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RO 시장 열렸다… HJ중공업 ‘다크호스’ 부상

황소영 기자 2026. 3. 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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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800% 증가에 군산조선소까지… 조선 체급 확대 기대
HJ중공업 영도조선소에 MRO를 위해 정박한 美 해군 4만t급 군수 지원함 ‘USNS 아멜리아 에어하트’. HJ중공업
조선업 슈퍼사이클 한복판에서 화려한 주목을 받은 건 언제나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었다. 하지만 대형 3사의 그늘 아래 조용히 체력을 키워온 중형 조선사가 있다. 부산 영도에 뿌리를 둔 HJ중공업이다.

2년 만에 적자 1000억→흑자 670억… 2024년 흑자 전환 이어 실적 확대

HJ중공업은 2025년 매출 1조9997억 원에 영업이익 67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824.8% 급증했다. 2024년 영업이익 72억 원의 8배를 넘어선 수치다. 영업이익이 500억 원을 넘긴 건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2023년 영업이익 1000억 원대 가량 적자를 기록했던 HJ중공업은 2024년 73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데 이어 2025년에는 규모를 대폭 키웠다. 증권가에서는 HJ중공업의 2026년 영업이익을 1500억~2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는 분석도 나온다.

수주 잔고도 뒷받침된다. HJ중공업은 2024년 조선부문에서만 1조7500억 원을 수주하며 2022년 대비 150%, 2023년 대비 300%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조선·건설 합산 수주 잔량은 2024년 말 기준 9조3000억 원에 달한다.

실적 개선을 이끈 주역은 조선 부문이다. 2022년 전체 매출의 18%까지 축소됐던 조선 비중은 2025년 절반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수선 위주의 수주 전략에서 벗어나 친환경 컨테이너선으로 영업망을 확대한 효과다.

IMO 탄소 감축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HJ중공업은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LNG 추진 컨테이너선, LNG 벙커링선 등 친환경 기술을 앞세운 선박 건조에 집중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방산도 빠르게 성장하는 또 하나의 기둥이다. HJ중공업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군이 발주한 신형 고속정(PKX-B) 32척과 공기부양식 고속상륙정(LSF-II) 8척을 전량 수주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약 3125억 원 규모의 고속정 4척과 688억 원 규모의 해경 1900톤급 다목적 화학방제함을 따내며 3년 이상치의 물량을 확보했다.

MRO 사업에서도 성과가 쌓였다. 해군의 유도탄고속함 18척 성능개량사업과 대형수송함인 독도함 및 고속상륙정(LSF-II) 창정비 사업, 해경의 3000톤급 경비함 1척 등을 포함해 총 5504억 원 규모의 수주고를 올렸다.

美 해군 MSRA 체결…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이어 세번째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가 HJ중공업에 또 다른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다.

HJ중공업은 올해 초 미국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면서 향후 5년간 연 20조 원 규모의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HJ중공업이 합류했다. 국내 세 번째로 미 해군 함정 MRO 자격을 취득한 것이다. MSRA는 미국 해군이 인증하는 함정 정비 자격으로 이 협약을 체결한 조선소는 전투함과 호위함을 포함한 미 해군 주요 함정의 MRO 사업에 모두 참여할 수 있다.

HJ중공업은 MSRA 체결 이전인 지난해 12월 미 해군이 발주한 4만톤급 군수지원함 ‘USNS 아멜리아 에어하트’함 MRO 계약을 수주했다.

고속함정과 고속상륙정 등 HJ중공업이 강점을 지닌 함정의 해외 수출 확대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美 해군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샘슨(DDG-102).

지난 13일은 HJ중공업 최대주주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 HD현대중공업과 ‘군산조선소 자산 양수도를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매각 예상 금액은 7000억~1조 원 수준으로 군산조선소는 2010년 완공 후 16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군산조선소는 700m급 대형 도크와 1650톤급 골리앗 크레인을 갖춘 대형 조선시설로 연간 조립 능력은 약 25만톤, 18만톤급 벌크선 기준 연간 12척을 건조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HJ중공업이 부산 영도 조선소의 공간 제약으로 사실상 포기해야 했던 대형 선박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열쇠다.

HD현대중공업은 향후 3년간 자사의 블록 제작 물량을 군산조선소에 발주하고 설계 용역 제공·원자재 구매대행·자동화 및 스마트 조선소 관련 기술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선택과 집중’을 강조해온 HD현대 입장에서는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실탄을 확보하는 윈윈 딜이다.

업계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군산조선소를 미 해군 MRO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이 방안이 실현될 경우 군산은 국내 조선업의 전략 거점으로 거듭나게 된다.
HJ중공업이 인도한 7700TEU급 LNG DF 컨테이너선. HJ중공업

군산조선소 인수… 조선 중심 구조 전환 나선 HJ중공업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동부건설과 사모펀드 컨소시엄이 HJ중공업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부산 영도 조선소에 더해 군산조선소까지 두 개의 조선소를 운영하고 세계적인 조선 전문 그룹으로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HJ중공업이 빅3 중 방산을 영위하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과 경쟁하는 것이 낯선 일이 아닌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군함은 대형 상선보다 작고, 중형 조선소에서 최고 기술력을 갖춘 경쟁자가 상선만 건조하는 구조에서는 군함과 특수선 시장에서는 HJ중공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상선 중심 시장에서는 빅3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군함과 MRO 중심 시장에서는 경쟁 구도가 완전히 다르다”면서 “HJ중공업은 규모는 작지만 구조 변화에 가장 잘 맞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회사”라고 평가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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