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 “국가 무관심 속, 여성들이 생명 잃어” [플랫]
“체포 등 일상서 피해자와 분리를”
법원, ‘도주 우려’ 가해자 구속
경기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여성·인권단체들이 17일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비판하며 범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가해자는 이날 구속됐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청와대 인근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가 여성폭력에 대한 정책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채 대응을 미루는 사이 피해자가 살해됐다”고 비판했다.

[플랫]경찰·보호관찰관 공조 부족에…전자발찌로도 막지 못한 ‘스토킹 살해’
지난 14일 남양주시 한 거리에서 40대 남성 A씨가 2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A씨는 약 10개월 전 흉기 위협으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여성을 스토킹해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미루는 사이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다른 성범죄로 위치추적장치(전자발찌)를 착용 중이었다. B씨는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신고한 지 약 2분 만에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의정부 스토킹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관계기관의 대응을 질책한 바 있다.
단체들은 “국가의 무관심과 소극적 대응 속에 여성들이 생명을 잃고 있다”며 “지난 8개월 동안 관계당국의 실질적 변화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내 여성 살해’ 피해자는 최소 13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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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가해자에 대한 체포·유치·구속 등 적극적 조치를 통해 피해자의 일상에서 가해자를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재범 위험성 평가 제도를 활용해 가해자에 대한 유치와 구속을 적극 시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이 평가가 시행되지 않았다. 단체들은 “언제까지 피해자가 스스로 가해자를 피해 다녀야 하는가”라며 “국가의 역할은 피해자에게 숨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피해자의 일상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분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가해자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교제폭력을 포함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이날 살인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백민정 기자 mj100@khan.kr · 안광호 기자 ahn7874@khan.kr
스토킹 피해 보호를 받던 20대 여성이 전자발찌까지 찬 가해 남성에게 도로 한복판에서 살해당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피해 여성은 이 남성을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하고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아냈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신변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해 또 한 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니 황망하기 그지없다.
스토킹 가해자인 남성은 지난 14일 경기 남양주시 한 거리에서 피해 여성이 탄 차의 창문을 깨고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두 사람은 과거 교제했던 사이였고, 여성의 출근 동선을 알고 있던 남성이 길목에서 기다리다 벌인 계획범죄였다. 이 남성은 10개월 전 피해자를 칼로 위협해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고, 그 후에도 계속되는 스토킹으로 인해 구속수사 대상에까지 올랐으나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지체하던 중 변을 당한 것이다. 경찰은 남성이 피해 여성의 차량에 설치한 위치추적 장치에 대한 감정 결과를 기다리느라 그랬다는데, 참으로 안일하다. 그간 피해자가 직면한 위협만으로도 추가 범죄 위험이 컸다고 봐야 하지 않나.
스마트워치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이 남성은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2·3호 적용 대상자였다. 하지만 경찰은 가해자가 접근하면 경보가 울리도록 하는 ‘3의2’ 조치까진 취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피습 직전 스마트워치 버튼을 눌렀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실시간 추적이 가능한 전자발찌 역시 무용지물이었다. 이 남성이 성범죄 전력으로 부착한 전자발찌는 법무부 소관이라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와는 연동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국의 전자장비 감독 주체가 달라서 범죄를 막지 못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이번 사건은 수사·사법기관의 안이한 대처와 제도 허점이 낳은 비극이다. 반복적으로 지적된 문제였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피해 여성들이 아무리 신고를 해도 가해자와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범행을 막긴 어렵다. 재발·보복 위험이 큰 스토킹 범죄 특성을 감안해 구금·구속수사 등 피해자 보호 중심의 실효적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당국의 더딘 대응을 질타하고, 대책 마련과 함께 감찰을 지시한 것도 그래서다. 이번에야말로 스토킹 범죄 대책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접근을 미리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필요시 가해자 신병을 확보해 범행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 이 기사는 2026년 3월 17일자 경향신문 ‘[사설]‘종이 방패’ 된 전자발찌, 스토킹 피해자 보호 갈 길 멀다’를 재가공하였습니다.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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