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석수선의 K-디자인 이야기…할루시네이션, 상상력의 엔진이 되다②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본인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yonhap/20260318150154034pjtz.jpg)
많은 사람이 AI 광고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광고에 부정적 반응을 보일 때, 그 반응은 그저 'AI 혐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불편함은 대체로 네 가지 층위에서 동시에 발생한다.
첫째, 미학적 신호의 문제다. AI 영상은 종종 너무 매끈하다. 피부는 지나치게 균질하고, 빛은 과하게 정돈되며, 움직임은 어딘가 안전하게 흐른다. 이때 관객은 감탄하기 전에 의심한다. 완벽한 표면이 사실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신호가 된다. 2026년 슈퍼볼에서 AI가 전면화된 일부 광고가 불편하고 어수선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도 이 감각 변화와 맞닿아 있다.
둘째, 맥락의 붕괴다. 광고는 예쁜 영상이 아니라 브랜드가 세상과 맺어온 관계의 요약이다. 브랜드가 오래 약속해온 정서와 가치-장인정신, 따뜻함, 신뢰, 유머의 결-가 있는데 AI가 만든 표면이 그 약속과 충돌하면 사람들은 '퀄리티가 낮다'보다 '태도가 거슬린다'를 먼저 말한다. 기술적으로 맞는데 브랜드적으로 틀린 순간이 생긴다.
셋째, 노동과 윤리의 층위이다. 광고에서 관객이 민감한 지점은 이 브랜드가 '사람을 대체했나'는 감각이다. 실제로 AI가 얼마나 쓰였는지보다, 화면이 주는 인상이 사람을 빼고 효율만 남겼다로 읽힐 때 거부감이 생긴다. 이런 인상은 온라인에서 매우 빠르게 증폭된다. 일단 '사람을 빼고 효율만 남겼다'는 해석이 붙으면, 기술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브랜드 평판의 문제로 번지기 쉽다.
![맥도날드 네덜란드의 AI 크리스마스 광고 [유튜브 캡처]](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yonhap/20260318150154215zbpw.jpg)
넷째, 신뢰의 층위다. 광고는 결국 소비자 행동을 유도한다. 그래서 사실 기반 문장이 끼어드는 순간, 할루시네이션은 단순 오류가 아니라 브랜드 신뢰 비용이 된다. 광고가 공개되는 순간부터 관객은 사실 여부를 팩트체크하듯 확인하기 시작하고, 작은 오류도 '검증을 포기한 브랜드'라는 인상으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브랜드는 어디까지가 은유이고 어디부터가 사실 주장인지 경계를 더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
혹평은 'AI'가 아니라 '브랜드 약속'에서 시작
AI로 만든 광고가 혹평받는 장면을 보면, 많은 사람은 대개 화면에서 먼저 어색함을 찾고 그 어색함을 기술의 미성숙으로 연결해 결론 내리곤 한다. 피부 질감이나 움직임, 조명 같은 작은 불일치가 보이는 순간, 아직 AI가 현실감을 충분히 재현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실제 반응의 중심에는 기술 완성도보다 브랜드가 스스로 쌓아온 약속과 태도가 있다. 소비자는 광고를 볼 때 영상의 퀄리티만 판단하지 않는다. 그 브랜드가 지금까지 어떤 태도로 대중과 관계를 맺어왔는지, 어떤 가치와 말투로 자신을 증명해왔는지까지 함께 대조한다. 그래서 같은 AI를 써도 어떤 브랜드는 실험으로 읽히고, 어떤 브랜드는 배신으로 읽힌다. 혹평은 대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사용자가 광고에서 원하는 가치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신뢰다. 그다음으로는 정서의 온도를 들 수 있다. 또한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는 성의의 증거도 따라와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이 네 가지가 빠지면, 관객은 결과물을 '잘 만든 콘텐츠'가 아니라 '의심스러운 제작물'로 분류한다. 특히 AI가 만든 완벽한 표면이 늘어날수록, 사용자는 완성도 그 자체보다 누가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 같은 의도와 책임의 흔적을 더 강하게 요구한다. 결국 AI 시대의 퀄리티란 해상도가 아니라 관계의 품질로 재정의된다.
패션 브랜드 구찌(Gucci)가 2026년 2월 밀라노 패션위크를 앞두고 AI로 만든 이미지를 공개했을 때 반응이 민감하게 갈린 이유도 같은 구조로 설명된다. 럭셔리 브랜드가 오랫동안 판매해온 것은 옷의 기능이 아니라 시간과 손이 축적된 서사이다. 공예와 장인정신, 디테일, 그리고 브랜드가 오래 쌓아온 손맛이 신뢰 자산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AI 이미지가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 관객이 먼저 감지하는 것은 정교함이 아니라 시간이 생략된 인상이다. 표면이 지나치게 완벽할수록 오히려 공정의 흔적이 지워지고 결과만 남은 듯 보인다. 럭셔리 브랜드에서 완벽함은 렌더링의 매끈함이 아니라 사람이 반복해서 다듬어 만들어낸 완벽함인데, AI가 만든 완벽함은 그 차이를 한 번에 드러내 버린다. 그래서 논쟁의 핵심은 AI를 썼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브랜드가 말해온 공예 서사를 스스로 얼마나 훼손했느냐로 이동한다.
![구찌가 공개한 AI 생성 이미지 [구찌 엑스(X) 계정 캡처]](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yonhap/20260318150154387ovto.jpg)
럭셔리 브랜드 캠페인에서 AI가 곧바로 비용 절감의 문제로만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비용 절감은 가장 쉽게 떠올리는 해석일 뿐이고, 더 깊은 층위에서 럭셔리 브랜드가 흔들리는 지점은 희소성, 진품성, 권위, 그리고 욕망의 온도에 있다. 럭셔리 브랜드는 많이 만들 수 있지만 일부러 적게 만든다는 태도, 다시 말해 절제와 선택으로 희소성을 만든다. 그런데 AI는 짧은 시간에 수많은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어, 콘텐츠가 넘쳐날수록 캠페인 비주얼이 작품이 아니라 그냥 늘어난 결과물 중 하나처럼 보이기 쉽다. 이때 관객은 그것이 특별해서 존재하는지, 아니면 만들기 쉬워서 존재하는지부터 의심한다. 럭셔리 브랜드에서 AI의 위기는 기술이 아니라 절제의 연출이 약해지는 순간 발생한다.
장인정신의 정의도 충돌한다. 럭셔리 브랜드에서 장인성은 결과물의 정교함이라기보다 과정의 윤리에 가깝다. 누가 만들었는지, 얼마나 시간이 들었는지, 어떤 사람의 손길이 닿았는지가 곧 진품성의 근거가 된다. AI는 결과를 빠르게 만들지만 그 과정의 증거를 얇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싸게 만들었겠지'라는 단순한 생각보다, '사람과 시간의 서사를 건너뛰었겠지'라는 진품성의 의심을 먼저 갖게 된다. 이런 의심이 누적되면 논의의 초점은 이미지 자체를 넘어, 브랜드가 말해온 가치와 정당성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권위의 문제도 있다. 럭셔리 브랜드는 제품을 파는 동시에 '취향의 기준'을 제안해온 브랜드다. 무엇이 멋이고 무엇이 고급이며 어떤 미감이 브랜드답다고 말할지, 그 판단 자체가 브랜드의 자산으로 작동해왔다. 그런데 AI로 그럴듯한 이미지가 평균적으로 쏟아지면 관객은 브랜드의 미적 판단이 아니라 도구의 평균값을 보고 있다고 느끼기 쉽다. 이때 럭셔리 브랜드가 잃는 것은 한 장의 이미지가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큐레이션 권력이다. 결국 AI를 쓰더라도 우리는 왜 이것을 골랐는가, 왜 이 방식이어야 하는가라는 선택의 철학이 더 앞에 서야 한다.
욕망의 온도도 무시할 수 없다. 럭셔리 브랜드 캠페인은 시각 이미지로 촉감과 무게, 소재의 긴장감을 불러내야 한다. 그런데 AI 특유의 균질한 표면은 물성을 평평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가죽의 결, 금속의 미세한 반사, 원단의 장력이 주는 설득력이 약해지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때 관객이 느끼는 것은 합성 티가 아니라 촉감의 부재다. 럭셔리 브랜드에서 문제는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욕망을 데우는 물성 단서가 사라지는 순간 발생한다.
여기에 문화적 포지셔닝 리스크가 겹친다. AI는 이미 대중 창작의 기본 도구가 되었고, 사람들은 AI 특유의 미학을 대중적인 문법으로 빠르게 학습한다. 럭셔리 브랜드가 그 문법을 그대로 가져오면 혁신으로 읽히기보다 유행을 따라간 것으로 보이기 쉽다. 럭셔리 브랜드의 AI는 기술 선점이 아니라 상징을 어떻게 재배치하느냐의 문제다. 더 나아가 출처와 윤리의 질문이 붙으면 논쟁은 더 쉽게 확산된다. 럭셔리 브랜드는 가격만이 아니라 명분으로도 지탱되는 산업이기 때문에, 출처가 불투명하다는 의심만으로도 신뢰가 흔들린다. (3편에서 계속)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기업 ㈜카우치포테이토 대표 ▲ 연세대학교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역임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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