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려면 7000만원 보내라고…" 80대 노인 '로맨스스캠' 피해 막은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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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전 대구 중부경찰서 남산지구대.
머리가 희끗한 80대 노인 A씨가 '텔레그램' 설치 방법을 문의하려 지구대를 찾았다.
A씨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기 피해를 입은 전력이 있었는데, 뒤늦게 소식을 듣고 지구대를 찾은 A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황소고집인데 어떻게 설득했나"라며 경찰에 감사해 했다.
카드배송 관련 전화를 받았다는 60대 여성 B씨가 원격제어 프로그램인 '애니데스크(AnyDesk)' 설치를 도와달라며 지구대를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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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스캠·원격앱 사기 연달아 차단

지난 13일 오전 대구 중부경찰서 남산지구대. 머리가 희끗한 80대 노인 A씨가 '텔레그램' 설치 방법을 문의하려 지구대를 찾았다. A씨는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누군가에게 "우리가 사귀려면 내가 한국에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7,000만 원의 금전 요구를 받은 터였다. 전형적인 '로맨스스캠'이었다.
구혜숙 남산지구대 경위는 즉시 사기임을 직감했다. 그러나 A씨는 쉽게 휴대폰 너머 '미국인 사업가'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못하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구 경위는 A씨가 받은 문자 내용과 범죄 수법을 하나씩 짚어가며 설명했고, 실제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례들도 들려줬다. 오랜 대화 끝에 A씨는 그제서야 "내 이야기인 것 같다"며 계좌이체 시도를 멈췄다.
A씨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기 피해를 입은 전력이 있었는데, 뒤늦게 소식을 듣고 지구대를 찾은 A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황소고집인데 어떻게 설득했나"라며 경찰에 감사해 했다.

같은 날 오후 인근 서문지구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카드배송 관련 전화를 받았다는 60대 여성 B씨가 원격제어 프로그램인 '애니데스크(AnyDesk)' 설치를 도와달라며 지구대를 찾은 것이다. 애니데스크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원격 조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이 계좌 접근이나 금융정보 탈취에 악용하는 대표 수단이다.
박덕현 서문지구대 경위 역시 사기임을 직감하고 B씨를 설득했다. 그러나 B씨도 A씨처럼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박 경위는 보이스피싱 실제 피해 음성과 관련 영상을 보여주며 설득했고, B씨는 자신과 똑같은 방식의 범죄 수법이 영상 속에 이어지자 뒤늦게 송금을 중단해 전 재산 5,000만 원을 지킬 수 있었다.
남산지구대와 서문지구대는 이날 하루에만 총 1억 2,000만 원에 이르는 피해를 막았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자들이 범죄 조직의 말을 굳게 믿는 경우가 많아 경찰 설명에도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서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되려 경찰에게 화를 내기도 해 현장 경찰들이 설득에 매달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은 실제 피해 사례 음성이나 영상 자료를 휴대폰에 저장해 놓고 유사 사례를 피해자에게 직접 보여주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위험성을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황정현 중부경찰서장은 "장시간 설득에도 꿈쩍않던 피해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평소 경찰관들이 보이스피싱 사례별 조치사항을 숙지하고 있었던 덕분"이라며 "현장 밀착형 치안활동으로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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