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인생 다음 수 고민 중...세상에 도움되는 일 하고파”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6. 3. 1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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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처음 목도한 인류다.

그는 "AI 시대에는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가속도가 붙어 따라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개인뿐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도 마찬가지라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원래 이 9단의 바둑 스타일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다음 수를 짐작해 볼 힌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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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인터뷰
지식재산처 초대 홍보대사 위촉
“개인 아이디어 지키고 격차 주의해야”
“비슷한 생각 가진 사람 모을 것”
지식재산처 초대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세돌 9단이 지난 12일 오후 대전시 정부대전청사에서 지식재산처 공무원들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처음 목도한 인류다. 2016년 그와 알파고의 대국은, 장강명 작가 식으로 말하자면 ‘먼저 온 미래’였다. 당시 주저없이 은퇴를 선언했던 냉철한 승부사는 이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했다. 10년 간 그가 걸어온 길은 AI시대를 살아갈 사람이라면 모두가 눈여겨봐야 할 교과서다.

보드게임 제작자와 대학 교수, 예능 출연 등으로 바빴던 그는 매경과 인터뷰에서 “아마 최종 단계가 될 인생의 다음 단계를 고민 중이다. 내가 잘하는 일, 세상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고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다”면서도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일단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려 한다”고 했다.

지난 12일부터는 지식재산처 초대 홍보대사가 됐다. 여러 방송과 강연에서 ‘AI가 대체하지 못할 창의성’을 강조해왔던 그다운 행보다. 알파고 대국 10주년을 맞아 쏟아진 러브콜 중에서 지식재산처를 택한 이유를 묻자 “AI가 나오면서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지금은 개인의 아이디어를 정리해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 9단은 특히 지식재산처가 진행 중인 ‘모두의 아이디어’ 정책을 호평했다. 모두의 아이디어는 전국민 대상 아이디어 공모전으로, 선정된 아이디어는 실제 정책과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한다. 이 9단은 “AI 시대에는 아이디어가 더 중요한데, 기업과 달리 개인의 아이디어는 아직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며 “모두의 아이디어 같은 정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AI시대가 본격 도래한 지금 이 9단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그는 “AI 시대에는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가속도가 붙어 따라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개인뿐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도 마찬가지라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 길이 잘 보이지 않고, 어쩌면 불가능한 미션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다. 최근 그가 언론에 자주 나오는 것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다. 이 9단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알파고 이후 사회가 대비할 중요한 시간을 놓쳤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원래 이 9단의 바둑 스타일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다음 수를 짐작해 볼 힌트는 있다. 키워드는 신념이다. 승부사 이세돌은 이기기 위해 아무 수나 남발하지 않는다. 10년 전 알파고와의 제4국에서 파훼법을 알면서도 제5국을 패배한 것 역시 그가 신념을 중시해서다.

이 9단은 “제4국에서 이겼던 건 내가 평소라면 절대 두지 않았을, 신념을 저버린 수를 뒀기 때문”이라며 “5국에서 또 다시 신념을 버리면서까지 이기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만약 이긴 게 3국이었다면 어떻게든 다시 이기려고 했겠지만, 이미 패배가 확정된 상황에서 한 번 더 이긴다는 게 신념을 포기할 만큼 의미 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승부사에게 신념은 무엇일까. 이 9단은 “나에게 신념은 최소한의 기준선”이라고 했다. 그는 “이 기준선 밑으로 내려와버리면 다시 위로 올라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신념을 몇 번 어기다보면 분명히 대가는 따른다”고 했다. 단순히 상대를 이기는 것보다 역사에 남을 ‘명국’을 두는 게 그의 바람이다. AI시대와의 승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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