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치솟자 재소환된 ‘차량 5부제’ 찬반 논쟁
민간 확대 시 35년 만 전면 시행 가능성 대두…과태료 부과
생계형 차량·대중교통 소외 지역 거주민 등 불편 없도록 해야

지역민들 사이에선 “에너지 절약을 위한 강도 높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생활 필수품이 된 차량 이동 제한을 막는 것은 과도하다”라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8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 부처는 차량 5부제와 같은 운행 제한 조치 등 에너지 수요 절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현재와 같은 양상이라면 석유 가격이 다시 불안정해지고 민생 전반에 미치는 충격도 커질 것”이라며 “범사회적 에너지 절약 확산을 위해 필요시 자동차 5부제 또는 10부제 등 다각적인 수요 절감 대책을 조기에 수립해달라”고 지시했다.
차량 5부제는 자동차 번호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로 일주일 중 하루 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방식이다. 단기간 교통량 감소와 연료 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요 억제 정책으로 꼽힌다.
정부가 공공 부문을 넘어 민간까지 차량 5부제를 확대하면 1991년 걸프 전쟁 당시 차량 10부제 시행 이후 35년 만의 전면적인 차량 운행 제한 조치가 된다. 당시 나흘간의 계도기간을 운영한 후 위반 차량에 대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후 2006년 ‘신고유가 시대’ 에너지 소비 억제책에 따른 공공기관 요일제, 2008년·2011년 공공 부문 중심 5부제, 2017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2부제 등이 운영됐다.
전국적으로 민관 모두 차량 부제 운행을 시행한 것은 1991년 사례가 사실상 유일한 것이다.
차량 부제 운행은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정부는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우려가 있을 경우 차량 등 에너지 사용 기자재의 사용 제한을 명령할 수 있다. 또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에는 에너지 절감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5·10부제가 운영되면 각 지자체의 행정명령을 통해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과 과태료 부가가 이뤄진다.
다만 실제 시행 여부는 자원안보 위기경보 단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산업통상부는 ‘주의’ 단계 발령을 검토 중이며 경보 단계가 상향되면 차량 운행 제한과 같은 수요 관리 조치가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이 시행되면 시민 체감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주처럼 차량 이용이 일상화된 지역에서는 운행 제한의 현실성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이동환(34·광주시 광산구 신가동)씨는 “요즘 기름값 오르는 속도를 보면 개인 불편만 따질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직장이 집에서 멀어 차가 필요하지만 기름값이 부담되기도 해 하루 정도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교통량이 줄면 전체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도심 외곽에 거주하는 안주민(45·광주시 북구 석곡동)씨는 “무등산 자락에 있는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데 버스 한대가 일정 시간마다 겨우 오갈 정도이고, 택시 이용도 사실상 불가능한 대중 교통 소외지역”이라면서 “특히 첨단에 있는 직장을 오가려면 차량 이용이 필수적인데, 차량 이용을 막으면 불편을 떠나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처럼 차량 5부제를 둘러싸고 ‘공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과 ‘개인의 삶을 침범한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이 맞서면서 정책 수용성을 둘러싼 논쟁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차량 5부제를 도입하더라도 대중교통 소외지역 거주자나 장거리 출퇴근 차량, 생계형 차량, 임산부·장애인·유아 동승 차량, 비상저감조치 대응 차량 등은 철저한 사전 등록 절처를 거쳐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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