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채 “기를 쓰고 끝까지 간 ‘아너’, 새로운 얼굴 발견했다”[인터뷰]

김원희 기자 2026. 3. 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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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채. 프로젝트 호수

배우 정은채가 기를 쓰고 새로운 얼굴을 완성해냈다.

지난 10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아너 : 그녀들의 법정’은 세 명의 여성 변호사가 한 성폭행 피해자의 사건을 시작으로 얽힌 대한민국을 뒤집을 거대 성스캔들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은채는 극 중 국내 최대 로펌 ‘해일’의 후계자이자 성범죄 피해자 변호 전문 로펌 L&J의 대표 강신재 역으로 열연했다.

로펌의 전반적인 운영과 사건의 전체적인 흐름을 지휘하며 고비의 순간에 남다른 인맥과 배포로 해결책을 찾아내는 인물로, 정은채는 여유로움과 진정성을 오가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카리스마와 인정을 겸비한 호감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호평받았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카페에서 만난 정은채는 “무겁고 어두운 면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라 시나리오를 선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솔직히 말문을 열었다.

정은채. 프로젝트 호수

이어 “묵직하고 뚝심 있는 강신재가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궁금하기도 했다”며 “강신재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려면, 초반부에 설득력 있게 보여야 했다. 멋진 대사들이 많았는데, 적재적소에 경쾌하게 잘 들리게 하려고 공부를 많이 했다. 저돌적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말을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까, 이렇게 멋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대리만족을 많이 느꼈다. 즐겁게 촬영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윤라영 역으로 함께 출연했던 이나영의 “신재의 ‘법카’(법인카드)가 가장 부러웠다”던 인터뷰 내용을 전하자, “나이가 들수록 신재처럼 말은 줄이고 지갑은 시원하게 열어야 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신재 캐릭터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지 않았나 싶다. 멋있게 잘 그려진 것 같다”고 웃었다.

이런 ‘멋짐’의 완성은 그동안 쌓아온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0년부터 16년간 이어온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정은채에게 배우는 극한 직업으로 느껴진다. 당장 전작인 tvN ‘정년이’만 하더라도 여성국극 최고의 남역배우라는 캐릭터로 쉽지 않은 연기를 소화했고, 이번 작품에서도 극 후반부 엄마인 성태임 대표(김미숙)가 성 상납 리스트를 감춰 수사가 무산됐다는 비밀을 알게 되거나, 아군인 줄 알았던 백태주(연우진)의 계략에 뛰어드는 등 감정의 격변을 겪어야 했다.

정은채. 프로젝트 호수

정은채는 권중현(이해영), 성태임, 백태주로 이어진 세 번의 배신을 두고 “나를 힘들게 한 쓰리콤보”라고 웃었다.

이어 “권중현 변호사에게는 가족 같은 사람에게서 느끼는 배신감과 처절함이, 엄마와 신들에서는 모녀라는 끊을 수 없는 관계에서 오는 혼란과 엄마의 치부가 나의 치부처럼 느껴지는 게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며 “백태주와도 서로 민낯을 알면서도 손을 잡게 되는 게 복합적인 마음이 들어서, 어떤 표정과 톤으로 소화해야 할지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매번 어려운 역할을 택하는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어려움 타파해나가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굳이 어려운 걸 찾진 않지만 피하려고 하진 않는다. 어려운 걸 해야 하나라도 배우는 게 있다”며 “캐릭터적으로도 해보지 않았던 신선한 것에 더 흥미를 느낀다.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가능성을 선택한다”고 남다른 마음가짐을 전했다.

정은채. 프로젝트 호수

그러면서 “평소에 내려놓는 걸 잘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타협이나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겼다. 기를 쓰고 끝까지 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런 면이 있구나’ 발견했다”며 “인물들과 일대일로 대면하는 신이 많아서, 절제된 에너지를 순간에 녹여서 보여주는 밀도 높은 연기를 해야 해서 어려웠다.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면서 성장했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혀, ‘아너’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한 정은채를 기대하게 했다.

업그레이드된 정은채의 모습은 금방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올 하반기 방송될 SBS ‘재벌X형사2’에 캐스팅돼 현재 촬영을 진행 중이다. 극 중 경찰청 대테러팀 에이스 출신이자 강력1팀의 새로운 팀장 주혜라 역으로 나서, 이번엔 강렬한 액션신을 보여줄 전망이다.

정은채는 “한 작품이 끝나면 여운이 길게 가는 스타일인데 다른 작품이 바로 이어지다 보니까 훨씬 빠른 속도로 빠져나오는 것 같다”고 웃으며, “‘아너’와는 너무 다른 작품이다. 그래서 재밌는 것 같다. 지난 시즌이 있던 작품이라, 그 세계관의 파도에 잘 올라타는 게 관건이다. 액션신이 많아서, 액션팀의 도움을 받으며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항상 다음이 궁금한 배우이고 싶다. 매 작품, 그 캐릭터로 몰입해 새로운 얼굴로 흥미를 느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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