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고통을 함께 짊어진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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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는 매년 사순 시기를 보낸다.
사순 시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다리는 40일간의 시기다.
십자가의 길에서 만난 예수 그리스도는 고통 중에 삶의 큰 어려움에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넘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이 돼 주시는 분이다.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삶의 어둠과 고통이 우리를 짓누를 때마다 우리 곁을 지키는 누군가가 있다면 바로 그가, 고통의 한복판에서 나에게 다가와 희망이 돼 주시는 십자가의 길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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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는 매년 사순 시기를 보낸다. 사순 시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다리는 40일간의 시기다. 성경에서 ‘40’이라는 숫자는 정화와 회개,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래서 교회는 이 시기에 기도와 단식, 자선을 통해 마음을 정화하며 부활의 신비를 준비하도록 초대한다.
이 시기 신자들이 특별히 많이 바치는 기도가 ‘십자가의 길’이다. 이 기도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형 선고를 받으신 뒤 골고타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과정을 14개의 장면으로 나눠 묵상하는 기도다. 그러나 십자가의 길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되새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이르는 길을 함께 걸으며 우리 삶의 십자가와 구원의 신비를 바라보게 하는 기도다.
필자가 신학생 때의 일이다. 사순 시기를 맞아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던 중 제5처에서 깊이 머물게 됐다. 제5처는 키레네 사람 시몬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져 드리는 장면이다. 그런데 그날의 묵상에서 필자는 조금 다른 장면을 보게 됐다. 시몬이 예수님을 돕는 것이 아니라 거의 초주검이 된 예수님이 오히려 시몬의 십자가를 같이 져 주기 위해 그의 곁으로 비틀거리며 다가오시는 모습이었다. 예수님은 시몬만이 아니라 필자에게도 다가오셨다. 필자가 삶의 십자가로 인해 지쳐 그동안 걸어온 성소의 길을 멈추려 하고, 십자가의 무게에 짓눌려 넘어져 낙담하고 있을 때 한 인물, 가시관을 쓰고 온 몸은 피투성이로 얼룩진 예수 그리스도가 필자의 십자가를 같이 져 주기 위해 다가오고 계심을 묵상하게 됐다.
‘내 십자가는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냐’며,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며 원망하고 소리치고 있는데 한 인물, 가시관을 쓰고 온 몸은 피투성이로 얼룩진 예수 그리스도가 어느새 필자 곁으로 다가와 지그시 바라보시며 미소 지어 주셨다. 그분의 미소는 ‘바오로야, 내가 있지 않으냐. 내가 도와주겠다. 바오로 너 혼자서는 힘들겠지만 나와 함께하면 할 수 있다’는 안심과 확신을 주는 미소였다.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힘이 솟아올랐다. 필자를 위해 이렇게까지 다가오신 분이 계신데 필자의 십자가만큼은 끝까지 짊어지고 걸어가봐야겠다는 새로운 결심이 생겼다.
십자가의 길에서 만난 예수 그리스도는 고통 중에 삶의 큰 어려움에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넘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이 돼 주시는 분이다. 그분은 멀리서 말로만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통 한가운데로 직접 걸어 들어오시는 분이다. 그리고 조용히 우리 곁에 서서 함께 십자가를 짊어지신다. 우리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시어 함께 그 고통을 나누려는 진솔한 태도, 표정, 미소로써 말이다.
우리가 절망에 빠졌을 때, 고통이라는 늪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겸허히 우리 곁을 지키며 십자가의 길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려 보기 바란다.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삶의 어둠과 고통이 우리를 짓누를 때마다 우리 곁을 지키는 누군가가 있다면 바로 그가, 고통의 한복판에서 나에게 다가와 희망이 돼 주시는 십자가의 길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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