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바꾼 투자 공식’ 시드투자부터 IPO까지… K팝 쏘아올린 엔터테크 [BTS 이코노미]

진선령 기자 2026. 3. 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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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300조 시대’ 견인하는 자본의 힘
사진=미드저니 생성

BTS의 글로벌 성공은 K팝 산업에 대규모 자본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

한때 흥행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전통적 투자자금이 조심스러워하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벤처캐피털(VC)이 먼저 들어오고, 성과가 확인되면 전략적 투자자, 또는 사모펀드 자금 등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단계형 투자 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투자 방식이 최근 K팝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은 K팝이 단순한 흥행 산업을 넘어 경제적 파급효과가 측정되는 콘텐츠 산업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 'VC→SI →IPO' 투자도 히트

대표 사례는 BTS 소속사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다. 하이브는 상장 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였던 시기에 다양한 사모자본과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먼저 벤처캐피털사인 SV인베스트먼트는 2011년 30억원, 2012년 10억원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 총 40억원을 집행했다. 당시 BTS는 데뷔 전이었고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역시 중소 기획사에 불과했다.

이후 BTS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기업가치는 크게 상승했고 SV인베스트먼트는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약 1088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투자금 25배를 웃도는 수익률을 달성한 셈이다.

이후 2018년 넷마블이 약 2014억원을 투자해 하이브(2021년 사명 변경) 지분 약 25%를 확보했다.

당시 하이브는 BTS의 글로벌 성공을 기반으로 팬덤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려는 단계였다. 넷마블 역시 게임 사업에서 확보한 디지털 플랫폼 역량과 하이브의 콘텐츠 IP를 결합하면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새 앨범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위버스 커뮤니티에 알린 BTS 멤버 정국. 정국은 지난달 26일 "앨범 진짜 얼마 안 남았어요 진짜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컴백하면 진짜 열심히 할께요.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사진=위버스 캡처.

벤처캐피털 자금을 초기에 유치한 이후 팬덤 플랫폼으로 규모를 확장하려는 단계에서 전략적 투자자(SI)의 대규모 자금 유치도 이어진 것이다.

이후 하이브는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레이블 인수와 콘텐츠 사업 확장에 나섰고, 2020년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수익을 안겨준 사례가 됐다. 상장 당시 하이브 시가총액은 8조원을 넘어서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기업 가치 평가 기준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사례는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콘텐츠 산업 투자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BTS가 데뷔하기 전 불확실성이 큰 시점에 VC가 먼저 투자했고, 이후 성공 사례가 확인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투자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 Seed·Series A·B…K팝에도 '스타트업 투자 구조'가 들어왔다
표=이코노믹리뷰 제작

벤처투자는 일반적으로 Seed → Series A(투자금 100억 미만) → Series B(투자금 100억 이상) → 프리IPO(상장 6개월~2년전 투자) → IPO로 이어지는 단계형 구조를 갖는다.

초기 단계에서는 아이디어와 팀을 중심으로 시드 자금이 투입되고, 사업 모델이 검증되면 Series A 투자로 성장 자금이 유입된다. 이후 시장 확장 단계에서는 Series B 투자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기업가치가 상승하며 프리IPO 투자와 IPO로 이어진다.

이 같은 투자 방식은 그동안 IT·플랫폼 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콘텐츠 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K팝 산업 역시 기획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콘텐츠 제작사와 플랫폼 기업 등 다양한 기업이 등장하면서 벤처투자 생태계 안에서 성장하는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제작+플랫폼' 엔터테크 스타트업 등장

이후에도 벤처캐피털 자금이 엔터기업의 성장 초기 단계부터 투자된 사례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룹 tripleS를 배출한 연예기획사 모드하우스(Modhaus)가 꼽힌다.

2022년 5월 NFT(대체불가능토큰) 및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스타트업이었던 모드하우스는 네이버 D2SF(D2 Startup Factory), 퓨처플레이,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프리 Series A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측에서 공개적으로 투자유치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Series A 투자유치 이전에 네이버D2SF 등 쟁쟁한 투자자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당시 모드하우스는 NFT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팬 참여형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었다. 기획사 자체 제작으로 아티스트를 선보였던 기존 방식과 달리 모드하우스에서는 연습생 선정부터 컨셉 기획 등 아티스트 제작 전 과정이 팬들의 참여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플랫폼 개발 방식도 엔터 업계에 상당한 이목을 끌었다.

이후 2023년 모드하우스는 800만달러 규모의 정식적인 Series A 투자를 유치했으며 SM컬처파트너스, 네이버 D2SF, 퓨처플레이 등이 참여했다. 이후 2025년 모드하우스는 IMM인베스트먼트가 주도한 Series B 투자에서 약 210억원을 추가로 확보했으며 LB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프리 Series A, Series A, Series B 등으로 갈 수록 쟁쟁한 VC 플레이어들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벤처캐피털 자금이 엔터기업의 성장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투자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 해외 국부펀드도 참여…사우디 PIF·GIC, 카카오엔터에 수조원 투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투자 자본이 K콘텐츠 산업에 대규모로 유입된 대표 사례다.

카카오엔터는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 국부펀드(GIC) 등으로부터 약 1조2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이후 카카오엔터의 기업 가치는 약 11조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투자자들이 카카오엔터에 주목한 이유는 음악, 드라마, 웹툰을 동시에 보유한 IP 기반 콘텐츠 기업 구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는 웹툰 IP를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하고 음악 사업과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에는 한화자산운용이 미국 투자사 마시펜 캐피털 파트너스(MarcyPen Capital Partners)와 K컬처 및 라이프스타일 산업 투자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약 5억달러 규모 공동 펀드 조성을 추진했다.

공동펀드 결성 배경은 아시아 소비재·콘텐츠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한화자산운용과 마시펜 캐피털 파트너스는 글로벌 투자 협력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아시아 시장 투자 역량을 기반으로 기업의 글로벌 확장을 지원하고, 마시펜은 소비재·브랜드 분야 투자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다.

◆ 팬덤 플랫폼 투자 전성시대 스타트업 투자 확대

하이브가 전략적 투자자 넷마블로부터의 투자와 함께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대대적으로 키워나간 사례에 이어 벤처캐피털은 팬덤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에 활발히 나섰다. 가히 '팬덤 플랫폼 투자 전성시대'라 불릴 만한 흐름이다.

대표적인 투자 분야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과 디지털 굿즈, NFT 콘텐츠, 온라인 콘서트 등이다. 팬덤 플랫폼은 구독 서비스와 디지털 상품 판매를 통해 지속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VC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의 경우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기업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난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도 K팝 콘텐츠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유튜브와 스포티파이는 아티스트 협업과 콘텐츠 제작 투자 등을 통해 K팝 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콘텐츠가 사용자 유입과 체류 시간을 늘리는 핵심 경쟁력이다. K팝은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고 있어 플랫폼 트래픽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콘텐츠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플랫폼 기업들은 독점 콘텐츠 제작이나 라이브 콘텐츠 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협력하고 있다.

메타버스 기반 K팝 투자도 대세다.

최근 벤처캐피털은 메타버스 기반 K팝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가상 아이돌과 VR 콘서트, 디지털 굿즈 등이 대표적인 분야다.

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로운 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가상 아티스트는 현실 아티스트보다 활동 제약이 적고 글로벌 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메타버스 기반 콘텐츠 기업이 향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 PLAVE 제작사 블래스트(Blast)는 2023년 DSC인베스트먼트 및 이 회사의 투자형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자회사인 슈미트로부터 2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에도 블래스트는 2023년, 2025년에도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2025년 후속투자에서는 이전 투자 라운드 대비 밸류에이션이 10배로 높아지면서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이를 통해 블래스트는 2022년 MBC 사내벤처로 창립된 이후 4여년 만에 누적 투자유치 규모가 70억원을 훌쩍 웃돌게 됐다.

버추얼 아이돌은 모션캡처와 3D 그래픽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콘텐츠로, 실제 아티스트 활동과 유사한 공연·음반·팬덤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K팝 산업의 새로운 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공연 플랫폼 분야에서도 스타트업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엔터테크 스타트업 빅크(BIGC)는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성창업투자, 펄어비스캐피털 등으로부터 프리Series A 투자와 브릿지 투자를 포함해 약 5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빅크는 온라인 공연과 라이브 스트리밍, 팬 커뮤니티 기능을 결합한 플랫폼을 운영하며 글로벌 K팝 팬덤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공연과 디지털 플랫폼이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면서 K팝 산업의 투자 영역도 제작사 중심에서 플랫폼과 기술 영역까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 IP와 플랫폼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기대하며 K팝 산업에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팬덤 플랫폼, 메타버스 공연, IP 기반 게임 등으로 사업 영역이 확장되면서 향후 콘텐츠 기업을 둘러싼 투자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콘텐츠 산업으로 몰리는 벤처투자

이처럼 K팝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에 대한 벤처투자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중소벤처기업부 2025년 4월 글로벌 콘텐츠 산업과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30년까지 약 3억달러 규모 글로벌 모펀드(K-VCC)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펀드는 K콘텐츠와 인공지능(AI)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투자업계에서도 콘텐츠 산업을 플랫폼과 기술이 결합된 성장 산업으로 보고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팬덤과 디지털 플랫폼 기반 수익 모델이 결합되면서 콘텐츠 기업의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벤처캐피털은 K팝 제작사뿐 아니라 팬덤 플랫폼, 공연 플랫폼, 버추얼 콘텐츠 등 다양한 엔터테크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제2의 BTS'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다
표=이코노믹리뷰 제작

증권가에서는 BTS 활동 재개가 K팝 산업 전반의 성장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2026년 2월 보고서에서 BTS 월드투어 모객 규모가 50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스타디움 공연이 이어질 경우 관객 규모는 이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평균 티켓 가격과 MD(굿즈) 매출 등을 반영할 경우 월드투어 매출 규모는 약 2조원, 영업이익은 4000억원 이상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이처럼 BTS의 성과는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콘텐츠 IP라는 점을 경제효과와 관광·수출 지표로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후 벤처캐피털은 기획사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 제작사와 플랫폼, 엔터테크 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으며 Seed → Series A → Series B로 이어지는 단계형 자금 공급 구조가 K팝 산업 전반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모드하우스, S2엔터테인먼트, 빅크 등 사례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실제 투자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로 평가된다.

◆ 'K컬처 300조 시대' 연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정부도 K팝, 영화, 게임, 웹툰 등 문화콘텐츠 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며 'K컬처 300조 시대' 실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표=이코노믹 리뷰 제작

문화체육관광부는 '2026년 업무계획'을 통해 'K컬처, 온 국민이 누리고 세계를 품는다'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K컬처 산업 집중 육성을 핵심 과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K팝, 영화·영상, 게임, 웹툰 등 문화창조산업을 단순 지원 대상이 아닌 수출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K팝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해 약 5만석 규모의 돔 공연장 건립을 추진하고 공연장 시설 개선도 지원한다.

또 세계 주요 7대 도시 공연장 확보와 중남미 등 신시장 진출을 확대해 글로벌 공연 시장 공략에 나선다.

콘텐츠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도 추진된다.
표=이코노믹리뷰 제작

영화·영상 분야에서는 중예산 영화 제작 지원과 국제 공동제작 확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협업을 통해 산업 내실을 다진다. 게임 산업은 북미와 동남아 등 해외 수출 시장 다변화와 콘솔 플랫폼 확장을 추진하고, 인디게임 지원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웹툰·웹소설과 창작 뮤지컬 등 원천 지식재산(IP) 발굴과 글로벌 진출 지원도 강화한다. 대형 K컬처 행사 기획과 함께 AI 기반 콘텐츠 제작 혁신,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 등 산업 기반 확대 정책도 병행된다.

콘텐츠 산업 투자 확대를 위한 정책 금융도 강화된다.
표=이코노믹리뷰 제작

문체부는 K컬처 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총 7318억원 규모의 콘텐츠 정책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2%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