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하향 논쟁…"효과 제한" vs "법감정 반영 필요"(종합)

차민지 2026. 3. 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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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촉법소년 연령 만 14세 기준 한계…13세로 낮춰야" 지적 나와
전문가 "엄벌, 재범률 오히려 높인다"…현장경찰 "억제력 이미 무너져"
현행 교정·보호처분 개선 필요성도 제기…성평등부, 내달 2차 포럼
인사말 하는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을 주제로 열린 공개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3.18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의견수렴을 해 2개월 내 결론을 내라고 지시한 가운데, 처벌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신중론과 국민 법 감정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18일 성평등가족부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촉법소년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 포럼에서는 형사미성년자 연령과 촉법소년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번 포럼은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기 위해 성평등부가 구성한 '촉법소년 사회적 대화 협의체'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공개 포럼이다.

한국 형법에 따라 만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돼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책임을 지지 않으며, 이 가운데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서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약 70년이 지나면서 소년의 정신적 성숙도 변화와 소년범죄 증가, 일부 범죄의 흉포화 등을 이유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13세까지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행정처 자료에 따르면 촉법소년 사건의 법원 접수 건수는 2015년 7천45건에서 2024년 2만1천477건으로 약 3배로 증가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혁 국립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의 실효성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연령을 하향하더라도 실형 선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개정이 상징적 입법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것은 결국 13세 소년에 대해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3년 범죄소년(14세 이상 19세 미만) 가운데 정식 재판에 넘겨진 비율은 약 8.8%에 그치고, 상당수는 선도조건부 훈방이나 기소유예로 종결된다"며 "이를 고려하면 실제 실형 선고 비율은 1%에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소년사건과 사회적 인식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을 주제로 열린 공개 포럼에서 김혁 국립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026.3.18 jin90@yna.co.kr

종합토론에서는 연령 하향의 필요성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승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비율은 3.8∼4.5% 수준으로, 일반 소년범죄와 비교해 특별히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촉법소년 범죄의 절반가량은 절도이며, 대부분 무인점포나 편의점에서의 단순 절도 형태"라며 "또래 집단이 함께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형식상 특수절도로 분류되더라도 실제로는 소액 절취 행위가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소년범죄가 강력·흉포화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정경은 초당대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는 "해외 연구를 보면 청소년을 성인 형사체계에 편입시키는 정책이 반드시 범죄 억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재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덴마크는 2010년 형사처벌 연령을 14세로 낮췄다가 재범률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해 2012년 다시 15세로 연령을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반면 정의롬 부산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 제도는 범죄 예방이라는 도구적 목적뿐 아니라 공동체의 규범적 합의와 정의 관념도 반영해야 한다"며 "선언적·상징적 차원에서라도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춰 국민의 법 감정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단순한 엄벌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형벌 부과 가능성을 열어두되, 보다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보호처분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문덕주 안산 상록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은 "현장에서 만나는 가해 소년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경찰을 조롱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다"며 "'촉법이라 괜찮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범죄 억제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오히려 아이들을 더 큰 범죄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설문조사에서도 국민의 95%가 촉법소년 범죄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다수가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을 주제로 열린 공개 포럼에서 김혁 국립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026.3.18 jin90@yna.co.kr

토론자들은 찬반을 넘어 현행 제도의 보완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승현 위원은 "현재 교정 시스템은 아이들을 충분히 교정·교화하기에 부족한 실정"이라며 "과밀 문제가 심각하고 의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호관찰·사회봉사·수강명령 등 사회 내 처우가 재사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청소년의 위험 수준과 범죄 유형에 맞는 맞춤형 개입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기반으로 형사 미성년자 연령에 관한 의제를 정리하고 대국민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등 논의의 장을 성실히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평등부는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시민참여단을 선발해 숙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 달 중순 2차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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