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WBC 첫 정상···‘마두로 더비’서 미국에 3-2 승리, 베네수엘라 수도 ‘축제 분위기’

이정호 기자 2026. 3. 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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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WBC 제패한 베네수엘라. AP연합뉴스
WBC 우승으로 난리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시내. AP연합뉴스

3-2로 리드한 9회말 마지막 수비. 베네수엘라 마무리 다니엘 팔렌시아(시카고 컵스)의 시속 161㎞의 강속구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며 빠르게 치솟았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최고 유망주 로먼 앤서니(보스턴)의 방망이가 크게 헛돌았다. 베네수엘라 야구가 미국의 자존심을 꺾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베네수엘라는 18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미국에 3-2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대회 다크호스로 주목받던 베네수엘라는 8강 토너먼트에서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8-5로 꺾은 데 이어, 처음 진출한 결승에서 대회 정상 탈환을 노리는 미국을 넘어서며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했다.

베네수엘라는 선발인 좌완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애리조나)의 눈부신 호투가 초반 흐름을 가져왔다. 로드리게스는 4.1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은 미국 선발 놀런 매클레인(뉴욕 메츠)을 상대로 선취점을 뽑아 로드리게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0-0이던 3회초 안타와 볼넷, 이어진 폭투로 잡은 1사 2·3루 찬스에서 마이켈 가르시아(캔자스시티)가 넉넉한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1-0으로 앞선 5회에는 선두 타자 윌리에르 아브레우(보스턴)가 매클레인의 2구째 직구를 받아쳐 리드를 벌리는 중월 솔로 홈런을 날렸다. 베네수엘라는 5회부터 우완 에두아르드 바사르도(시애틀)를 시작으로 6회 우완 호세 부토(샌프란시스코), 7회 좌완 앙헬 세르파(밀워키), 우완 안드레스 마차도(오릭스)를 차례로 투입하며 2점 차 리드를 지켰다.

침묵하던 미국의 반격도 매서웠다. 보비 위트 주니어(캔자스시티)가 8회말 2사 후 마차도와 승부에서 볼넷을 골랐다. 그리고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가 마차도를 상대로 중월 동점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그렇지만 베네수엘라는 막판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9회 선두 타자 루이스 아라에스(샌프란시스코)가 바뀐 투수 개럿 휘틀록(보스턴)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내며 찬스를 만들었다. 대주자 하비에르 사노하(마이애미)가 2루 도루를 성공시켜 득점권 진루에 성공하자, 에우헤니오 수아레스(신시내티)가 적시 2루타로 결승 타점을 기록했다.

팔렌시아는 9회 수비에서 카일 슈워버(필라델피아), 거너 헨더슨(볼티모어), 앤서니까지 세 타자로 아웃카운트를 채우며 경기를 끝냈다. 선제 타점을 올린 가르시아는 대회 최우수선수상(MVP)에 선정됐다. 그는 대회 7경기에서 타율 0.385(26타수 10안타), 7타점을 올리며 우승을 이끌었다.

패한 미국 대표팀. 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는 지난 1월 미국이 군사 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뒤로 정치적, 사회적 혼란기를 지나고 있다. 이날 두 팀간 경기는 ‘마두로 더비’라 불리며 정치적 이슈까지 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전 미국 대표팀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아이스하키 남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출근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당시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정치·경제적 긴장 관계와 맞물려 ‘관세 더비’로 불린 우승 후보 캐나다와의 결승에서 승리하며 46년 만에 금메달을 따냈다.

선수들 대부분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베네수엘라 선수들은 대회 도중 정치적인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야구’로 하나가 됐다.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경제난, 전력난에도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졌고, WBC 우승과 함께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편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오른 미국은 3안타 빈공 속에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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