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거래소 '자본시장 선진화 역행' 커지는 우려…"단타 부추기고 투기장 전락"

최수진 기자 2026. 3. 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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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S 경쟁 매몰된 밥그릇 챙기기…전산 리스크 확대"
단기·레버리지 성향 짙은 국내 시장서 투기 심화 우려
18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앞에서 열린 '거래 시간 연장 중단을 위한 증권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증권노동자들이 오전 7시 거래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남영재 기자]

한국거래소(KRX)의 증권시장 오전 7시 조기 개장(프리마켓) 추진을 두고 자본시장 안팎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체거래소(ATS)와의 수수료 경쟁에 쫓긴 무리한 행정이라는 현장의 지적에 더해, 거래 시간 연장이 단기 매매(단타)를 부추겨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정부의 건전한 자본시장 조성 기조에 정면으로 역행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벽 노동·변동성 쇼크" 증권노동자, 거래시간 연장 중단 결의

18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앞에서 열린 '거래 시간 연장 중단을 위한 증권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증권노동자들이 조기 개장 계획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현장에서는 이번 정책이 선진 금융 시스템 구축이 아닌, 거래소의 독점적 이익 보전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거래소는 지난 17일, 당초 6월 29일로 예정됐던 프리·애프터마켓 개설 시행일을 9월 14일로 2개월 반 가량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스템 완성도를 높이고 증권사의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프리마켓 운영 시간도 일부 축소했다. 오전 7시부터 8시까지 운영하려던 계획을 7시 50분 종료로 10분 단축했다. 8시에 개장하는 넥스트레이드와의 시간 중첩을 피해 증권사의 전산 준비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노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점 주문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각 증권사의 '자율 참여'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업계는 이를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책임 회피로 보고 있다.

이창욱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장은 "거래소는 넥스트레이드와 동일한 8시에 프리마켓을 개장하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시간이 1년 반 가량 걸린다면서 7시 개장을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2개월 반 연장하면 당초 오래 걸린다던 8시 프리마켓 개장 시점하고 6~7개월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래소 프리마켓 시스템 구축 시기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데에도 7시 프리마켓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넥스트레이드보다 1시간 일찍 개장해 고객들 수수료를 빼먹겠다는 거래소의 얄팍한 상술"이라며 비판했다.

전산 리스크 및 과부화도 우려 요인이다. 7시 개장을 위해 야간 결제 처리 시간이 단축되고 IT 인력이 새벽부터 투입돼야 한다. 짧은 준비 시간 탓에 전산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는 회원사와 투자자가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거래소는 에스씨엠생명과학 관리종목 지정 번복 등 운영 측면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 본부장은 "거래소가 회원사들과 협의하고 프리마켓에 자율참여권을 준다고 하지만 거래소가 증권 상품 및 상장 심사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회원사들도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코스피 6000 돌파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린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앞에서 증권노동자들이 거래시간 연장이 '자본시장 선진화' 기조에 역행하는 행보라고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단타 조장·투기장 전락…밸류업 기조 역행

일각에서는 거래소의 조기 개장 강행이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인력 과부하나 관리 부실의 문제를 넘어, 투자 문화 자체를 퇴보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무엇보다 거래 시간이 늘어날수록 단기 매매(단타) 유인이 커진다. 현재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가뜩이나 장기 투자를 기피하고 단타 위주의 매매와 레버리지 활용 성향이 짙다. 이러한 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물리적인 거래 시간만 급하게 늘릴 경우, 기업의 본질 가치에 투자하는 장기 보유 문화는 정착되기 어렵다. 오히려 새벽 시간대의 얇은 호가를 이용한 투기성 거래만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증권노조 역시 유동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새벽 시간대 조기 개장은 호가가 얇아져 삼성전자 같은 대형 우량주조차 작은 주문에 급등락할 수 있다며 자전거래를 걸러낼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기 개장은 작전 세력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 2016년 정규장 마감을 30분 연장했을 때도 시장 선진화나 유의미한 거래대금 증가 효과는 미미했다. 결국 자본시장의 밸류업은 상법 개정이나 주주 환원 확대 등 구조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 거래소 영업시간을 늘려 회전율만 높이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거래시간 연장과 관련해 "솔직히 지금도 프장(프리마켓) 때문에 피곤하고,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공포심리에 따라 매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7시까지 거래가 연장되면 많은 개인들이 사팔(사고 팔고)을 자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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