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하위 20% 종목엔 ‘꼬리표’…저성과 기업 적대적 M&A 유도

박신원 기자 2026. 3. 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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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시장 역동성 제고
코스닥 ‘프리미엄·스탠다드’ 구분
성장단계별 맞춤형 당근·채찍 마련
저PBR 리스트도 공개해 신뢰 높여
일각선 “2부리그 소외·낙인”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닥 시장을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이원화하는 체제 개편은 저성과 기업 퇴출과 기업 성장 사다리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기업이 성장 단계에 따라 역동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함께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 당국은 저평가 기업을 겨냥한 ‘저PBR 리스트’를 공개하겠다고 밝혀 시장 신뢰 회복과 기업가치 제고를 동시에 노리는 정책 패키지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자칫 기업 간 격차를 확대하고 ‘낙인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8일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 안정화 및 체질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증시가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코스닥 시장 등에서는 저평가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다. 토지를 비롯한 주요 자산을 재평가해 장부가치(원가)와 공정가치 간 차이를 재무제표에 주석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도 의무화한다.

실제 국내 상장사 가운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여전히 높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을 청산했을 때 자산 가치보다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 가치가 낮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스피 상장 종목 951개 가운데 PBR이 1배 미만인 종목은 523개로 54%를 차지한다. 코스닥 역시 전체 1817개 종목 중 PBR 1배 미만이 719개(39%)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꺼내든 핵심 카드가 코스닥 시장의 ‘1·2부 리그’ 분리다. 성숙한 혁신기업과 성장 단계의 스케일업 기업을 구분해 각각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나눈다는 구상이다. 프리미엄 기업은 시가총액 상위 대형 성숙기업으로, 이들 기업에 대해선 엄격한 진입·유지 요건을 요구할 계획이다. 프리미엄 부문을 제외한 코스닥 일반·스케일업 기업은 ‘스탠다드’ 부문으로, 그 외에 상장폐지가 우려되거나 거래 위험기업 등은 별도로 격리해 관리군으로 구분한다.

이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간담회에 참여한 이동훈 코스닥협회장은 “미국의 애플이나 엔비디아는 나스닥을 떠나지 않지만 한국의 코스닥 상장사들은 코스피로 이전하는 경향이 있다”며 “코스닥에 잔류하는 게 유리해지는 정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현재도 코스닥150이 분리돼 있는데 ‘2부 리그’가 소외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며 “기준을 어떻게 선정하는지에 따라 억울한 기업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개편과 함께 추진되는 저PBR 리스트 공개 역시 기업 가치 개선을 위한 대책으로 꼽힌다. 가령 PBR이 동일업종 내에서 1년 연속 하위 20%에 속한 기업의 경우 한국거래소 밸류업 홈페이지에 상시 공표하고 ‘저PBR’이라는 태그를 종목명에 붙이는 식이다. 단,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수행한 경우에는 공표와 태그표출을 일정 기간 면제하기로 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저PBR 기업을 공개 하면 투자자에게 공신력 있는 정보가 제공되고 자연스럽게 저PBR 기업이 퇴출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저성과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부실기업 퇴출 속도도 높인다. M&A 제안 단계에서 이사회가 지배주주 입장만을 대변하지 않게 주주 충실의무에 기반한 입장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한다. 일반주주가 제안 내용의 합리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인수 배경과 추진경과 등에 대한 공시 가이던스도 마련할 예정이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은 기존 바이오, 인공지능(AI)·우주·에너지 분야에서 첨단로봇, K콘텐츠, 사이버보안 등 분야까지 확대한다.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에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 권한을 부여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적발 역량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장문항 기자 jmh@sedaily.com신지민 기자 jim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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