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의시간]⑦ '이상해진' 기초연금...이제는 바꿀 시간
2026년 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이 올랐다. 국민연금 기금의 소진 시점은 2064년으로 늦춰졌지만 청년세대의 불안감은 여전하고 OECD 최악 수준인 노인빈곤율도 해소될 기미가 없다. 국회는 연금개혁 특위 활동시한을 2026년 말로 연장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연금개혁을 올해의 주요 국책과제로 꼽고 있다. 이제는 개혁의 시간, 연금개혁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부부가 기초연금을 모두 받을 경우 각각 20%를 감액하게 되어 있는 기초연금 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노인빈곤을 줄이기 위해 소득이 적은 노인에게 더 많은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편도 언급했다.

기초연금 부부감액 완화는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그리고 하후상박으로의 기초연금 개편은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국무회의 때도 거론한 내용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백몇십만 원 소득이 있는 사람도 1인당 34만 원을 받는 것인데 그거 좀 이상한 것 같다”면서 “1년에 몇 조씩 재정부담이 늘어나는데 그게 맞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들에는 기초연금의 구조적인 문제가 그대로 투영돼 있다.
국민연금 감액과 정치적 타협으로 생겨난 기초연금 기준
기초연금은 지난 2007년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 도입됐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강력한 반대 여론에 부딪히며 결국 보험료율 9%는 그대로 두고 60%였던 소득대체율만 2008년부터 50%로 낮추고, 이후 해마다 0.5%씩 낮춰 최종적으로 2028년까지 40%까지 낮추기로 했다.
이때 줄어드는 노후소득을 보충해주는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기초연금이었다.
소득대체율이 당장 60%에서 50%로 줄어드는 만큼 A값(당시 국민연금가입자 소득평균액)의 5%인 약 8만 4천 원을 기초연금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여권은 지급대상을 노인 소득하위 60%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대선을 5개월 앞두고 70% 확대 법안을 밀어붙인 야당(한나라당)과 정치적으로 타협하면서 지급기준이 노인 소득하위 70%로 정해졌다. 여당도 야당도 왜 하필 60% 또는 70%여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적 근거는 없었다.
이후 대선 때마다 대통령 후보들이 잇따라 기초연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 기초연금이 20만 원으로 인상됐고 문재인 정부 때는 순차적으로 30만 원까지 올랐다. 윤석열 정부도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할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으로 인한 탄핵으로 없던 일이 돼버렸다.
그동안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도입 초기에 국민연금 혜택을 받기 힘들었던 노인들의 빈곤을 완화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적 타협으로 정했던 노인 70%라는 기준을 더 이상 그냥 둘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기초연금이 ‘이상해진’ 이유
2008년 당시 노인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소득인정액이 월 40만 원이었다. 즉, 소득인정액이 월 40만 원 이하여야 기초연금 8만 4천 원이 지급된 것이다.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기준중위소득 개념이 없었지만 1인가구 기준중위소득을 100만 원으로 낮게 추정하더라도 기준중위소득의 40% 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당시 기초연금은 모두 빈곤층에 지급됐다고 할 수 있다.
(참고:기준중위소득은 2015년에 도입된 개념으로 복지제도의 기준점이 되는데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중위소득과는 다른 개념이다. 통상적으로 중위소득보다 낮다. 2008년 2인 가구 중위소득은 254만 원이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노인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소득인정액은 247만 원으로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 256만 원의 96%까지 이르게 됐다. 노인 인구의 자산과 소득이 오른 데다가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노인층에 진입하면서 전체 노인의 소득 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준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소득 노인에게 지급됐던 기초연금이 이제는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중간쯤 소득에 해당하는 노인에까지 지급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렇게 기준점이 높아지게 된 것은 기초연금의 지급기준이 절대적인 금액을 기준으로 한 게 아니라 노인의 소득으로 줄을 세운뒤 70% 위치에 해당하는 노인의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복지정책은 전체 국민의 소득을 바탕으로 한 기준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만 아직까지 노인 집단 안에서의 서열로 정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월 소득인정액이 2백만 원인 노인의 경우 기초연금 34만 원을 받을 수 있지만, 노인이 아니면서 월 소득인정액이 2백만 원일 경우 아동교육급여나 한부모 아동양육비 같은 저소득층 지원비를 하나도 받을 수 없게 되는 형평성 문제도 생기게 됐다.
기초연금도 지급기준을 기준중위소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 지급 기준을 이제는 다른 복지제도처럼 기준중위소득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 KDI은 특히 기초연금 지급대상을 기준중위소득 100%에서 시작해 장기적으로 2070년에는 50%까지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원범위를 줄여 남게 되는 예산으로 실질적인 노후 빈곤층을 더 많이 돕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70년쯤에는 기초연금 예산을 현행대로 할 때보다 절반 가까이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초예산을 절반 가까이 줄이게 되면 추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부부감액, 국민연금 연계감액 같은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노인 736만 명에 지급된 기초연금 예산은 총 26조 원이었다. 단일 예산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복지 예산이었다. 게다가 2050년엔 노인 인구가 천 9백만 명으로 예상되는데 현재와 같은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재정 부담도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국민연금연구원 같은 다른 연구기관에서도 지급기준을 상대적 기준이 아닌 절대적 기준인 기준중위소득으로 바꾸고 지원을 집중해야 할 소득 기준점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국민연금 강화 없이 기초연금 개혁 성공 어렵다
그런데 기초연금 개편 논의에 앞서 놓쳐서는 안될 것이 있다. 국민연금의 강화이다.
기초연금은 태생부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면서 등장한 제도다.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게 되면 될수록 그만큼 전액 세금으로 지원하는 기초연금의 역할도 조정할 여지가 생긴다.
그런데 기초연금의 보장액이 높아지면 반대로 국민연금 납부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만약 기초연금을 저소득 빈곤 노인에게 40만 원으로 올려준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자영업자가 10년 동안 매달 약 8만원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해야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 액수와 같아진다.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납부예외자나 적용제외자의 경우 기초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인데 굳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초연금의 개편과 동시에 국민들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내면 낼 수록 나중에 노후 소득보장이 확실해질 수 있다는 효능감을 심어줄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크레딧을 대폭 강화해 가입 연수를 늘려주고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월 열린 더불어민주당 연금특위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연구원의 최옥금 연구제도실장은 “기본적인 노후소득보장은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이 담당할 수 있도록 강화하고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성숙도를 고려해가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 급여와 통합해 노인 대상 최저소득보장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연금개혁이 국민연금 따로 기초연금 따로 갈 수 없는 이유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국민연금을 보완했던 기능을 했던 것인데 기초연금을 축소할 여건이 되었는가는 고민해 봐야 되는 부분”이라면서 “노후 소득보장 기준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이에 따라 기초연금 개편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초연금 개혁 방안이 국민연금 개혁과 맞물려 제대로 진행될지 지켜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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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모든 개혁의 분수령, 연금개혁(https://newstapa.org/article/G5cbg)
② 기금 소진...가능은 할까? (https://newstapa.org/article/VY1BF)
③ 선제적 국고 투입...현시점 유일한 대안(https://www.newstapa.org/article/Z4SEb)
④ 선제적 국고투입이 미래세대에 가져올 혜택 (https://newstapa.org/article/NSpHj)
⑤ 국고 투입 크레디트 확대...청년세대 노후 위한 투자 (https://newstapa.org/article/3IyA8)
⑥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없이 연금개혁 없다(https://newstapa.org/article/3ZrJL)
뉴스타파 최기훈 bluemang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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