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기자의 아웃도어 라이프] 봄 찾아 떠난 대마도 자전거 여행

김도훈 2026. 3. 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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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삼나무숲 사이, 느∼긋한 페달링
거제의 약 2배, 89%가 숲…日 피서 명소 미우다해변 한적하고 신비한 기운
야생·정갈함 공존하는 해안산책로 환상적…토키 삼나무숲 상쾌한 공기 마시며 느림의 여유 만끽
대마도 미우다 해변. 일본 환경성이 선정한

누군가 얘기했다. 대마도는 볼 것 하나 없다고. 이틀만 있어도 금세 지루해진다고. 타고난 '홍대병'(대중의 기호를 따르지 않고 마이너한 것을 좋아하는 감성을 뜻하는 신조어) 때문인지 그래서 더 가보고 싶었다. 대마도 지도를 살펴보며 목적지를 정하고 여행 일정을 구상했다. 첫 대마도 여행. 봄을 찾아 떠난 대마도 북부 자전거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풍경

뻔한 여행은 싫었다. 대다수 관광객들의 동선은 비슷비슷했다. 당일치기나 1박2일로 한국전망대, 아타즈미신사, 에보시다케전망대 같은 유명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대마도는 크다. 렌터카를 빌리더라도 거제도 면적의 약 2배인 대마도를 1박2일로 둘러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박3일로 일정을 잡았다. 꼬불거리는 해안선과 면적의 89%에 달하는 숲 구석구석엔 알려지지 않은 곳이 넘쳐날 것이라는 판단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이동수단이 자전거인 만큼 여행지역도 대마도 최북단 지역으로 한정했다.

오전 9시 10분 부산을 출발한지 1시간 20분 만에 대마도의 관문 히타카츠항에 도착했다. 한국의 어촌마을을 닮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펼쳐졌다. 문득문득 보이는 한글을 보며 '정말 가까운 나라구나' 싶다가도, 평범한 듯 이국적인 풍경에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식당이 문을 여는 시간을 기다려 이른 점심을 먹고 예약해둔 자전거를 빌린 뒤 일정을 시작했다. 첫 목적지는 여객선 터미널에서 3㎞ 정도 떨어진 곤겐산 전망대. 여객선 터미널 인근 니시도마리 포구를 지나자 예상하지 못했던 오르막 산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전기자전거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오르막이 힘든 건 일반 자전거와 다를 바 없었다.

'대마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힘겹게 전망대에 올랐다.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해주듯 대마도 동쪽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파란 하늘 위엔 말로만 듣던 대마도 까마귀 수십 마리가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식힌다.

전망대를 내려와 숙소가 있는 미우다해변으로 향했다. 이곳은 일본 환경성이 선정한 '일본의 아름다운 해변 베스트 100'에 뽑힌 곳으로 유명하다. 여름이면 섬 내외 피서객들로 항상 북적이는 인기 해수욕장이라고 한다.

그런 명성과는 달리 한적한 해변의 모습에 가슴이 놓였다. 해변은 예상보다 아담했다. 물빛은 에메랄드 빛에 가까웠다.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을 거닐며 고요함을 즐겼다. 반짝이는 윤슬이 고요함과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더했다.

토노사키국립공원 해안산책로. 김도훈 기자

해변 옆 예약해둔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길을 나섰다.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 도착한 곳은 토노사키국립공원. 1905년 5월 일본 해군과 러시아 발틱함대가 싸웠던 쓰시마 해전 전적지가 있는 곳이다. 포장도로를 사이로 해안가에는 러시아군의 상륙지 표지와 전승 기념탑이 세워져 있고, 도로 반대쪽에는 일본인이 세운 일·러 우호 기념비가 있다.

이런 역사적 사실보다 대다수 관광객이 찾지 않는 곳이었고, 동구 봉무공원 규모의 자그마한 국립공원이란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왠지 괜찮은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도 들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원시적이면서도 깔끔하게 정비된 해안산책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었다. 동백나무 터널이 장관을 이루는 곳. 만약 한국이었다면 MZ세대 사이에서 '인생샷 명소'로 꼽혔을법한 풍경이다.

토노사키국립공원 해안산책로. 울창한 동백나무 터널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김도훈 기자

◆느릿느릿 여유롭게

이튿날은 오전 내내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를 통해 예상은 했었지만 생각한 것보다 많은 비가 내려 꼼짝없이 숙소에 갇혔다. 하는 수 없이 대마도의 상징인 야마네코(삵)가 사는 북부지역 최고봉 미다케(479m) 등산을 포기했다.

오전 11시가 지나자 비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짐을 챙겨 일정을 시작했다. 숙소에서 8㎞정도 떨어진 헤키레키 신사를 거쳐 토키 삼나무숲을 다녀오는 왕복 25㎞ 코스다. 등산을 포기했기에 일정이 여유로워진 만큼, 느릿느릿 페달을 밟으며 조용한 시골마을 정취와 대마도의 자연을 만끽했다.

숙소를 출발한지 40여분, 조용한 시골 바닷가 포구마을을 지나자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빨간색 도리이가 눈에 들어왔다. 헤키레키 신사 입구였다. 공터에 자전거를 세우고 입구로 들어서자 바다를 향해 또 다른 도리이가 서있다. 그 아래로는 돌계단이 바다로 이어져 있다. 그 옆엔 반듯한 모습의 석탑이 서있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풍경이다. 인적 없는 곳에서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물멍을 즐긴다.

헤키레키 신사. 바다를 향해 서있는 도리이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도훈 기자

토키 삼나무숲을 찾았다. 사실 처음엔 이곳보다 조금 더 먼 곳에 있는 슈시강 단풍길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단풍철은 아니었지만 대마도의 울창한 숲을 느껴보고픈 마음이었다. 하지만 경사가 심해 초보자는 피하는 게 현명하다는 자전거 대여점 사장의 조언에, 포기하고 찾은 대안이 토키 삼나무숲이었다.

토키 삼나무숲은 찾아가는 길부터 고요했다. 길 중간에 마을 두 곳을 지나쳤지만 마주친 이는 어설픈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란 인사를 건넨 할아버지 한 명이 전부였다. 길에서 만난 차량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어느덧 울창한 삼나무 숲으로 접어들었다. 임도를 따라 길 좌우로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입구에 자전거를 세우고 한적한 임도를 따라 삼나무 숲길을 걸었다. 상쾌한 숲 공기를 깊게 마시며 느릿느릿 여유를 만끽했다.

토키 삼나무숲. 상쾌한 숲 공기를 깊게 마시며 느릿느릿 여유를 만끽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김도훈 기자

사흘째 날엔 자전거를 반납한 뒤 걸어서, 하타카츠항에서 2㎞정도 떨어진 '아지로의 연흔'이란 곳을 찾았다. 용암이 식으며 만들어낸 바다의 물결모양을 볼 수 있는 지질학 명소다. 길이는 140m로 생각보다 크진 않지만, 독특하고 잔잔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이후엔 배를 기다리며 항구 주변 골목길을 거닐었다.

대마도에 있는 내내 한적한 섬마을 분위기에 마음이 편했다. 산에 포근히 안긴 항구로 배가 오가고 길 곳곳엔 고양이들이 뛰어 놀았다. 작은 일본 자동차가 장난감처럼 지나가는 모습, 할머니가 천천히 길을 걷는 모습. 바쁘게 걷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여느 여행지와는 다르게, 대마도에선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아지로의 연흔. 김도훈 기자

〈여행정보〉

대마도에는 두 곳의 항구가 있다. 히타카츠는 휴식을 위해, 아기자기한 쇼핑과 맛집 투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마도 남쪽의 이즈하라를 추천한다. 비교적 부산과 가까운 히타카츠는 전망대와 해변, 온천이 유명하다. 이즈하라는 조선통신사 유적 등 한국과 인연 깊은 역사의 현장이 많은 곳으로 작고 아기자기한 맛집과 가게, 티아라 몰, 맥스밸류마트 등 대형 쇼핑센터가 많은 편이다. 두 곳 모두 일본 시골의 작은 마을을 방문한 느낌이 들어 휴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보통 당일치기로는 가까운 히타카츠를, 1박 2일 이상의 여행으로는 이즈하라를 추천한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히타카츠항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이즈하라항까지는 2시간 10분 정도가 걸린다. 두 지역 사이의 거리가 꽤 있기에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버스를 타면 모두 다녀올 수 있다. 2박 이상으로 시간을 낼 수 있다면 도착지와 출발지를 다르게 예약해 대마도 전체를 둘러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