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부결…상법 대응 나선 금융권 첫 주총부터 '제동'

이서영 2026. 3. 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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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손보, 정관 변경 추진했지만 주총서 무산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무산…9월 재추진 방침"
한화손해보험 주주총회 모습. [사진=한화손해보험]
금융권 정기 주주총회 시즌 시작을 알린 한화손해보험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안이 부결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선 정책이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화손해보험은 18일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에서 제8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과 감사위원 선임 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지배구조 관련 정관 개정안도 함께 상정됐으며 집중투표제 도입과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은 부결됐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소수주주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지배구조 개선 장치로 꼽힌다. 다만 기업으로서는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고 이사회 구성에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에 부담을 느끼는 제도로도 인식된다.

이번 안건은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부결됐다. 그러나 최대주주의 영향력과 주주 참여율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화손해보험은 최대주주인 한화생명이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어 향후 제도 도입 여부 역시 대주주 의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제도 도입 자체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개정 상법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정관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가 다른 금융회사 주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상당수 금융회사가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두고 있어 관련 안건이 상정됐을 때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권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구조가 많아 다른 산업보다 제도 도입 과정에서 충돌이 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상법 전문가는 “지배주주가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주주 권익 확대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정책 방향과도 일정 부분 배치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주총을 연 삼성전자와 삼성SDS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이 통과되면서 기업별로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한편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캐롯손해보험 흡수합병에 따른 시너지 확대를 강조했다. 나채범 대표는 “약 60만명의 고객 기반을 확보한 만큼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가겠다”며 “고가치 상품 중심 영업과 계약 품질 개선을 통해 질적 성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