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도 여행 수요 급증”…뜻밖에 호황 맞은 美 항공업계, 실적 유지 가능할까

현정민 기자 2026. 3. 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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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수요 급증에 1분기 실적 ‘우수’
가격 민감도 낮은 프리미엄 고객층이 매출 견인
기업 출장 회복세도 호재로 작용
저비용 항공사들은 동상이몽…개전 후 5만편 취소돼
관건은 국제유가…정부 셧다운도 영향 전망

미국 주요 항공사들이 중동 전쟁과 항공유 가격 급등, 겨울 폭풍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유가 상승과 공항 인력 문제 등이 수요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 델타항공의 에어버스 A220 ./ 연합뉴스

17일(현지 시각) 미 주요 항공사들은 중동 전쟁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에도 1분기 실적이 우수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유나이티드항공·아메리칸항공 경영진은 이날 JP모건 산업컨퍼런스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거의 두 배로 급등하면서 1분기 약 4억달러(약 5936억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동기간 항공 수요가 크게 늘며 충격을 상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들 회사의 예약건수와 매출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발발한 지난달 28일 이후 매출이 급증, 회사 역사상 매출이 가장 높게 기록된 10일 가운데 5일이 이 기간에 몰렸으며 지난주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최고경영자(CEO) 또한 “2026년 첫 10주가 회사 역사상 예약 상위 10주에 모두 포함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수요 회복은 지난해 위축됐던 소비 심리의 반등과 궤를 같이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관세 및 이민 정책으로 소비자 신뢰가 낮게 유지됐던 만큼, 성수기인 3월에도 여행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는 지적이다. 델타항공의 조 에스포지토 영업·마케팅총괄(CCO)은 “당시 대서양 횡단 여행 예약이 거의 멈췄다”며 “그때 놓친 여행을 보상받으려는 수요가 폭발한 것”이라 설명했다.

특히 가격 인상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프리미엄 고객층이 수요를 견인하면서 항공사들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델타항공은 전체 매출의 약 90%가 프리미엄 승객에게서 발생하며, 이들은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운임 상승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델타항공은 상위 좌석을 합리적 가격에 선택할 수 있도록 구매 구조를 개편, ▲컴포트 플러스(Comfort+) ▲프리미엄 셀렉트(Premium Select) ▲델타 원(Delta One) 등 다양한 프리미엄 좌석 옵션을 도입한 바 있다.

기업 출장 수요 역시 빠르게 회복하며 항공사들에 호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에드 배스티안 델타 CEO는 “이달 추가 예약이 전혀 없더라도 올해 3월은 코로나19 이후 기업 출장 수요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금융, 항공우주·방산, 미디어, 기술 등 주요 산업에서 수요가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는 2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아메리칸항공은 수요 증가를 반영, 1분기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1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로버트 아이섬 CEO는 “전년 대비 기록적인 성장세”라며 “이번 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3억달러 이상 늘었고, 매출 기준 상위 10일과 10주 중 각각 8개가 이번 분기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로열티 프로그램과 신용카드 제휴, 프리미엄 라운지 확대, 고급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한 고소득 고객 유치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저비용 항공사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연료비 상승을 운임에 전가하기 어려워 수익성 압박이 크고, 전쟁 이후 유럽발 여행 수요가 소폭 감소하면서 미국발 수요 중심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항공 분석 기업 시리움에 따르면, 개전 이후 항공편 약 5만 편이 취소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도 현재의 호황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항공 수요 증가가 향후 운임 인상을 예상한 ‘선예약 효과’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준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바깥 항구에서 수출되는 오만산 원유 가격은 배럴당 약 154달러를 기록, 개전 이전 대비 약 116% 치솟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정부 일부 셧다운으로 공항 직원들이 무급 상태에 놓이면서 보안 및 운영 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항공 경제학자 댄 에이킨스는 “수하물 검사 직원이 임금을 받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보안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연료비 상승과 공항 인력 문제의 영향이 더 큰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2분기 이후 경영진은 훨씬 신중한 전망을 내놓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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