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하후상박 기초연금, 꼭 이루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2026. 3. 1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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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월수입 수백만원 되는 노인이나 수입 제로인 노인의 기초연금액이 똑같습니다. 이제는 일부는 빈곤 노인에게 조금 후하게 지급해도 되겠지요?”라며 하후상박 기초연금을 제안했다. 지금은 기초연금이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소득이 적을수록 두껍게 지급하는 ‘최저보장’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의미이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현행 기초연금은 노인 70%에게 월 35만원을 지급한다. 이러한 급여구조에서는 노인 70%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기에 금액을 대폭 높이기 어려워 빈곤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 노인 빈곤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기초연금의 손질이 필요하고, 대통령이 그 방안을 제시한 이유이다.

북유럽 복지국가인 스웨덴과 핀란드도 비슷한 방향으로 기초연금을 바꾸었다. 예전에는 기초연금이 모든 노인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완전 보편적 제도였는데, 지금은 하위계층 노인에게만 누진적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최저보장 방식으로 운영된다. 노인 수가 늘어나면서 보편방식 기초연금의 재정 부담이 커지자 소득이 빈약한 노인에게 집중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대상은 줄이고 금액은 누진적으로 더 높이는 구조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기초연금의 하후상박 전환은 우리나라 연금개혁에서도 핵심 과제이다. 작년에 국민연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부분적 재정안정화를 이루었고, 다음 과제는 기초연금을 노인 빈곤 개선에 효과적인 방향으로 재편하는 일이다. 예전에는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으로 확대해 보편적 기초연금으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근래 이러한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적용 범위는 점진적으로 줄이더라도 금액은 누진적으로 높여 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초연금 의견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며, 보건복지부에서도 상당히 검토가 이루어진 방안이다. 대통령의 제안을 계기로 복지부는 구체적 개편안을 마련하고 국회도 기초연금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하후상박 기초연금에 대해 종종 제기되는 우려가 있다. 가난한 노인에게 상당한 금액의 연금을 지급하면 누가 국민연금에 가입하겠느냐는 지적이다. 누구는 세금으로 기초연금 혜택을 얻고, 나는 보험료를 내서 국민연금을 받으니 형평하지 않으며 나아가 국민연금 가입을 회피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주의가 요청되는 이야기이다. 실제와는 다소 동떨어진 논리이고 공적연금의 연대 가치와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연금은, 세금이 그러하듯이, 내고 싶지 않다고 해서 거부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사업장 가입자는 물론이고 지역가입자도 적용 대상자면 의무가입이다. 실시간 소득파악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어 소득자료 파악도 예전에 비해 내실화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시기에 가입하고, 기초연금은 65세 이후에 소득과 재산 여건에 따라 적용 여부가 결정되는 제도이다. 즉 국민연금 가입과 기초연금 적용에는 인생기 시차가 존재한다. 국민연금 가입 회피는 은퇴 후 기초연금을 받기 위해 젊었을 때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하지 않을 거라는 가정에서만 성립한다. 물론 열심히 일을 해도 여력이 없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긴 노후를 걱정하며 금융재산이나 부동산을 준비하려 노력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심정은 들 수 있다. 나는 힘겹게 보험료를 내서 국민연금을 받는데, 다른 노인은 보험료 기여 없이 기초연금을 얻으니 억울하고 불공평하다는 생각이다. 아마 국민연금 가입 회피 논리가 나오는 배경이며, 이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진짜 숙제이다. 이웃 노인이 세금으로 기초연금 혜택을 얻더라도 ‘나보다 어렵기 때문에 받는 거다. 누구든 존엄한 노후를 누리도록 우리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는 공존과 연대 의식을 넓혀가야 한다.

대통령의 제안을 계기로 기초연금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오랫동안 연금개혁이 지지부진했는데, 작년 국민연금 개혁에 이어 올해 기초연금 개편까지 성사된다면 연금체계에서 지속 가능성과 보장성을 꾸준히 다듬어가는 우리의 책임과 실천이 돋보일 수 있다. 예전에는 현세대가 연금개혁에 수동적이고 소극적이었다는 비판과 자조가 있었는데, 이제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자부심이 생기고, 이는 초고령사회의 노후연대 의식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 노후소득보장에서 하후상박 기초연금, 올해에 꼭 이루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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