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주가 못챙기면 ‘공개망신’… 李, 코리아 프리미엄 초강수

김지영 2026. 3. 18. 18: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장안정·체질개선 투트랙 개편
주주가치 훼손 강한 규율 적용
불공정 거래 무관용 원칙 경고
인수합병 제도도 전면손질 예고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자본시장 간담회를 직접 주재하며 기업과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고강도 정책 드라이브를 공식화했다. 간담회는 TV로 생중계 됐다.

단기적인 시장 안정 조치와 함께 구조적 체질 개선을 병행하는 '투트랙 개편'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성장 지원과 동시에 주주가치 훼손 행위에 대한 강한 규율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3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에 못지 않은 파장을 점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간담회에서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성장사다리' 구축을 강조하는 동시에, 중복상장과 저평가 구조 등 그간 자본시장 신뢰를 훼손해온 관행에 대해 정면 대응을 선언했다. 특히 투자자 보호와 시장 공정성 회복 없이는 자본시장 선진화도 어렵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단순 제도 개선을 넘어선 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중복상장에 대해 '원칙 금지, 예외 허용' 기조를 명확히 했다. 고영호 자본시장과장은 이날 백브리핑을 통해 "현재 상장 규정은 '주주보호노력 충실이행' 수준에 머물러 있어 판단 기준이 추상적"이라며 "인수나 신설 자회사라도 실질적으로 지배력이 형성돼 있다면 중복상장으로 보고 심사할 수 있도록 기준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련 기준은 2분기 중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회사 중복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회사가 일반주주 관점에서 해당 상장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의무를 부과할 것"이라며 "자회사를 국내가 아닌 해외 거래소에 상장하는 경우에도 중복상장으로 간주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일부 기업들이 해외 상장을 활용해 규제를 우회해온 관행까지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인수·신설 자회사뿐 아니라 증손회사까지 포함한 폭넓은 중복상장 규율이 적용될 전망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에 대한 압박도 한층 구체화됐다. 정부는 저PBR 기업을 공개하는 '네이밍 앤 쉐이밍'(공개해 망신주기) 방식을 도입하는 한편,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공시할 경우에만 공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실상 시장의 평가를 활용해 저평가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토지 등 주요 자산에 대해 장부가와 공정가치 간 차이를 주석으로 공시하도록 해, 숨겨진 자산 가치로 인한 왜곡을 줄이고 기업가치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다. 주가조작 등 3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투자 원금을 몰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신고 포상금은 몰수금의 최대 30%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부 가담자에 대한 제재 감경 및 포상 제도(리니언시)를 도입해 자진 신고를 유도하는 한편, 합동대응단 확대와 인지수사권 부여 등을 통해 적발과 처벌 역량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경제적 유인을 차단하고 사전 억지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인수합병(M&A) 제도 역시 전면 손질을 예고했다. 적대적 인수합병 제안이 있을 경우 이사회가 지배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 관점에서 수용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는 영국과 일본 등의 제도를 참고한 것으로, 국내 기업 지배구조에서 지배주주 중심 의사결정을 견제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M&A 공정가액 산정 시 외부 평가를 의무화해 저가 매각이나 부당한 가치 이전 가능성을 차단하고,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이번 정책 패키지는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상장 이후에는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강한 제재를 가하는 '성장과 규율의 병행'으로 요약된다. 중복상장 금지, 저PBR 공개, 불공정거래 처벌 강화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국내 기업의 상장 전략과 지배구조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증권사, 코스닥·코넥스 상장기업과 기관투자자, 개인 투자자 등이 참석해 이 대통령에게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청년 투자자 한서경 씨는 중복 상장 문제를 지적하며 "기존에 상장된 모회사가 소위 알짜라는 자회사를 상장하는 관행 역시 주된 저평가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회사의 펀더멘털을 이중으로 계산하는 더블카운팅을 유발하고 또 기존 주주를 소외시켜서 그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게 청년들로 하여금 시장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고 꼬집었다.

이동훈 코스닥협회장은 코스닥 기업들의 코스피 이전 상장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에 큰 규모를 성장한 회사들은 코스피로 이전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코스닥에 잔류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코스닥 정체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코스닥은 성장 쪽에 투자할 여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규제를 체급별로, 사이즈별로 차별화해 달라"고 덧붙였다.

개인 투자자 중 한 명으로 참석한 방송인 장동민은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들은 가짜뉴스에 휘둘리는 경향이 많다"며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그리고 안전책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 길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