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시작부터 한전-전선업계 이견

박현익 기자 2026. 3. 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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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제시한 일정에 업계 “시간 더 소요될 것”
정부 에너지고속도로 구상. 민주연구원 제공
이재명 정부가 2030년 목표로 추진하는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프로젝트가 첫발을 뗐다. 하지만 시작부터 한국전력과 전선업계간 의견 차이로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한전이 내놓은 일정 계획을 두고 전선업계는 “이대로면 2030년 준공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전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며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긴밀히 협력해야 할 한전과 업계가 시작부터 의견 차이로 신경전을 벌이며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사전 용역 ‘600일’ 두고 해석 분분

18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을 위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의 경과지 조사 및 설계기술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작을 위한 계획 수립에 나선 것이다. 해당 용역은 새만금부터 수도권에 이르는 해저케이블 설치를 위해 경로를 어떻게 잡을지, 시공 과정에서 어떤 기술을 활용할지 등을 따져보는 작업이다. 입찰은 이달 27~31일 진행할 예정이다.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는 호남에서 발전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서해안에 수백km의 해저케이블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당초 이전 정부 때 2036년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이재명 정부에서 2030년으로 앞당겼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으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하루빨리 달성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양측은 한전이 설정한 사전 조사 용역 기간 600일(약 1년 8개월)이 적정한지를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면 내년 말 용역이 끝나고 실제 본사업에 착수할 때는 2030년까지 약 3년이 남는다. 사전 조사를 마치면 케이블 제조, 해저 시공을 맡을 사업자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전선업계에서는 여기에 최소 4년 6개월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준공 일정을 맞추려면 늦어도 올 8, 9월에는 사전조사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전은 “공고문에 나온 600일과 달리 실제로는 더 빨리 용역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본보에 밝혔다. 이번에 공고한 사업은 새만금에서 각각 서화성 및 영흥(인천)으로 이어지는 두 구간으로 나뉘는데 이를 하나로 묶어서 공고를 내다 보니 600일이 됐다는 설명이다. 당장 반도체, 데이터센터와 연관된 새만금-서화성 구간을 먼저 추진해 연말까지 사전 조사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최소 4년6개월 필요” vs 한전 “29년 착공하면 된다”

사전 조사 후 케이블 제조 및 해저 시공 업체 선정 방식에 대해서도 양측은 상반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전선업계는 본사업 입찰 과정에서 통상 1년이 소요되고 이후 설계·조달부터 제조, 시공, 시운전에 이르기까지 최소 3년 6개월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전 조사 후 총 4년 6개월이 필요하다고 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심지어 3년 6개월은 글로벌 HVDC 프로젝트가 평균 6~7년 걸리는 것과 비교해 절반으로 압축한 공사 일정으로 굉장히 빠듯한 실정”이라고 했다.

실제 한전이 2020년 4월 입찰 공고를 낸 제주-완도 HVDC 해저케이블 사업은 수 차례 유찰되고 8개월 만인 같은해 12월 입찰에서 사업자가 선정됐다. 전선업계는 한전 주장대로 올해 말 사전 조사를 마치더라도 실제 사업 착수는 내년 초가 아니라 내년 하반기(7~12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한전은 본사업 입찰이 1년 가까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길어야 반년 안에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케이블 제조와 시공을 별도로 진행하면 준공까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시공 자체는 2년이면 충분해 늦어도 2029년 착공하면 2030년 말 준공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해저케이블은 육로에 설치하는 것보다 주민 반대 리스크가 덜하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배 대한전기학회 회장(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은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는 국가 운명이 달린 중차대한 사업이기 때문에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 절차를 단축하거나 병행해서 빠르게 진행하고 무엇보다 서로 협력해야 할 한전과 전선업계가 긴밀히 소통하며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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