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모즈타바보다 더 큰 영향력”…미·이스라 공습에 숨진 ‘이란 최고실세’ 알리 라리자니

현정민 기자 2026. 3. 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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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
강경 시아파에 하메네이 최측근으로 알려져
이번 중동전쟁서 걸프국 공격 주도
핵 협상 주도한 ‘실용주의자’ 평가받지만
이란 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 이끈 ‘두 얼굴’ 인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최고 국가안보 책임자인 알리 라리자니를 제거하면서 이란 수뇌부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라리자니의 사망은 앞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사살 이후 가장 중대한 타격으로 평가된다.

16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 /연합뉴스

17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전날 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라리자니가 제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라리자니와 더불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바시즈 민병대의 골람레자 솔레이마니 총지휘관도 사살했으며, 민병대 거점 10곳 이상을 타격했다고도 밝힌 바 있다.

라리자니는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이자 하메네이의 핵심 측근으로, 이번 중동 전쟁에서 이란의 군사 대응을 사실상 총괄해 온 인물이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나 새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데, 미군 기지가 소재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인근 걸프 국가들을 겨냥한 공격을 주도했다.

동시에 그는 전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정부 시위와 사회 불안을 억제하기 위한 내부 통제까지 담당, 대내외 정책을 장악한 ‘이란 최고 실세’로 간주된다.

1958년 이란 유력 성직자 가문에서 태어난 라리자니는 3살 무렵 아버지를 따라 이란으로 넘어와 성장했으며, 샤리프공과대학교와 테헤란대학교에서 각각 컴퓨터과학 학사, 서양철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팔라비 왕조가 무너진 이란 혁명 직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란-이라크 전쟁 발발을 계기로 IRGC에 입대해 군 경력을 쌓았다.

라리자니는 정치적 야욕 또한 컸던 것으로 관측된다. 2005년에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마했으며, 2008년부터 2020년까지는 국회의장을 지냈다. 그러나 개혁파와의 연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2021년과 2024년 대선에선 모두 출마 자격이 박탈됐는데, 지난해 이란과 이스라엘의 ‘12일 전쟁’ 이후 SNSC 사무총장에 오르면서 영향력이 회복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라리자니는 더 높은 자리를 노리는 인물”이라며 “향후 대통령직에 오르길 원하고 있을 것”이라 분석한 바 있다.

서방에서 라리자니는 ‘협상 가능한 실용주의자’로 분류된다. 특히 그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국제협상에서 핵심 축 역할을 수행했는데,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수석 핵 협상가로서 영국·독일·프랑스·러시아 등과 협상을 이끌었으며, 미국과의 이란 핵 합의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체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2월부터 3차례에 걸쳐 이뤄진 미-이란 핵 협상에서도 라리자니가 물밑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이란 내부에서 그는 ‘강경 통치의 설계자’라는 인식이 박힌 바 있다. 최근 경제 위기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그는 유혈 진압을 주도, 이 과정에서 시민 수 만명이 체포되거나 숨졌으며 이러한 이유로 그는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전쟁 국면에서 특히 그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6월 미·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습 당시 이란군은 벙커에 은신한 하메네이와 소통하며 작전을 총괄, 수백 발의 미사일을 이스라엘에 발사해 보복을 가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군사 대응은 모두 라리자니의 지휘 아래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라리자니의 사망이 이란의 권력 구조와 전쟁 수행 능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 협상과 군사 전략, 내부 통제를 동시에 장악했던 핵심 조정자가 사라지면서 권력 공백과 의사 결정 혼선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전직 요원 시마 샤인은 “누적 효과가 존재한다. 이미 많은 인물이 제거됐다”며 “이란 주요 기관 수장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국가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란 출신 정치분석가 하테프 살레히 또한 “이처럼 중대하고 위험한 시기에 라리자니의 부재는 외교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종전을 위한 정치적 해법을 찾을 가능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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