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칼럼] 또 하나의 권력, 유튜브

박철규 대한민국지식중심 공동대표 2026. 3. 1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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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욕에 선동하는 운영자, 그를 신격화하는 구독자
정략적 이용하는 정치인, 필요한 건 우상 아닌 이성
박철규 대한민국지식중심 공동대표

얼마 전 동창 모임에서 ‘공소 취소 거래’ 건이 화제가 됐다. 그중 대기업에서 은퇴한 어느 동창은 12·3내란 전후까지만 해도 정치에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날의 그는 평소와 완전히 달랐다. 이번 해프닝으로 향후 ‘공소 취소’는 불가능하고, 여권 내 권력 투쟁이 본격화된다고 단정했다. 그는 대화를 주도하면서 다른 의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한 치의 양보 없이 고집만 부렸다. 평소와는 너무 다른 태도와 엄청 독특하게 변한 그 동창을 보고 다들 깜짝 놀라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특정 유튜브를 구독하고 있다면서 자랑스럽게 권하기까지 했다. 짧은 기간에 사람의 의식을 이렇게까지 바꿀 수 있는 유튜버의 위력을 실감했다.

신문과 방송이 정치 여론을 주도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정치 유튜브가 담론의 중요한 무대가 됐다. 그간 유튜브는 정보 생산과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고 대안 언론의 역할을 해 왔다. 또 구독자를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만들면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공론의 장으로 기능했다. 다만 알고리즘이 만든 권력의 집중, 상업화와 극단화, 개인 미디어의 신격화 등의 문제를 낳았다.

구독자들은 자신이 공감하는 정치 유튜브를 반복적으로 보고 환호하면서, 그 채널을 중심으로 팬덤이 된다. 이쯤 되면 유튜브 진행자의 발언은 굉장히 권위 있는 ‘말씀’으로 둔갑한다. 나아가 특정 진행자는 우상을 넘어 신격화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 점은 정치의 사법화, 종교의 정치화 이상으로 심각하다.

현재 정치 유튜브 공간에서 가장 잘나가는 두 곳은 정치 담론의 진영화, 인물 중심의 정치 해설, 자극적인 정보의 단순화 등을 통해 강력한 팬덤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정치 유튜브는 진영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미디어이다. 정치 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공정과 상식으로 분식(粉飾)된 유튜브 진행자의 해설은 여과 없이 팬덤에 녹아든다. 그 결과 특정 진행자의 발언을 맹신하여 구독자는 전파자가 되고, 일부는 다른 진영 유튜브를 찾아다니면서 댓글로 공격하는 전사 또는 ‘신도’를 자처하기도 한다. 통상 정치 유튜브의 팬덤은 알고리즘이 편집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대부분 다른 성향의 채널은 무시하고 외면한다.

이 두 곳에서는 국회 갈등이나 정부 정책, 선거 국면이나 주요 정치 현안과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영 선악 찬반 음모 책임 등의 기제로 설명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댓글과 시청자 커뮤니티에서도 확인된다. 이곳은 각각 다른 정치 진영을 대표하지만 이와 같은 점에서 정치 유튜브의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한국 사회에서 정치 정보가 소비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우리는 이미 유튜브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된 것은 민주적 진전이지만, 팩트 체크가 되지 않은 정보와 가짜 뉴스, 극단적인 주장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알고리즘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선호함에 따라 이미 여론의 양극화가 상당하다. 그 결과 정치 유튜버 생태계는 이미 강자만이 살아남는 ‘동물의 왕국’이 됐다.

물론 정치 유튜브가 모든 문제를 심화시킨 것은 아니다. 정치 유튜브 권력의 강력한 영향력은 정치 담론의 공론화 방식에 분명한 변화를 가져왔다. 특정 정치 유튜버 진행자의 신격화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튜브라는 생태계 속에서 어떻게 ‘진영의 신념 집합체’를 극복하여 온전한 민주적 공론의 장으로 진화할 수 있는가이다. 어쩌면 꼭 필요한 것이 규제가 아니라 시민의 비판적 시청 태도일지도 모른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사리한 운영자와 뇌동한 시청자, 영합한 정치인 등 결국 사람이 자초한 것이다. 사람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는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상이란 사물에 대한 합법칙적인 인식과 인식 주체의 가치 의식이 결합 된 것인데, 인식 주체의 가치 의식이 일차적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가치관과 세계관이 서로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역사도 쓰는 사람과 집단에 따라 동일한 사실과 인물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 민주주의 요체는 적법 절차의 준수와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정치 유튜버든 다양한 관점과 정보를 비교하며 판단하려는 노력이야말로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상이 아니라 이성이다. 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비교 시청을 전제로 플랫폼의 다원화, 지식 기반 콘텐츠 확대, 공공 저널리즘의 강화, 특히 미디어 리터러시 확대가 필요하다. 어떤 플랫폼이든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시민의 태도에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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