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져 지속 가능한 내일을 여는 거대한 흐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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