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억 투입한 허스트 전시…국립현대미술관은 무엇을 보여주나
다이아몬드 해골·상어 등 50여 점 총망라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기자간담회 깆고 자연사 연작중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pak7130@newsis.com](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newsis/20260318145243593jmcc.jpg)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지난해 연말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을 달군 이름이 서울에 도착했다. 죽음을 진열해온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61)다.
미술관 최초로 정부 예산 33억 원이 투입된 이번 전시는 관람료를 8000원으로 인상하며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한물갔다고 말하기엔 여전히 시끄럽다. 논쟁적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는 지금 무엇을 팔고 있는가.
국립현대미술관이 내건 전시 제목은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다. 이 문장은 그의 현재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낸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18일 국립현대미술관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데이미언 허스트가 질의 응답없이 포토타임을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newsis/20260318145243766xtex.jpg)
18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기자간담회는 그의 작품처럼 화려하지만 허무하게 끝났다.
그의 이름값에 몰린 100여 명의 취재진은 포토타임만 지켜봐야 했다. 이날 허스트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며 약 3분간 인사말을 한 뒤 5분간 촬영을 진행하고 자리를 떠났다. 미술관 측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미국으로 급히 출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스트는 짧게 말했다. “작품 자체에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설명 대신 전시장에 놓인 작품과 노트를 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현대미술계 악동’이라는 이미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질문은 없었지만, 장면을 남겼다.
급히 간담회장을 나선 그는 따라온 사진기자들과 함께 주요 작품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사진기자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촬영을 이어갔다고 한다. 한국에 남긴 그의 이미지는 작품만큼이나 강렬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기자간담회 깆고 작품 '신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pak7130@newsis.com](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newsis/20260318145243949vamn.jpg)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와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6.03.18. pak7130@newsis.com](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newsis/20260318145244113jsak.jpg)
허스트의 책을 출간하며 개인적인 인연과 함께 이번 전시를 적극 추진한 김성희 관장은 허스트를 “현대미술사에서 지워질 수 없는 이름”이라 규정했다.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중심 인물이자 죽음과 욕망을 다뤄온 작가라는 설명과 함께, 이번 전시는 회고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40년에 걸친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세계 미술사에서 충분히 소비된 이름, 그 ‘확인된 서사’를 다시 들여오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바 있다.
허스트는 이미 미술사에 등록된 작가다. 1988년 ‘프리즈’ 전시를 통해 YBA의 흐름을 이끌며 등장했고,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와 다이아몬드 해골 등으로 ‘죽음’을 강렬한 이미지로 구축했다. 그 충격은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문제는 작품이 아니라 시점이다. 이미 전 세계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된 이미지들이 뒤늦게 서울에 도착했다는 평가다.
이번 전시는 대표작을 중심으로 그의 작업 세계를 조망한다. 상어와 동물 사체를 활용한 ‘내추럴 히스토리’, 다이아몬드 해골 ‘신의 사랑을 위하여’, 약과 의학을 모티프로 한 ‘메디슨 캐비닛’ 시리즈 등이 총망라됐다.
죽음, 신념, 과학, 자본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믿음을 드러내는 작업들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충격은 반복되며 스타일이 됐고, 이미지는 익숙한 소비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언론공개회를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갖고 자연사 연작중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6.03.18. pak7130@newsis.com](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newsis/20260318145244770mlyc.jpg)
이번 전시는 익숙한 그의 이미지를 충실히 재현한다. 전시장에는 수족관에 담긴 상어, 목이 잘린 소머리, 다이아몬드 해골, 형형색색 알약과 점화 시리즈 등 대표작 50여 점이 소개된다.
또 실제 운영됐던 레스토랑 ‘약국’을 옮긴 공간과 런던 작업실을 재현한 스튜디오가 함께 구성돼, 미완의 회화와 작업 도구까지 공개된다. 완성된 작품뿐 아니라 창작 과정까지 드러내며 작가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상어와 다이아몬드 해골 작품은 미국 뉴욕 컬렉터로부터 대여해 온 것이다. 초기작인 상어는 빛바랜 부패의 흔적을 드러낸다. 반면 실제 치아와 함께 해골을 뒤덮은 다이아몬드는 여전히 찬란한 허무를 내뿜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기자간담회 깆고 8,601개의 다이아몬드가 백금 두개골을 장식한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pak7130@newsis.com](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newsis/20260318145245128htzh.jpg)
다이아몬드 해골로 유명한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는 인간 두개골에 다이아몬드 8601개를 박은 작품으로, 약 1000억 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나비 날개로 제작된 푸른빛 '삼면화'도 선보인다. 빛을 반사하는 이 작품은 관람객의 인증사진 촬영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죽음과 욕망, 자본의 관계를 상징하는 대표작이다.
전시장 내부에 재현된 ‘약국’ 공간은 1998년 런던에서 운영된 동명의 레스토랑을 옮겨온 것이다. 당시 실제 약국으로 착각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던 프로젝트로, 의학에 대한 신뢰가 어떻게 시각적 경험으로 구축되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런던 작업실을 옮겨온 공간이 날 것 그대로 펼쳐진다. 미완의 회화와 작업 도구가 뒤섞인 이 공간은 작가가 현재 그림에 몰두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를 직접 연출한 그는 이 공간에 놓인 거울에 한국어로 쓴 ‘대한민국 사랑해요’라는 문구를 남겼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기자간담회 깆고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앞)와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pak7130@newsis.com](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9/newsis/20260319094242561nxne.jpg)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기자간담회 깆고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와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pak7130@newsis.com](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newsis/20260318160150017code.jpg)
허스트는 1965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리즈에서 성장했다. 골드스미스 대학교 재학 시절인 1988년 직접 기획한 전시 ‘프리즈’를 통해 주목받았다. 낡은 부두 창고를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참여 작가들이 공간을 연출하며 기업 후원을 이끌어낸 이 전시는 이후 YBA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그는 곧 강렬한 작업으로 이름을 각인시켰다. 죽은 소의 머리와 파리 유충을 이용한 ‘천년’(1990), 포름알데히드 용액 속 상어를 통해 죽음을 시각화한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은 현대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허스트의 관심은 죽음 자체보다, 죽음을 둘러싼 인간의 태도와 믿음에 있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영생을 꿈꾸고, 종교와 과학, 의학과 자본에 의지한다. 그는 이러한 믿음의 구조를 드러내며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여기는 가치들이 유사한 토대 위에 놓여 있음을 질문한다.
허스트는 창작뿐 아니라 유통과 기획에도 개입하며 미술 생태계의 구조를 실험해왔다. 작가가 경매사와 직접 거래한 사례, 레스토랑 ‘약국’ 운영,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 설립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언론공개회를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갖고 작품 '더 섹스 피스톨즈'를 선보이고 있다. 2026.03.18. pak7130@newsis.com](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newsis/20260318160150411hsgt.jpg)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기자간담회 깆고 작품 '천 년'을 선보이고 있다. 2026.03.18. pak7130@newsis.com](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newsis/20260318145244939cduq.jpg)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언론공개회를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갖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6.03.18. pak7130@newsis.com](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newsis/20260318160150643fedg.jpg)
허스트의 명작을 한자리에 모은 블록버스터급 전시지만, 미리 공개된 전시는 새로운 제안이라기보다 기존 ‘허스트 브랜드’를 재배치한 방식이라는 평가다.
작품 대부분이 글로벌 미술관과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된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허스트가 10년의 공백을 깨고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화제를 모은 ‘믿을 수 없는 난파선에서 건진 보물’ 등 주요 최근 작업은 이번 전시에서 제외됐다. 미술관은 “전시의 결이 맞지 않아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술관에 따르면 이번 허스트 전시는 약 5년 전부터 추진됐다. 이전과 달리 작가 측의 적극적인 협조로 작품 선정이 비교적 수월했다고 한다. 미술관은 K콘텐츠와 대한민국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지금 왜 데이미언 허스트인가에 대해 미술관은 “이미 미술사의 아이콘이 된 작가를 조망하는 것이 공공적 역할”이라며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미 평가가 축적된 대표작 중심 전시가 동시대적 문제의식보다는 기존 명성을 재확인하는 데 머문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기자간담회 깆고 작품 '신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pak7130@newsis.com](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8/newsis/20260318145245323voni.jpg)
논쟁 속에서도 이번 전시는 대중적 관심 속에 흥행이 예상된다. 지난해 ‘론 뮤익’ 전시에 이어 데이미언 허스트라는 브랜드가 높은 작가를 전면에 내세운 기획이라는 점에서다.
유행은 돌고 돈다. 20년전 국내 미술관이 샤갈, 피카소 등 해외 명작전을 선보였다면, 최근에는 동시대 글로벌 작가 전시가 잇따르고 있다. 유명 작가의 전시를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서울에서 향유할 수 있다는 논리는 지금도 유효하다.
미술관은 ‘원본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예사는 “여러 논쟁이 있지만, 이미지로 소비된 작품이라도 실물을 직접 보는 경험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허스트의 작업이 예술과 자본,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다뤄온 만큼, 이를 직접 체감하는 전시라는 취지다.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는 허스트의 말처럼, 이번 전시가 던지는 문제의식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공공 미술관의 역할과 전시 기획 방향이 그 중심에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흥행성과 담론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선택할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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