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주체성과 저항 감각 회복하는 4.3미술제 ‘波의 질감’

김찬우 기자 2026. 3. 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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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된 비극이 아닌 ‘지금-여기’ 살아있는 저항의 4.3 역사
26일~4월 18일, 예술공간이아-산지천갤러리-포지션민제주

제주4.3의 정신과 감정을 '지금-여기' 시각으로 재해석한 전시가 열린다.

탐라미술인협회 주최, 4.3미술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주관으로 오는 26일부터 4월 18일까지 원도심 갤러리 일대에서 열리는 2026 4.3미술제 '파(波)의 질감'이다.

예술공간 이아, 산지천 갤러리, 포지션 민 제주 등 원도심 일대에서 개최되는 이번 미술제는 4.3의 항쟁성을 다양한 시선으로 확장하고 세대를 잇는 청년 예술가들의 참여가 확대되는 2개년 연속 프로젝트의 첫 단계다.

이번 전시의 슬로건인 '파의 질감'은 중심을 직접 점유하기보다 가장자리인 '변죽'에서 울림을 만들어 본질에 접근하는 예술적 전략을 상징한다. 

변죽에서 시작된 작은 진동은 '파(波)'가 돼 중심을 향해 이동하며, 4.3을 박제된 비극이 아닌 '지금-여기'의 살아있는 저항의 역사이자 생명 주체로 다시 호출한다.

미술제에서는 4.3미술 미래를 이끌 세대 전승 사업 '청년사감정감' 두 번째 프로젝트도 본격화된다. 고윤서, 김규리, 김누리, 김준석, 이샘, 이제용, 이진호, 임재현, 허민경 등 제주에서 활동하는 35세 미만의 청년 작가와 연구자 9명으로 구성됐다. 

청년들이 새로운 감각과 언어로 4.3을 다시 발화하는 동시대 주체로 거듭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들은 워크숍과 현장 순례 등을 거쳐 하반기 결과 보고 전시를 통해 그들만의 '4.3 정감'을 풀어낼 예정이다.

장소별로 예술공간 이아와 산지천 갤러리에서는 본 전시 '파의 질감'이 열린다. 제주 작가들을 중심으로 4.3의 정신과 감정을 '지금-여기' 시각으로 재해석한 밀도 있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전쟁과 기후 위기 등 모든 존재를 소모품으로 분류하는 현대의 구조적 폭력 속, 4.3의 본질인 '생명 주체성'과 '저항의 감각'을 회복하려는 시도다.

포지션민 제주에서는 지난 30년간 4.3미술에 헌신해 온 오석훈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 '오석훈의 실낙원'이 열린다. 작가의 시선을 통해 4.3미술의 역사와 애정을 입체적으로 감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 오는 26일 예술공간 이아에서는 '80주년을 맞는 4.3, 4.3미술제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라운드 토론이 열린다. 4월 3일 추념일에는 위령제 이후 전시기획자의 해설과 함께 전시장을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오후 4시 예술공간 이아 전시실에서는 개막식이 열린다.

조직위는 "올해의 전시가 변죽의 자리에서 감각을 흔들어 울림을 만드는 과정이라면, 내년은 그 울림이 수렴돼 4.3의 핵심에 도달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며 "예술이 던지는 질문에 함께 공명하기를 요청하는 자리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