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안 받고, 감지기는 먹통…부산 전통시장 화재 취약 무더기 적발
30곳 중 14곳, 화재 예방·안전 확보 정기 점검 미시행
소방 시설 유지·관리 미비 사례 다수. 소화기 관리도 허술

부산 지역 전통시장 상당수가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감지기 등 전문 소방 시설이 갖춰진 아케이드형 전통시장 중 절반 가까이에서도 필수적인 안전 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화재 예방과 초기 대응 체계에 허점이 있었다.
18일 부산시 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에 따르면 전문 소방 시설이 갖춰진 부산 지역 아케이드형 전통시장 30곳 가운데 화재 예방과 안전 확보를 위한 정기 점검이 이뤄진 경우는 16곳에 그쳤다. 나머지 14곳은 필수적인 정기 점검을 하지 않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진구가 지역 내 6개 대상 시장 가운데 정기 점검을 미실시한 곳이 4곳으로 가장 많았다. 북구와 사하구, 사상구도 각 2곳으로 뒤를 이었다.
관련 조례에 따르면 전문 소방 시설이 갖춰진 시장의 관리자는 전문 업체를 통해 정기 점검을 하고 필요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담당 지역 단체장은 이를 지도·감독해야 한다. 전문 소방 시설로는 화재감지기, 자동화재탐지설비, 간이스프링클러설비 등이 있다.
정기 점검이 이뤄지지 않으면 화재 감지와 진화, 대피 등 초기 대응 역량이 떨어져 화재 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고장, 파손 등 소방 설비의 문제를 사전에 발견해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부산소방재난본부와 합동으로 이들 시장에 대해 점검한 결과 소방 시설 유지·관리 미비 사례가 31건 확인됐다. 가장 많이 적발된 사례는 자동화재탐지설비 수신 이상(6곳)과 유수검지장치 잠김(6곳)이었다. 자동화재탐지설비는 화재 발생을 조기에 감지해 알린다. 다른 소방 시설의 작동과도 연동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일부 시장에서는 화재 발생 시 경고음을 울려 사고를 알리는 자동화재탐지설비의 경보 부저도 임의로 정지된 상태였다.
유수검지장치도 물의 흐름을 감지해 소방 시스템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중요 장치다. 이 장치가 잠겨 있으면 화재 시 간이스프링클러 등이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크다.
화재 초기 대응에 특히 중요한 소화기와 소화전 관리도 허술했다. 아케이드형 전통시장 7곳에서는 10년으로 규정된 내용 연수가 지난 소화기가 일부 비치돼 있었고, 소화기의 안전핀이 빠져 있거나 압력이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러한 소화기는 내부 분말이 굳어 있거나 소화제가 제대로 방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시장에서는 소화기·소화전이 들어 있는 비상소화장치함이 잠금장치로 잠겨 있어 화재 시 신속한 대응에 지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위는 이 밖에도 전통시장 내 피난 활동을 위한 유도등 관리가 부실하고, 아케이드에 설치된 소방시설 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위는 동래구와 기장군을 제외한 14개 구와 부산소방재난본부에 시정·통보 조치를 내렸다.
감사위는 지난 13일 이런 내용을 포함해 부산 지역 43곳 아케이드형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벌인 화재 예방 등 안전 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화재 예방 및 안전 시설물 점검·관리, 기타 안전 관리 실태 등 2개 분야에서 지난해 10월 말부터 약 1달 동안 이뤄졌다. 감사위는 시정·통보(2건) 등 총 8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했다.
이번 감사는 화재에 취약한 아케이드형 전통시장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추진됐다. 2021년 경북 영덕군의 영덕시장에서 화재로 상가 약 80곳이 불에 탔고 약 7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소방시설은 유기적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평상시 정기적인 점검과 관리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