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저녁 식사 모두 ‘격분한’ 트럼프와... “日 총리, 취임 후 최대 위기”[美-이란 전쟁]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18일 미국으로 향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병을 거부하는 국가들은 다 필요없다”며 전에 없이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먼저 대면해야 하는 첫 지도자가 된 것이다. 일본에서조차 다카이치 총리가 “최악의 타이밍(아사히신문)”에 트럼프를 상대하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19일(현지 시간)부터 총 4일 간 일정으로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당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오찬을 함께 하고, 저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하는 만찬에도 참석할 예정이라면서 “이례적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지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오찬과 만찬 모두에서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했다. 미국이 다카이치 총리를 국빈 대접하며 양국 간 우호 관계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다카이치 총리에 미국 의회 연설을 제안했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일정상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먼저 미국을 찾았던 아베 신조(2015년), 기시다 후미오(2024년) 전임 총리들은 미 의회에서 연설을 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극진한 대접’을 마음 편하게 받기는 어려운 것이 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호르무즈 연합’ 제안에 부응하지 않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과 한국, 일본 등을 싸잡아 “그들의 도움이 필요 없다”며 격분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 후 “평생 그가 그렇게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분위기를 전했다. 동맹국 지도자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가 첫 번째로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 얼굴을 맞대야 하는 것이다.

‘여자 아베’를 자처하는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방미를 미일 간 신 밀월 관계를 굳게 하는 계기로 여겨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으로 중국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도 있었다. 일본이 지난달 가장 먼저 1호 대미 투자 3건을 확정한 만큼 이번 방미에서 2호 투자 사업에 대한 발표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일본 자위대 호르무즈 파병이 이번 정상회담 최대 현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본의 기대는 당혹감으로 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5개월 만에 가장 험난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짚었다. 지난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군복 차림으로 백악관을 찾았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험한 광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고 FT는 덧붙였다. 아사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 직접 자위대 파견과 관련해 구체적인 요구를 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정부 관계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 밖의 요구를 해오는 돌발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다카이치 정부는 일단 최대한 자국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참의원(상원)에서 자위대 파견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고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도쿄신문은 아베 내각이 2020년 했던 것처럼 ‘조사·연구’ 명목으로 자위대를 중동 지역에 보내는 방안이 일본 정부 내에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위대 파견 카드 가운데서도 가장 덜 위험한 방법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도쿄신문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활동은 피하면서 실질적인 선박 호위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자위대를 보내더라도 이란과 전투를 중단하는 정전이 선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방위성이 중동 작전을 관할하는 미국 중부사령부에 연락관을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이 미국 알래스카산 원유 증산에 투자하고 나아가 일본 투자에 따른 생산분을 일본에 공동 비축하는 방안, 중국을 겨냥한 광물 공급망 구축에 일본이 참여하는 안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달랠 카드로 언급되고 있다. 미국 미사일 공중 방어체계 ‘골든돔’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사 또한 타진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카드를 마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정상회담이라는 최고위 외교 석상임을 감안해 의외로 미일 정상이 순탄한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다카이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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