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규제신문고, 논리로 승부하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업이 불합리한 규제에 가로막혔을 때 '규제신문고'를 우선 떠올려보자.
그러나 투자를 계획한 부지에는 '철강 업종'만 입주할 수 있는 규제가 있었다.
설득력 있는 논리와 다양한 논거가 제시되면 규제신문고라는 플랫폼을 통해 규제가 개선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규제신문고는 기업과 국민이 겪는 규제 애로를 정부에 직접 제기할 수 있는 통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불합리한 규제에 가로막혔을 때 ‘규제신문고’를 우선 떠올려보자.
A사는 철강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산업인 2차전지 원료와 소재 분야에 투자하려 했다. 그러나 투자를 계획한 부지에는 ‘철강 업종’만 입주할 수 있는 규제가 있었다. 국내 투자가 막히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담당 공무원들도 문제를 이해했지만 기존 법령을 넘어서는 판단을 하기는 어려웠다.
A사는 2022년 말 규제신문고를 울렸다. 이후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2023년 4월 일부 사업은 연계 사업으로 적극 해석해 허용됐고 같은 해 10월에는 산업입지법 시행령이 개정돼 나머지 사업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투자 대기 수요가 실제 존재했고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적극 반영됐다. A사는 향후 10년간 4조 4000억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B시장군수협의회는 파크골프장 설치가 그린벨트 내라는 이유로 허용되지 않자 규제신문고를 두드렸다. 테니스장·게이트볼장 등은 이미 허용돼 있어 파크골프장이 지역 주민의 생활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가 제시됐다. 결국 파크골프장도 설치가 가능해졌다.
설득력 있는 논리와 다양한 논거가 제시되면 규제신문고라는 플랫폼을 통해 규제가 개선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현장에서 규제 애로를 겪는 기업인들은 보통 해당 기관 담당자를 찾아가 문제를 설명하고 호소한다.
그러나 공무원은 현행 법령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존재다.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감사에서 지적될 수 있다. 전례가 없는 사안을 허용할 경우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줬다고 오해받을 것도 우려한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신문고는 ‘우회로’이자 동시에 ‘직통로’가 된다.
규제신문고는 기업과 국민이 겪는 규제 애로를 정부에 직접 제기할 수 있는 통로다. 조선시대 억울한 일을 알리던 신문고의 정신을 규제 영역에 적용한 제도다. 규제신문고가 작동하면 몇 가지 변화가 생긴다.
첫째, 부처 실무자가 아니라 책임자의 실명으로 기한 내에 답변해야 하는 책임성이 생긴다. 둘째, 답변이 부실하거나 관행적일 경우 신문고 담당 부서가 타당성을 재검토해 부처를 설득한다. 셋째,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규제심판제나 고위급 조정 회의를 통해 실무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다.
물론 신문고를 울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규제개혁백서에 따르면 2024년 규제신문고에서 처리한 사안은 3633건이며 이 가운데 468건, 약 12.8%가 개선됐다.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 규제신문고를 더욱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단순히 “규제가 힘드니 도와달라”는 호소로는 부족하다. 먼저 규제의 불합리성을 데이터로 증명해야 한다. 규제로 인해 투자가 얼마나 지연되는지, 기회비용이 얼마인지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 공익적 가치를 분명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정 기업의 이익을 넘어 경제성장과 지역 발전, 고용 창출, 주민 복지 향상 등 국가적 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은 공무원의 1시간이 국민 5200만 명의 시간과 같다고 말한다. 기업은 더 치열하게 논리를 개발해 신문고를 두드려야 하고 정부는 그 울림에 더 민감하게 응답해야 한다. 규제 개선의 효과는 건의한 기업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바뀐 규정과 해석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 적용된다. 5200만 시간의 가치는 그렇게 만들어질 것이다.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출이 필요해’…올 서울 아파트 매매 절반이 9억↓
- “오른다면서요” 가격 폭등하길래 샀는데...훅 떨어지는 금값에 “어쩌나”
- 카카오값 66% 내렸는데 초콜릿은 더 비싸졌다…정부, 제과업계 가격 점검
- SK하이닉스 연봉 58% 뛰었다…인당 1.85억
- SK하이닉스, 엔비디아 협력 과시...프리장서 ‘100만 닉스’ 회복
- “이란 돌아오지 마라, 널 죽일 것”…女축구대표팀, 망명 신청했다가 번복한 이유가
- 불장이 낳은 증권사 ‘연봉킹’...부장 연봉이 CEO의 3배
- “서울 부동산은 자식 물려줘야지” 50·60대 증여 늘었다
- “애 키울 때 좋대서 썼는데” 1000만병 팔린 후 1700명 죽었다…끝나지 않은 참사
- ‘모텔 약물 연쇄살인’ 김소영, 추가 피해자 3명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