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한다더니 자료는 안 주고 위임장은 다시… 뚜안씨 유족 배보상 협의 지연 우려

유혜연 2026. 3. 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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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로펌 선임후 추가 위임장 요구
유족측, 임금명세서 등 확보 못해
배·보상 협의 지연… 19일 발인식

18일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박희은 경기이주평등연대 집행위원장(왼쪽),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가운데),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 등이 고 뚜안씨 영정을 들고 중앙산업과 관계자들에 대한 고소·고발장 제출에 앞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6.3.18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이천의 한 자갈·모래 제조업체에서 홀로 컨베이어벨트 점검에 나섰다가 숨진 베트남 청년노동자 뚜안씨(3월16일자 7면 보도) 사망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사측이 유족 대리인 측의 배·보상 협의에 필요한 핵심 자료를 여전히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이미 적법한 위임 절차까지 마친 상태에서 별도 형식의 위임장을 다시 요구하고 나서면서 장례 뒤 협의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유족을 대리하는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등에 따르면 유족 대리인 측과 중앙산업은 사고 다음날인 지난 11일부터 배·보상 협의를 이어왔다. 사측은 당시 책임을 통감한다며 필요한 조치를 적극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후 새로운 대리인 위임장 등이 필요하단 이유로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고 있다.

사측은 고인의 임금 관련 내용을 엑셀 형태로 보내긴 했지만 근무시간 등이 빠져 있어 실제 임금 지급이 적정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게 유족 대리인 측 설명이다. 이후 임금명세서 등 보완 자료를 요청했지만 추가 자료는 제공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베트남 현지 유족의 위임 문제까지 겹치며 협의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위임장과 가족관계 입증서류, 공증 절차 등을 거쳐 국내 대리인에게 유족 권한이 맡겨졌는데도 사측은 베트남 현지 인민위원회와 외교부,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등을 다시 거쳐야 하는 다른 형식의 위임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대리인 측은 이 때문에 장례 뒤 후속 협의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8일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족 대리인과 경기이주평등연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중앙산업과 관계자들에 대한 고소·고발장 제출에 앞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6.3.18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앞서 사측은 본보에 “베트남 유족에게 사죄했으며 장례 절차와 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지원하겠다. 모든 것이 정리될 때까지 공장 가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대형 로펌인 A법무법인을 선임했고 유족 대리인 측은 그 뒤부터 추가 위임장 요구가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A법무법인은 전직 검찰, 고용노동부 감독관, 경찰 출신 등 전관·전경을 내세운 중대재해 대응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이날 오후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유족 대리인과 경기이주평등연대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컨베이어 점검 과정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과 외국어 안전표지·안전교육 미비,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내용 등이 담겼다.

장혜진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노무사는 “대표이사와 공장장을 처음 만났을 때는 2인1조 근무 수칙을 지키지 않은 점과 컨베이어 가동 중 점검 지시를 인정했다”며 “그런데 대형 로펌이 개입한 뒤부터는 태도가 달라졌고 유족 대리인 측 대리권까지 다시 문제 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희은 경기이주평등연대 집행위원장도 “근거 없는 다른 형식의 위임장을 요구하며 유족 의사를 무시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와 관련 중앙산업과 A법무법인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故뚜안씨의 발인식은 19일 낮 12시30분 용인 평온의숲에서 엄수된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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