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함 파견 거부에 토라진 트럼프 “필요 없다”… 방위비·무역 압박으로 튀나

이규화 2026. 3. 1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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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맹국들 군함 파견 거부에 "매우 실망했다"
전쟁 개입 위험성, 전쟁 목적 공감 못하는 부분 커
대테러센터장 사임하며 반대 표명 등 '마가'도 분열
보복성으로 방위비 인상, 무역 압박 강해질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 동맹국들에 군함 파견을 강하게 압박하다가 돌연 "필요 없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저의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맹국들이 잇따라 파견에 소극적이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자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방위비와 무역 문제로 압박의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토는 물론 일본·호주·한국의 지원도 필요 없다"며 "미국은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동맹국들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통보해왔다"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호르무즈해협 일대에서 군사적 부담을 동맹국들과 분담하려 했던, 이른바 '호르무즈 연합' 구상이 사실상 힘들게 되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군사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며 "이런 성과 덕분에 더 이상 동맹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자평했다.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지만 실제로는 동맹국들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불쾌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쾌감 표현이 "그 특유의 협상 전술이 반영된 메시지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파견 요구를 완전히 거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동맹국들이 선뜻 군함 파견에 나서지 않는 배경에는 이번 사안의 성격이 과거와 크게 다르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자이툰부대를 파견하거나 2020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청해부대를 보낸 전례가 있지만, 당시에는 전후 재건 지원이나 독자적 해상 보호 임무 성격이 강했다. 반면 현재 상황은 미국과 이란이 직접 군사 충돌을 벌이는 국면으로, 군함 파견은 사실상 참전에 가까운 결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훨씬 크다.

특히 한국은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이란과의 관계 악화가 가져올 경제적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동맹 차원의 협력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전쟁에 직접 휘말릴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명분과 실익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일관되게 보여온 '거래적 동맹관' 역시 동맹국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안보를 제공하는 대신 비용과 기여를 요구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동맹국들 역시 자국의 국익을 우선 고려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두고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동맹이라 하더라도 무조건적 동참이 아닌 선택적 협력이 일반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미국 내에서 전쟁을 둘러싼 균열이 감지되고 있는 것도 동맹국들이 군함 파견에 나서지 못하는 한 배경이 되고 있다. 대표적 '마가'(MAGA) 인사로 꼽히는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장이 17일 사임하며 "양심상 이란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매우 아픈 대목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켄트는 "이란은 미국에 즉각적 위협이 아니다"며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과 일부 언론의 주장에 영향을 받은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안보에 있어 매우 취약하다"고 반박했지만, 핵심 지지층 내부에서도 전쟁을 둘러싼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대외적으로는 동맹의 소극적 태도, 대내적으로는 지지층 분열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당장은 "도움이 필요 없다"는 강경 발언으로 체면을 세웠지만, 실제로는 '뒤끝'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 성격상 동맹국들을 향한 새로운 형태의 압박 카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의 경우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나 무역법 301조 조사 등 무역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 행동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동맹국들마저 점점 더 자국 중심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필요 없다"는 말이 일시적 감정 표출에 그칠지, 아니면 동맹 관계의 새로운 갈등 요소로 이어질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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