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대구 중진 컷오프’ 강행 방침…대구 의원들도 ‘차일피일’

국민의힘의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자 공천 작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룰을 둘러싸고 현역 중진 의원 배제(컷오프)와 특정 후보 양자 또는 3자 경선 및 전략공천설까지 겹치면서 공천 구도가 갈수록 혼란해지는 양상이다.
공천 기준은 물론, 경선 방식조차 정리되지 않으면서 "공천룰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세대 교체'를 명분으로 현역 중진 물갈이에 나섰지만, 울산·경남·대전·충남·강원 등에서는 현역 단체장을 단수 공천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위원장은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되는 대구지역 현역 중진과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주고받으며 공개적인 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18일 새벽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시민들께서 오랜 세월 한 정치인을 키워주셨다면, 이제 그 정치인은 그 사랑에 더 크게 보답해야 한다"며 "저는 지역감정을 방패 삼아 혁신을 막는 이런 정치와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대에게 길을 열어주고, 본인은 서울시장이든 경기지사든 중앙정치든 더 큰 무대에서 당과 국가를 위해 뛰는 것이 맞다"며 "후배들에게 세대 교체와 시대 교체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남 출신인 이 위원장을 향해 "호남 출신이 대구를 얼마나 만만하게 봤기에 대구 중진을 짓밟나"라고 공개 비판한 대구지역 현역 중진의 반발에 맞대응한 발언이다.
이 같은 국면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인 이인선 의원(대구 수성을) 비롯한 대구 의원들은 이날 장동혁 당 대표를 만나 지역 정서와 우려를 전했다.
이 의원은 장 대표와의 면담 직후 취재진에 "대구는 다른 지역과 상황이 다르다"며 "현역 단체장이 없고 현역 의원들이 다수 출마한 만큼, 시민들과 후보들이 충분히 소통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항간에 떠도는 공천 방식은 낙하산식으로 비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관위의 구상을 직격했다.
하지만 이날 면담에서도 경선룰에 대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다. 오히려 대구 의원들은 후보들의 의견을 다시 모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구시장 공천 후보로 나선 주호영(대구 수성갑), 윤재옥(대구 달서을), 추경호(대구 달성), 유영하(대구 달서갑), 최은석(대구 동구·군위갑) 등 현역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다시 당 지도부에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시합에 나서는 선수들이 자신들의 경기규칙을 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와 함께, 공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할 당 지도부와 공관위가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해관계에 따라 룰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을 키울 수 있다"며 "중진 컷오프, 양자 또는 3자 경선, 전략공천 등 여러가지 시나리오만 난무한 가운데 정작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공천 과정 자체가 불신을 자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주호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지금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행하고 있는 무도한 정치적 행태 때문에 당 구성원들이 정말 미칠 지경이라고 들었다"면서 "지금 공관위가 아니라 갈등유발위원회가 돼 버렸고, 진짜 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정현 위원장은 일단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그는 이날 '대구시장 공천은 이번 주에 하기 힘드냐'는 질문에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장 대표도 신중한 모습이다. 이인선 의원은 "장 대표는 '대구가 정치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위치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으며, '후보로 나가지 않은 대구 의원들이 출마자들과 협의해 합리적인 경선 방안을 가져오면 이를 토대로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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