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납품대금연동제 칼 뺀다…첫 타깃에 석유화학 유력

박우인 기자 2026. 3. 1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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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동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를 우려해 납품대금연동제 준수 여부 등 기업 간 불공정거래 행위 실태조사를 추진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시 비용 부담이 큰 업종을 별도로 선정할 계획"이라며 "납품대금연동제 준수, 대금 지급 및 지급기일 준수 등 상생협력법상 위탁기업 의무 준수 여부를 폭넓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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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거래 실태조사 추진
중동전쟁發 원자재 가격 치솟아
납품단가 반영 여부 등 직권조사
과도한 개입 땐 산업 위축 우려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9일 전남 여수시 석유화학단지 공장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중동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를 우려해 납품대금연동제 준수 여부 등 기업 간 불공정거래 행위 실태조사를 추진한다. 첫 조사 대상으로는 원유 공급 불안으로 화학 기초 소재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석유화학 업종이 유력하다.

18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대비 가격 협상력이 낮은 중소기업들은 중동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공장 가동 중단 등 제조 생태계가 도미노식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중동 사태에 따른 원가 변동이 큰 품목에 대한 납품대금연동제 직권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전남 여수시 석유화학단지 공장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납품대금연동제는 기업 간 납품하는 물품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는 경우 그 변동분을 반영해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제도다. 기업의 조사 요구가 없어도 정부는 직권조사를 통해 원가 변동이 큰 품목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이뤄진 첫 직권조사 역시 골판지 대란이 배경이 됐다. 앞서 중기부는 골판지 상자의 주요 원재료인 원지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 연동제를 통해 원지 가격이 납품 가격에 적정하게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직권조사 후 3개사를 적발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시 비용 부담이 큰 업종을 별도로 선정할 계획”이라며 “납품대금연동제 준수, 대금 지급 및 지급기일 준수 등 상생협력법상 위탁기업 의무 준수 여부를 폭넓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직권조사 대상 업종으로 석유화학 산업 밸류체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들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나프타로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 등 합성수지 제품을 생산한다. 중소 제조 업체들은 이 같은 기초 소재를 가공해 포장재, 비닐, 플라스틱 용기 등 필수 생활용품을 제조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7일 기준 나프타와 에틸렌의 톤당 가격은 각각 898달러, 1150달러로 각각 전주 대비 44.84%, 74.24% 급증했다.

합성수지 가격 급등은 중소 제조 업체에 큰 충격을 주고있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폴리에틸렌 등 합성수지 공급 가격은 이달 들어 톤당 약 20만 원까지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거래선 변경 부담 등으로 대기업과의 가격 협상에 취약한 데다 업계 경쟁 심화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의 한 플라스틱 제조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중동 사태 전 나프타 가격이 많이 내렸을 때도 납품 단가를 내려주지 않다가 전쟁이 터지자 납품 단가를 전광석화처럼 올리고 있다”며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 말레이시아 업체에 견적서를 보내봤지만 현지에서도 관련 제품 수출이 전부 올스톱됐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장철수 한국플라스틱산업협회 이사장은 “공급가격이 오른 상황을 고려해 업계가 모여 가격을 한꺼번에 올리면 좋겠지만 가격 담합행위로 비쳐져 공정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저가 선호 현상이 심한 업계 분위기상 개별 기업이 홀로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대기업 일각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대외 변수에 따른 것인 만큼 정부가 납품 가격 결정 과정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규제가 발생하면 대기업들이 생산을 외주로 돌리거나 거래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해 결국 밸류체인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위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함.클립아트코리아.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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