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작아진 파이…회계사-세무사 '갈등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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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영역을 둘러싼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갈등이 첨예한 것은 회계사와 세무사만이 아니다.
당시 서울시의회는 회계사에게만 허용되던 민간 위탁 사업비 결산 업무를 세무사에게도 허용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한국공인회계사회도 일부 지자체 조례안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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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공공성 지닌 세무전문가'
법적지위 구체화에 세무사 반발
두 전문직 단체 수년간 영역다툼
AI 확산에 '전문직 장벽' 무너지자
"선 넘지 마라" 곳곳서 이전투구

업무 영역을 둘러싼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법안 문구 한 줄, 조례 단어 하나를 두고 정면충돌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회계 검증은 회계사의 영역”이라는 주장과 “세무 분야의 전문성을 무시하지 말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갈등이 첨예한 것은 회계사와 세무사만이 아니다.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전문직의 입지가 좁아지자 직역 간 ‘영토 싸움’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자체 의회 곳곳에서 정면충돌

18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무사들은 국회 정무위원회 정례회의 안건 상정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공인회계사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공인회계사를 ‘공공성을 지닌 세무 전문가’로 규정하고, 회계사의 직무 범위를 기존 ‘세무 대리’에서 ‘세무사법에 따른 세무 대리’로 구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계사가 수행하는 업무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세무사들은 이를 세무사 고유 업무를 침해하는 위협으로 보고 있다.
회계사와 세무사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22년부터다. 당시 서울시의회는 회계사에게만 허용되던 민간 위탁 사업비 결산 업무를 세무사에게도 허용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검증 수준을 완화하는 조치는 공공재정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수년간의 공방 끝에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초 이 조례를 원상 복구했다. 회계 검증의 전문성 유지와 행정의 일관성 확보가 재개정의 명분이었다.
세무사회 등은 서울시의회의 오락가락한 결정을 규탄하는 한편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산서 검사권’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이달 9일 광주광역시의회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세무사에게도 정산 검증을 허용하는 조례를 의결했다. 경북 구미시와 경주시 등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비슷한 조례가 통과됐다. 경기도를 비롯해 전북 경북 전남 충남 등 광역자치단체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청년공인회계사회 등은 조례 개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했고, 회계 검증 시스템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도 일부 지자체 조례안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국회는 회계사·지자체는 세무사 편

세무사를 검사인으로 포함하는 조례 개정안 의원입법 발의가 늘어나자 국회에서는 조례 개정 자체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까지 등장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지자체 민간 위탁 사업 수행 기관에 대해 회계사의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별 지자체 차원의 조례 개정을 상위법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회계사 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법안이다.
제정 준비 단계에 있는 ‘회계기본법’을 둘러싼 직역 간 기싸움도 치열하다. 부처별로 분산된 회계 규정을 단일 체계로 통합하려는 이 법안을 두고 세무사회는 국회 안건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계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특정 직역에 유리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850만 중소기업이 세무사와 함께 형성해온 기존 질서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중소기업에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격증 장벽’이 기술 발전으로 허물어지자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역 간 생존 경쟁이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송 대리권을 둘러싼 변호사와 변리사 간 갈등, 리걸테크·택스테크 도입을 둘러싼 직역 단체와 플랫폼 기업 간 충돌은 흔한 풍경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직의 전문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그 권한을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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