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롭고 못믿을 전기차 충전기…개수만 늘린다고 답 아냐"

이배운 2026. 3. 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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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의원실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 토론회 개최
충전 앱마다 가입·결제 따로…충전기 상태 정보도 부정확
인프라 확대 중심 정책 한계…편의성·운영 품질도 높여야
이용자는 불편, 사업자는 적자…전기차 수요 정체 악순환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확대됐지만 운전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편의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충전기 ‘숫자 늘리기’에 치중한 정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GPT생성)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 주최 열린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 토론회’에서는 단순히 충전기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쓰기 편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GS차지비가 지난해 전기차 사용자 1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의 주요 불편 요인으로는 △잦은 충전기 고장(52.7%) △충전기 부족(47.0%) △위치 불편(29.1%) △충전 속도 지연(27.4%) △결제 오류(21.3%) 등이 지목됐다.

김정욱 GS차지비 대표는 “전기차 충전기는 여전히 찾기 어렵고 쓰기 번거롭고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충전기 검색 앱에서는 ‘사용 가능’으로 표시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고장인 경우가 많고 위치 정보도 부정확해 헛걸음을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는 충전 편의성이 전기차 수요를 움직이는 핵심 요소라고 진단했다. 김종진 현대차 EV충전인프라팀 팀장은 “전기차 충전 시스템은 여전히 과도기에 머물러 있다”며 “충전은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장벽이 되고있다”고 말했다.

충전기 사용이 불편한 이유로는 제각각인 시스템이 꼽힌다. 사업자마다 앱과 회원가입 방식이 다르고 결제 방식도 통일되지 않아 이용자들은 같은 절차를 여러 번 거쳐야 한다. 여기에 충전기 상태 정보의 정확도도 떨어지고 운영 책임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실제 충전 환경에서도 불편이 적지 않다. 충전 케이블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길이가 짧고, 차량마다 충전구 위치가 달라 번거롭다. 충전소 위치 역시 주차 동선과 맞지 않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 많다.

요금 문제도 불만을 키운다. 공동주택에서는 전력 계약 방식 때문에 전기차를 이용하지 않는 주민에게까지 비용이 나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여기에 충전 요금 인상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는 결국 충전기 사업자들에게도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김종진 팀장은 “현재 국내 충전 사업 구조는 ‘고치면 손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익성이 낮다”며 “높은 기본요금과 낮은 가동률 때문에 상당수 사업자들이 유지보수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다시 서비스 품질 저하와 이용자 불편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에 업계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정책을 단순 ‘충전기 수 늘리기’에서 벗어나 편리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먼저 손봐야 할 부분으로는 인증과 결제 절차 간소화가 꼽힌다. 차량을 충전기에 연결하는 것만으로 인증과 결제가 이뤄지는 ‘플러그 앤 차지’ 도입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충전기 정보의 정확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데이터 표준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고장 난 충전소로 안내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진 팀장은 “정부가 데이터 기준을 마련하고 민간이 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충전기 상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러한 체계가 갖춰져야 이용자에게 정확한 충전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지금은 충전기 용량 기준으로 기본요금이 부과돼 이용률이 낮을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실제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꿔 사업자의 고정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보조금 정책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동안은 충전기 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유지관리와 운영 품질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장 복구 속도, 가동률, 이용 편의성 등 실제 서비스 수준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전기차 충전 솔루션 업체 이볼루션의 조현민 대표는 “정부 정책에 따라 충전기를 대거 설치한 사업자들이 이용률이 낮은 지역에서도 높은 기본요금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충전기 설치 대수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관리와 운영 성과를 반영한 ‘운영 연계형 보조금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edu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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