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호르무즈-트럼프-휴전선

윤인수 2026. 3. 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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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쟁사에는 전쟁의 흐름을 바꾼 전략적 요충지, 초크포인트(chokepoint)가 숱하게 등장한다. 그리스 협곡 테르모필레가 영화 ‘300’으로 유명해졌다.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는 그리스 정복의 관문인 다르다넬스 해협을 손쉽게 건넜지만, 레오니다스 왕이 지휘한 300명 스파르타군에 막혀 테르모필레에서 3일을 지체했다.

시간을 번 그리스 연합군은 후방의 보병과 함대를 수습해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를 격퇴했다.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이 끝나고 약 150년 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3세는 거꾸로 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너 알렉산더 제국 건설에 나섰다. 테르모필레 전투가 기원전 그리스와 소아시아의 역사를 바꾼 셈이다.

지중해와 대서양을 잇는 유일한 관문인 지브롤터 해협은 중세부터 2차세계대전까지 기독교와 이슬람 왕국, 유럽 제국들이 패권을 놓고 각축을 벌였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의 스위치를 두고 말라카 해협과 대만 해협에서 대치 중이다. 중동과 아시아의 최단거리 원유 수송로인 말라카 해협은 중국의 숨통이고, 대만 해협은 중국의 아시아 지배 관문이다.

두 해협에서 중국과 각축을 벌이던 미국이 원유 수송의 원점인 호르무즈 초크포인트에 갇혔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에 질식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은 물론 경쟁국인 중국에까지 군함 파견을 강청했다. 중국의 거부엔 정상회담 연기로 앙갚음하고, 영국·프랑스·일본까지 고민하고 망설이자 ‘충성도 테스트였다’며 짜증을 내고 ‘기억하겠다’며 을러댄다.

가장 난처한 건 한국이다. 155마일 휴전선으로 분단된 나라다. 초크포인트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긴 초크라인이고, 휴전선 턱밑에 수도 서울이 있다. 미국은 대북 안보전략의 핵심이다. 유사 시 미국의 즉각 개입을 전제한 전략이고, 주한미군은 이를 위한 인계철선이며, 북한 핵에 대한 유일한 억지력은 미국의 핵우산이다. ‘두고 보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이란의 초크에 걸려 내뱉는 횡설수설로 여겨 무시할 처지가 아니다.

중동 분쟁으로 호르무즈가 막힐 때마다 경제 숨통이 막혔던 한국이다. 이젠 초크포인트 호르무즈 사태로 155마일 초크라인 휴전선에 미묘한 나비효과가 걱정된다. 세계가 좁아졌고, 미·중 패권 전선은 확대됐다. 자칫하면 한국이 미·중 패권전쟁의 초크포인트가 될 판이다. 국가 생존 전략을 재설계해야 할 세계정세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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