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지적 받고 또 준설 추진한다니…" 환경단체 맹비판

최두선 2026. 3. 1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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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3대 하천 3차 준설 추진
55억 들여 5월 말~6월 초 완료
환경단체, "생물 다양성 훼손해"
"감사원·사법부 무시하고 추진"
"예산 낭비하는 불통 오만 행정"
"관계 기관 충분히 협의해 시행"
2024년 대전 갑천에서 준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대전시가 관련 법령을 무시한 채 하천 준설을 강행했다가 감사원의 주의 조치를 받은 뒤 또다시 준설에 나서자 환경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하천 생태계 훼손은 물론 예산 낭비를 초래한다고 맹비판하며 준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오는 5월 말~6월 초까지 55억 원을 투입해 갑천과 유등천, 대전천 등 지역 3대 하천 9.4㎞(13만6,000㎥) 준설 공사(3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1일 '국가하천 재해예방 정비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공사는 해당 구간 홍수 재해방지 등을 위한 유지 준설로 진행할 계획이다. 시는 올해 초 금강유역환경청과 3차 준설 계획에 대해 협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앞서 지난 2024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대 하천 준설 공사(2차)를 시행했다.

시가 준설에 대대적으로 나서는 것은 반복되는 수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전에선 토사 퇴적으로 하상이 높아지면서 물난리가 수시로 발생했다. 2020년 7월 폭우로 서구 정림동 일대 아파트가 물에 잠기는 등 대규모 침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7월에는 하루 최고 122㎜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서구 용촌동 제방이 무너져 마을이 침수됐다.

이후 시가 2차 하천 준설과 재해 예방 공사를 한 뒤 두 곳은 물론, 지역에 별다른 물난리가 발생하지 않았다. 시는 당시 총 139억 원을 들여 3대 하천에서 67만t의 모래와 자갈 등을 퍼냈다. 준설 이후 3대 하천 17.9㎞ 구간 하상은 50㎝~1.5m가량 낮아졌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시의 대규모 준설로 갑천의 생물 다양성이 급감하는 등 하천 생태계가 훼손됐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갑천 대덕대교~금강 합류지점 13㎞ 구간에서 겨울 철새와 물새류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겨울철새는 2023년 68종 4,149개체에서 2024년 63종 3,876개체로, 2025년에는 59종 2,204개체로 급감했다. 물새류도 2023년 2,713개체에서 2025년 1,370개체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조사 결과는 대전시가 추진해 온 대규모 하천 준설이 갑천의 겨울 철새와 하천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이 지난 9일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의 3대 하천(갑천·유등천·대전천) 대규모 준설 사업과 관련, "대전시는 불법 준설에 대해 즉각 사죄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단체는 시가 지난해 국가하천 2차 정비공사를 허가 없이 진행해 감사원 주의 처분을 받아 놓고 또다시 국가하천 3차 정비공사를 추진하자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시는 2차 국가하천 준설공사 과정에서 하천관리청의 허가와 환경영향 평가 없이 '정비준설'을 강행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시의 준설 계획을 유지 준설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시는 재검토나 협의 없이 강행했다. 기후부의 권한을 위임받아 하천공사를 허가하는 금강환경청은 이를 허용했다. 이 때문에 전체 사업 지점 가운데 87%가 넘는 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준설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시와 금강환경청에 각각 주의 처분을 내렸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17일 성명을 통해 "지난해 하천법과 환경영향평가법을 회피하기 위해 환경부 지침을 따르지 않은 대전시가 계획한 이번 3차 하천 정비 공사는 법치주의를 조롱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짓밟는 오만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그러면서 "심지어 만년교~대덕대교 등 이미 1·2차 준설을 한 곳에 3차 준설을 계획한 것은 재해예방이 아니라 예산 낭비"라며 "금강환경청도 감사 결과 정비공사 과정에서 관리 감독 부실이 드러났음에도 대전시 준설공사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전년도 공사 구간과 겹치는 일부 구간이 있지만 준설을 다하지 못하거나 부족해 올해 사업에 반영한 것"이라며 "하천은 해마다 퇴적과 침식이 발생하기 때문에 한 번 준설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3차 사업 추진 전 관계 기관과 충분히 협의해 계획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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