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통제 없는 금감원 수사권, '무소불위' 되나
검사 지휘·감독권 폐지 추진…금융수사서 검찰 역할 사라져
조사서 곧바로 형사수사 전환…조사·수사 경계 사실상 붕괴
민생금융까지 수사 확대 속 금융위 통제 강화…과잉수사 우려
[이데일리 최정훈 이수빈 기자]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을 명분으로 수사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반면 검찰의 지휘·감독 기능은 축소되면서 금융수사 체계의 통제 장치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사 속도는 높아졌지만 이를 견제할 외부 통제는 약해지면서 ‘브레이크 없는 수사’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공소청 설치 법안은 검사의 특사경 지휘·감독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한다는 취지지만, 결과적으로 검찰이 사실상 수사 과정에서 빠지는 구조로 재편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검찰이 강제수사 단계에서 법리 판단과 절차 통제를 담당하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왔지만, 제도 개편 이후에는 이러한 기능이 상당 부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조사 단계에서 곧바로 형사수사로 전환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조사와 수사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금융회사나 상장사 입장에서는 단순 검사·조사로 시작된 사안이 곧바로 형사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에는 조사와 수사가 분리돼 있어 대응 전략을 준비할 여지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초기 단계부터 형사 대응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속도에 비해 통제 장치는 오히려 약화됐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수사 착수 여부를 심의하도록 했지만, 외부 독립기구가 아닌 내부 중심 구조라는 한계가 있다. 검찰의 지휘권이 사라진 상황에서 실질적인 견제 장치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검찰이 무리한 강제수사나 법리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걸러주는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이런 외부 통제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특사경 조직의 구조적 한계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특사경은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한 제도로, 경찰과 달리 형사절차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행정 감독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인지하면 간이한 수사를 거쳐 검찰에 넘기는 구조였던 만큼, 독자적인 수사 권한까지 확대될 경우 수사 완성도 저하나 절차적 오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는 자본시장에 그치지 않고 민생금융 영역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불법사금융, 미등록 대부업, 채권추심 위반 행위 등에 대해서도 특사경 수사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사 권한이 금융 전반으로 확장될 경우 특사경은 사실상 독립적인 금융수사 주체로 자리 잡게 된다.
시장에서는 과잉수사에 따른 위축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사 단계에서 곧바로 수사로 전환되는 구조가 정착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리스크가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내부통제나 공시 관련 사안까지 수사로 이어질 경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사 속도는 확보됐지만 이를 통제할 장치는 약화되면서 금융수사 체계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시장과 법조계에서는 속도와 통제 간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다른 방향의 통제 강화 움직임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감원 쇄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검사·제재·인허가 등 감독 기능 전반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법 개정까지 검토하며 금감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감원의 조직 개편 시 금융위와의 협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등 조직·인사·예산 전반에 대한 통제 수단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 경우 금감원의 독자적인 조직 운영은 제약을 받는 대신 금융위의 정책적 영향력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 권한 확대와 함께 통제의 축이 검찰에서 금융위로 이동하는 구조 변화가 나타나면서, 금융수사 체계 전반의 균형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통제 장치 없이 수사 권한만 확대되면 기업 활동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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